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경우에 ‘큰’ 것에 더 관심을 두곤 한다. ‘큰’ 키, ‘큰’ 돈, ‘큰’ 차까지. 하지만 가끔은 아주 작은 것에서도 ‘큰’ 가치를 발견한다. 자동차의 경우 이는 엠블럼이 될 것이다. 엠블럼은 기업의 가치를 표현하는 많은 요소 중 하나다. 아주 작은 크기에 응축돼 표현된 것도 엠블럼이다.
작지만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일까. 엠블럼을 튜닝해 타고 다니는 차주들이 포착되는 경우가 있다. 국산차부터 시작해 수입차까지 그 사례도 다양하다. 오늘은 엠블럼이 가지는 의미 그리고 엠블럼을 튜닝해 타고 다니는 사례, 마지막으로 법적 문제가 되지는 않는지에 대한 여부까지 두루 살펴본다.
글 정지현 에디터
자동차의 엠블럼이
가지는 의미는?
엠블럼은 자동차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엠블럼’이라는 말을 그대로 직역하자면, “상징, 표상” 등을 의미한다. 단어 말고 가치 측면의 영역에서 살펴보자면, 엠블럼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어떠한 함축된 디자인으로 볼 수 있겠다.
이에 제조사에는 그마다 그들의 가치를 담은 엠블럼이 있다. 벤츠에는 삼각별이 있는 것처럼 현대차와 기아 그리고 제네시스 다른 브랜드들도 마찬가지로 자신들만의 무엇이 있다. 따라서 엠블럼은 단순히 주먹만 한 혹은 그보다 작은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한 브랜드의 대표적 정체성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도로에서 가끔
포착되는 사례들
그런데 마치 사람으로 치자면, 개명한 듯 엠블럼을 홀랑 바꿔 장착한 사례들이 가끔 포착되고 있다. 국산차에 수입차 엠블럼, 수입차에 국산차 엠블럼, 국산차에 다른 국산차 엠블럼 등 사례별로도 매우 다양하다.
실제로 위와 같이 수입차에 국산차 엠블럼을 단 경우는 여러 네티즌 사이에서 “아내한테 들키지 않기 위함이다”라는 유머까지 자아냈다. 쏘나타 택시에 제네시스 엠블럼을 부착해 튜닝한 사례도 있으며, 이외에도 제네시스 차량에 벤츠 엠블럼을 부착해 튜닝한 사례도 있다.
“나 얼른 커서
벤츠가 될 거예요”
엠블럼 외에도 차량용 스티커에 “나 얼른 커서 벤츠 될래요”라는 식의 문구가 적혀있기도 하다. 위의 사진은 기아의 모닝에 해당 스티커가 부착된 것인데, 경차인 모닝을 시작으로 벤츠를 구매하겠다는 애교 섞인 차량용 스티커다.
SUV를 비롯한 차체가 큰 모델들이 인기를 끌면서 안 그래도 위축됐던 경차 시장은 현재 거의 쪼그라들기 일보 직전이다. 도로 위에서도 알게 모르게 무시를 당하는 경우도 있으니, 센스 있는 문구에 이런 복잡한 심정까지 녹아있을 수 있겠다.
구세대 신세대
기아 엠블럼이 나란히
위의 사진과 같이 구세대와 신세대 기아 엠블럼이 모두 적용된 사례도 있다. 위의 사진을 보면 기존의 타원형 구형 기아 엠블럼 옆에 상대적으로 최신 엠블럼인 필기형 기아 엠블럼이 나란히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자리에 붙어있는 기아의 엠블럼은 기아가 1994년부터 써왔던 구형 엠블럼이다. 기아에 따르면, 둥근 원은 지구를 상징하며 붉은 색상은 태양같이 뜨거운 제조사의 정열과 도약을 의미했다. 하지만 여러 해 동안 많은 소비자가 해당 엠블럼의 다소 촌스러운 디자인에 불만을 표한 바 있다.
이에 기아는 거금을 들여 작년에 필기체 형태의 엠블럼을 새로 선보였다. 신형 엠블럼 역시 호불호가 갈렸지만, 스티커로 옆에 따로 붙인 걸 보니 불호인 소비자만 있었던 것은 아닌 듯하다.
엠블럼 튜닝에서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엠블럼 튜닝에서 끝난 경우도 있지만, 일부 사례의 경우 엠블럼 외에 다른 부분들도 튜닝을 거쳐 완전히 다른 차를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쏘나타를 아우디처럼 보이게 만든 쏘우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차량은 엠블럼뿐만 아니라 순정 범퍼와 안개등,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아우디의 것으로 교체했다. 전체 드레스업 비용은 150만 원 내외라고 알려졌다. 당시 쏘나타 NF 트랜스폼의 가격이 3,000만 원 초반인데, 아우디 A4의 가격은 5,000만 원 내외였으니, 차주만 만족했다면 나름 가성비 좋은 선택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법적으로 문제는
되지 않는 걸까?
그런데 이쯤에서 문득 궁금해진다. 엠블럼 튜닝은 불법이 아닌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표법 위반에 해당한다. 지난 2014년 그리고 2017년경에 특허청 상표권 특별 사법 경찰은 인터넷과 오프라인을 통해 수입차 상표를 부착한 튜닝용품과 액세서리를 판매해오던 판매업자 4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자동차 라이트, 그릴 및 범퍼 등을 불법 튜닝하면서 튜닝용 위조 자동차의 엠블럼 등을 판매해온 혐의를 인정받아 불구속 입건됐다. 위조 튜닝 제품들은 물론 전량 압수됐다. 압수된 물품은 각종 수입차 드레스업용 가짜 엠블럼 그리고 가짜 상표가 적용된 그릴, 머플러, 브레이크 패드 등을 포함하여 총 2만 5,000여 점이었다.
구매자도 엠블럼 튜닝을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위의 경우는 판매자에 해당하고 판매의 목적이 없는 구매자들까지는 법의 영향이 아직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은 차주 중에 엠블럼을 튜닝한 차주가 있다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한 번 더 엠블럼에 관해 고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튜닝은 후에 중고차로 차량을 팔게 될 때 중고 감가에도 치명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도 결국 자충수를 두는 격이다. 모르고 있었든 알고 있었든, 불법적인 일에 도모하는 것과 더불어 후에 중고 감가까지. 튜닝한 차에 만족감을 얻는 것과 별개로 이런 측면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엠블럼 튜닝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의견은 어떨까? 먼저 첨예하게 갈렸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가야 할 듯하다. “무엇을 하던 자기 맘이지”와 “내가 다 창피하다”라는 식의 반응이 공존한 것이다.
실제로 “근데 남한테 피해 주는 거 아니면 너무 뭐라고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개인의 자유는 보장받아야지”, “난 뭐가 됐든 그냥 상관 안 한다”라는 반응이 있는 반면에 “우리 집 아파트 주차장 팰리세이드에 제네시스 엠블럼 달려 있더라, 내가 다 창피했다”, “한국은 허세의 민족인가” 등의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독자의 생각은 어디로 기울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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