콘셉트카는 자동차 제조사가 향후 자사의 제품에 적용될 디자인이나 신기술들을 선보이는 일종의 쇼카로, 제조사의 미래 비전을 콘셉트카를 통해 제시한다. 주로 모터쇼를 통해 공개하고 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유행 중인 지금은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많이 공개하는 추세다.
콘셉트카를 대중들에게 공개한 후 반응이나 개선점을 반영해 향후 개발하는 양산차에 반영하는데, 콘셉트카의 반응이 매우 좋으면 그 디자인 거의 그대로 양산차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대차의 경우 콘셉트카는 멋지게 나왔는데, 이를 바탕으로 한 양산차는 이상하게 나온 사례도 있다.
글 이진웅 에디터
르 필 루즈 콘셉트
-> 쏘나타, 그랜저
현대차는 2018년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르 필 루즈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르 필 루즈 콘셉트카는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가 처음으로 적용되었다.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는 비례, 구조, 스타일링, 기술의 4가지 기본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것을 근간으로 했다.
르 필 루즈는 황금 비율에 근거해 심미적으로 자연스럽고 균형 잡힌 디자인을 추구했으며, 이에 더해 롱 휠베이스와 큰 휠, 짧은 오버행 등을 적용해 진보적인 전기차를 구현하기 위한 비율을 완성했다. 또한 외장의 감각적이고 스포티한 스타일이 내장 디자인까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차량 안팎에서 느껴지는 인상이 동일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설계 방식인 튜브 아키텍처 스타일을 반영했다.
루 필 루즈 콘셉트카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대체로 괜찮은 편이였다. “저렇게만 나오면 지름신 바로 강림한다”, “콘셉트카 디자인은 진짜 잘 만든다”등의 반의 있었다. 실제로 2019년 IF 디자인상에 팰리세이드와 함께 르 필 루즈 콘셉트카가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르 필 루즈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적용했다는 양산차 쏘나타와 그랜저의 디자인은 상당히 큰 혹평을 받기도 했다. 쏘나타는 처음에 르 필 루즈 콘셉트카를 바탕으로 한 예상도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평가가 괜찮았는데, 양산차가 공개된 이후에는 평가가 안 좋아졌다.
네티즌들은 쏘나타에 메기라는 별명을 붙여가며 디자인에 대해 혹평했다. 헤드 램프는 눈, 위로 올라간 주간주행등과 전면 아래쪽을 가로지르는 크롬 파츠는 수염, 그릴은 입에 빗대었다. 후면은 테일램프 형태가 대게를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랜저 역시 전면 디자인은 마름모가 강조되고, 그릴을 침범한 헤드램프 디자인으로 인해 혹평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르 필 루즈 콘셉트카 디자인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비교해보면 상당히 괴리감이 크다. 쏘나타는 그래도 전면 그릴이나 후면부가 어느 정도 반영된 모습이지만 그랜저는 어느 부분을 반영했는지 도저히 알 수 없다.
그랜저는 그나마 고급차라는 점과 30년 이상 쌓아온 브랜드 가치 덕분에 디자인적으로 혹평을 받아도 판매량이 높은 반면, 쏘나타는 판매량이 많이 줄었다. 물론 출시 초기에는 신차였던데다 K5가 끝물이었기에 어느 정도 판매량이 있었지만 3세대 K5 출시 이후에는 K5에 역전된 것은 물론이고 국산차 판매 상위 10위에 밀려났다. 연식변경도 해보고 2.0 모델을 1.6 센슈어스 디자인으로 변경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판매량은 저조했다.
결국 현대차 내부에서도 쏘나타의 실패를 인정하고 2023년쯤 페이스리프트가 아닌 풀체인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반면 아반떼는 현대차가 따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르 필 루즈 콘셉트카 디자인을 꽤 반영된 모습인데, 디자인적으로도 호평을 받고 판매량 부분에서도 성공했다. 르 필 루즈 디자인을 반영했다는 쏘나타와 그랜저는 디자인적으로 혹평 받고,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아반떼가 오히려 르 필 루즈 콘셉트카와 더 닮 앗으며 평가도 더 좋은 점이 아이러니하다.
프로페시 콘셉트
-> 아이오닉6
2020년 3월, 현대차는 프로페시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를 한 차원 높인 미래 전기차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간결한 선과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풍부하게 흐르는 듯한 우아한 실루엣이 특징으로, 자연 그대로의 촉감이 살아있는 듯한 표면, 순수한 느낌의 입체감, 아름다움과 기능이 조화를 이룬 궁극의 자동차 형태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전면과 후면에는 아이오닉 5에서 보여준 픽셀 램프가 적용되었으며, 후면 윗부분에는 통합 스포일러가 적용되어 있어 스포티함을 더했다.
프로페시 콘셉트는 아이오닉6로 양산될 예정이다. 2022년 출시 예정이며, 현재 테스트카가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위장막이 씌워져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혹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콘셉트카의 멋진 디자인은 어디 가고 동글동글한 디자인만 가져온 것 같다”, “역시 콘셉트카는 콘셉트카일 뿐 기대도 안 했다”, “쏘나타만큼 혹평 받을 것 같은 디자인이 나올 것 같다”등이 있다.
이 때문인지 최근에는 아이오닉6의 디자인을 변경할 것이라고 한다. 테스트카까지 돌아다니고 있는 상태에서 디자인을 바꾸는 사례는 거의 없다. 실제로 그동안 돌아다녔던 테스트카가 모두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전후방 범퍼 및 램프 디자인과 휀더를 변경할 예정이라고 하며, 디자인 외 배터리 용량도 늘린다고 한다. 이 때문에 출시가 원래보다 2개월 늦춰진다고 한다. 부디 호평받는 디자인으로 변경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싼타크루즈 콘셉트카
-> 싼타크루즈
싼타크루즈 역시 콘셉트카와 양산차의 디자인이 상당히 다른데,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싼타크루즈는 2015년 1월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공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센터에서 투싼을 바탕으로 디자인했다.
공개된 싼타크루즈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당시 출시되지 않았던 투싼의 디자인을 전면과 후면에 꽤 반영했으며, 강인한 이미지가 필요한 픽업트럭에 알맞은 듬직한 모습까지 갖췄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이 많았으며, 미국에서 제14회 올해의 북미 콘셉트카의 올해의 콘셉트 트럭 부문에 선정되었다.
반응이 상당히 좋아서 양산 요구가 꾸준히 나왔다 특히 미국 현지 딜러들이 강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현대차는 2016년 양산을 결정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개발이 길어지면서 현대차는 콘셉트카의 디자인과 투싼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투산 4세대 모델의 디자인과 플랫폼으로 교체했고, 출시 일정도 4세대 투싼 출시 이후로 보류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올해 4월에 공개된 싼타크루즈는 콘셉트카 디자인과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다. 물론 베이스가 된 투싼의 디자인이 쏘나타나 싼타페에 비하면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너무 파격적이고 튀는 디자인이다 보니 호불호가 심하다. 거기다가 콘셉트카에서 볼 수 있는 듬직한 모습도 다소 밋밋해져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도 위 두 경우보다는 양호한 편이다.
콘셉트카와 비슷하게
양산차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물론 콘셉트카와 비슷하게 양산차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현대차는 1세대 산타페, 2세대 투싼, 제네시스 쿠페, 엑센트, 팰리세이드, 아이오닉 5, 4세대 투싼 등이 이에 해당된다.
계열사인 기아는 K7, 셀토스, 쏘울, 스팅어, 프로씨드, 텔루라이드, 모하비 더 마스터 등이 이에 해당되고, 제네시스는 GV80와 EQ900가 이에 해당된다. 생각보다 꽤 사례가 많다. 이를 보면 위 사례들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요즘 해괴한 디자인을
많이 내놓아서 기대감이 낮아졌다
예전에는 실현 불가능할 정도의 미래지향적인 콘셉트카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양산차라고 해도 충분할 정도의 디자인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전히 지금 기준에서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점차 줄어들고 있고, 요즘에는 양산차 미리 보기 개념으로 콘셉트카를 선보인다. 물론 규정이나 단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어느 정도 변경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위 경우처럼 콘셉트카 디자인을 반영했다면서 막상 살펴보면 괴리감이 상당하다든지, 콘셉트카와는 별개로 예전 6세대 아반떼 페이스리프트나 싼타페, 스타리아처럼 해괴하다는 평가를 받는 디자인을 내놓게 된다면 소비자들의 기대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뭔가 잘 할 수 있는데도 안 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자동차는 디자인도 하나의 경쟁력인 만큼 소비자들은 현대차에게 디자인에 조금 더 신경 써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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