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노조 싸움이냐” 카니발 잡는다던 스타리아 결국 전주공장으로 생산 물량 나눠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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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동조합 간의 갈등
현대차 스타리아 일부 물량 전주공장 이관

좌=뉴시스 / 우=스타리아 클럽

현대차 노조는 대기업 노조 가운데 강성 노조, 귀족 노조라고 불린다. 이들은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파업을 무기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측을 압박하는 것이 아닌 같은 노조가 공장 간 일감 배분 문제로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제품 생산물량 배정을 놓고 같은 회사 내 다른 공장 노조 간 알력 다툼이 폭력 사태로 비화하는 일이 발생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전주 위원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최근 발생한 울산 공장노조와 전주공장 노조 간의 갈등으로 폭행 사건을 비판하고 나섰다. 과연 무슨 일로 노조 간의 갈등이 생긴 것일까? 오늘은 현대차 노노 갈등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정서연 에디터

온라인 판매 금지
코로나19 시대 시간, 장소에 상관없이 소비자에게 편리한 구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에 최근 현대자동차는 국내 첫 경형 SUV 캐스퍼를 온라인 판매로 내세워 흥행을 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캐스퍼는 난관을 만났다. 현대차 노동조합이 또다시 캐스퍼 온라인 판매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차가 GGM에서 처음 위탁 생산한 캐스퍼는 온라인 사전계약 첫날 역대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가장 많은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 8,940대가 계약됐다. 당시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신청이 몰렸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캐스퍼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고 나섰다. 노조 판매위원회는 지난달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캐스퍼 온라인 판매 저지를 결의했다. 노조는 “캐스퍼가 성공함에 따라 온라인 판매 차종이 확대되면 밥그릇을 뺏기는 것 아니냐”라는 이유를 덧붙였다.

현대 팰리세이드
미국 내 현지 생산 반대
현대자동차가 인기 SUV 팰리세이드를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생산하는 방안을 2년여 만에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미국 내 생산은 현대자동차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 한국에서의 생산 물량으로는 공급을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어 꺼내든 방안이다. 노조 내부에서는 미묘한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일감이 넘치는 울산공장 내 물량을 일감이 부족한 전주공장에 넘겨 활용하자는 노조 내부의 의견도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국내 생산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미국 내에서의 수요가 늘고 있음을 앞세워 노조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실제로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해 새 차 인도까지 평균 6개월 이상 소요되는 실정이다. 이에 사측은 미국 내 생산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이번에도 거부 의사를 밝히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고용 안정위에서도 노사는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생산 증산이 무산될 경우 내년 3만 5,000대의 공급 부족을 예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를 사겠다는 주문이 밀려들고 있음에도 내부 갈등으로 생산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라며 “밀려드는 수요에 제때 응답하지 못한다면 신뢰성과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 폭행 사태 / 조선일보

고용안정위원회에서
폭행 사태 일어났다
생산 물량이 모자라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 물량을 나눠주는 문제를 놓고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원들이 같은 민노총 소속인 전주공장 노조 간부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노사가 모인 가운데 열릴 예정인 고용안정위원회에 참석하려던 전주공장 노조를 울산4공장 노조가 막다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전주공장 노조의 대표 의장이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갔다. 이날 회의에서는 울산4공장의 생산 물량 중 일부를 전주공장에 넘겨주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폭행으로 인해 개최가 무산됐다.

의장 폭행에 대해 전주공장 노조는 “물량 나눠주는 것에 동의를 못 하겠다고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사람이 전주에서 간 동지를 폭행하는 이런 끔찍한 일은 노동조합 역사상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주공장 노조가 배포한 것으로 알려진 게시물에는 ‘근조’ 표시와 함께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지 못하면 노동조합은 수명을 다한 것이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이제 죽었다”라고도 썼다. 남양연구소, 아산공장, 정비, 판매, 모비스 등 울산공장 외 다른 사업장 노조도 전주공장 노조와 함께 울산4공장 노조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와 간담회 / 중앙일보

전주공장 생산 물량
이전 문제를 논의하는 중이었다
이번 고용안정위원회는 전주공장 생산 물량 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지난 8월 26일을 시작으로 9월 17일까지 이미 3차례 회의가 열렸다. 현대차 측은 울산4공장에서 생산하는 스타렉스의 후속 모델인 ‘스타리아’의 생산량 3만6,000대 중 약 8,000대를 전주공장으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울산4공장이 스타리아 8,000대를 전주공장에 넘기면 그만큼 팰리세이드를 더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연 4차 회의가 열리려던 지난달 30일 울산4공장 노조가 ‘스타리아는 안 된다’라며 물리력을 행사해 이를 막았다. 울산4공장 노조 입장에선 스타리아를 전주공장에 내주면 일감을 빼앗기는 것이 되고, 또 다양한 차종을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노조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울산4공장 노조는 “스타리아 대신 차라리 팰리세이드를 가져가라”라고 했다. 팰리세이드는 미국에서도 주문이 몰리고 있는데, 현대차는 미국 현지 생산을 계속 검토 중이다. 한국 공장과 달리 미국 현지 공장은 생산 능력이 아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울산4공장 노조 입장에선 자신들이 전주공장으로 넘기겠다는 팰리세이드 물량이 어차피 회사가 미국에서 생산을 검토하는 물량이기 때문에 현재의 일감을 당장 빼앗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울산 4공장 노조 주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스타리아는 전주공장에 100억 원을 들여 설비를 늘리면 7개월 뒤부터 생산이 가능하지만 팰리세이드는 3000억 원을 들여야 26개월 뒤부터 겨우 생산할 수 있다. 전주공장 노조도 “26개월 뒤면 이미 조합원들 다 떠나고 의미가 없다”라며 반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 경북일보

다른 자동차 기업에는
없는 제도가 있다?
이번 현대차 공장 노사간의 갈등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현대차 노조는 변질이 되어도 너무 변질되었습니다. 노동자 공공의 이익을 위한 집단이 아니라 조합원 그들만의 사익을 위한 집단이 되었으니”, “이젠 하다하다 노조끼리 싸우네”, “지금 이 상황까지 온건 현대차가 노조의 말을 너무 잘 들어줬기 때문이다”라며 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현대차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다. 현대차는 노조와의 단체협약에 따라 고용안정위원회를 통해 노조 동의를 받지 않으면 생산 물량을 조정할 수 없다. 도요타, GM, 폭스바겐 등 다른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는 없는 제도다. 노조 허락 없이는 생산 물량 배분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현대차는 지난 1996년 아산공장을 이후로 25년간 국내에는 공장 증설을 하지 않고 있다. 또 2019년 이후 생산직 신규 채용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전동화 전환은
할 수 있을까?
지난달 현대차는 미래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74억 달러, 한화로 약 8조 4,000억 원 규모의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중인 가운데 노조가 ‘산업 전환에 따른 미래협약’을 별도요구안으로 내걸었다.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노조원의 고용 보장을 약속해달라는 내용이 주된 취지다.

현대차 노조의 별도 요구안과 이번 노노 갈등에는 친환경차로의 전환에 따른 불안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의 내연기관차 시장이 전기차나 수소차 위주로 개편되면서, 일감이 줄어들고 노조원들의 고용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입장에선 전기차 전환 때문이라도 지금의 물량을 최대한 붙잡아야 하는데다, 올해 연말 노조 선거까지 걸려 있어 물량 나눠주기를 못 하는 것”이라고 했다.

울산공장과 전주공장 간 생산 물량 조정을 놓고 벌어진 현대자동차 노조 내부 갈등이 일단락됐다. 현대차 노사는 7일 울산공장에서 제4차 고용안전위원회를 열고 울산4공장에서 생산중인 스타리아 일부 물량을 전주공장으로 이관해 한시적으로 생산하는데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스타리아 8,000대가량은 울산4공장에서 차체 바디를 공급받아 한시적으로 전주공장과 공동생산하고, 반도체 부족 등으로 공급 문제를 겪고 있는 팰리세이드의 경우 국내 공장 생산량을 연간 2만 대가량 늘리기로 했다. 다만 노사는 합의문에 울산공장이 스타리아 생산 주력공장임을 확약하는 조항을 명시했다. 또 전주공장과 공동생산 실시 이후 1년 단위로 협의하기로 했다. 현재 개발 진행 중인 스타리아 수소전지차 등 친환경차는 울산공장에 우선 투입한다는 조항도 명시했다.

현대차 전주공장은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를 만드는 곳이다. 1995년 연 10만 대 생산설비를 구축했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상용차 수요가 감소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 가동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 6만 9,000대까지 생산했던 전주공장의 지난해 말 누적 생산량은 3만 6,000대로 크게 줄었다. 전주공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250명은 2018년 기아차로 이동하거나 아산공장으로 배치됐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스타리아가 전주공장에 물량이 배정되어 다행이다. 공장 가동이 원활해져 다시 지역 경제를 견인해 주는 현대차가 되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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