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로엔 없는 차 빼고 다 있다”
최초의 국산 오픈카 쌍용 칼리스타
국내 도로서 포착, 차주의 정체는?
최근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이 있다. “국내 도로에는 없는 차 빼고 다 있다”라는 말이다. 오늘 소개할 차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박물관에 전시되어도 마땅할 올드카가 국내 도로서 포착돼 화제가 일고 있다.
해당 모델은 많은 이들의 드림카로도 유명하다. 판매 당시에는 범접할 수 없는 가격 때문에 드림카로 불렸다면, 지금은 더 이상 쉽게 구할 수 없어서 진정한 의미의 ‘드림’카로 불린다. 바로, 쌍용 칼리스타다. 이 모델은 출시 이후 몇 대 팔리지 않아 금세 단종됐던 비운의 차이기도 하다. 이어질 글에서는 ‘최초’, ‘유일’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쌍용 칼리스타에 대해 알아보겠다.
글 정지현 에디터
팬더 리마가
칼리스타의 시작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먼저 짚고 갈 사실이 하나 있다. 보통 칼리스타는 ‘쌍용’ 칼리스타로 불리는데, 이 모델의 기원은 또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영국이다. 영국의 팬더 웨스트윈즈에서 1976년에 제작한 리마가 칼리스타의 시작이다.
팬더는 로버트 얀켈이 세운 자동차 회사로, 로버트는 카레이서, 설계 엔지니어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1971년에 팬더를 설립하고 처음 만든 차가 J72였으며, 이는 재규어 SS100을 본뜬 차다. 로버트는 J72을 제작한 후에 다양한 모델을 출시하다가 1976년, 칼리스타의 기원인 리마를 제작하게 된다.
리마에서 칼리스타로
쌍용차서 판매 시작
리마는 눈길을 사로잡는 멋진 디자인 덕분에 1980년, 당시 진도모피 그룹의 사장인 김영철의 눈에 띄게 된다. 김영철은 소문난 자동차 애호가로, 수소문 끝에 팬더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이에 리마를 사는 대신 아예 회사를 인수하는 통 큰 결정을 하게 된다.
이후 리마의 디자인에서 약간의 수정을 거쳐 칼리스타가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불행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 판매 및 경영 부진으로 진도모피 그룹은 쌍용차에 매각된다. 쌍용자동차는 칼리스타의 수작업 키트 조립 방식의 생산이 국내 사정에 적합하지 못하다고 판단해 일단 생산을 유보하게 된다. 그러나, 곧 1990년경 영국 생산라인을 평택공장으로 이전하고, 1992년 1월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한다.
어마어마했던 가격
3,000만 원 중후반대
우여곡절 끝에 생산을 시작했는데, 문제가 하나 더 남아있었다. 바로 가격이다. 칼리스타가 1990년도 초중반에 판매될 당시, 판매가는 3,300만 원에서 3,800만 원에 달했다. 지금도 3,800만 원이 싼 가격은 아니지만, 1990년도 초중반은 강남 개포동 주공아파트 23평형 매매가가 1억이 안 되던 시절이었다. 이와 비교해 생각한다면, 3,800만 원이라는 가격대가 얼마나 어마어마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시장 내에서 살펴봐도 당시 팔리던 최고급 세단, 1세대 그랜저의 가격이 1,700만 원에서 1,900만 원 수준이었다. 가장 비싼 트림 3.0이 겨우 3천만 원을 넘어설까 말까 한 시대였으니, 칼리스타가 얼마나 비싼 차인지 말을 다 한 수준이다.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처참한 판매량 기록했다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던 20세기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3천만 원 중후반대 가격의 2인승 로드스터라니. 사실상 칼리스터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서야 살 수 없었던 차인 셈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판매량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당초 쌍용차는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연간 내수 100대와 수출 200대’라는 목표로 평택 공장의 수가공 라인을 돌렸지만, 칼리스타의 생산은 예상보다 1년 이른 1994년에 멈췄다. 단종 시점에서 최종 생산대수는 고작 78대였으며, 실제 판매 대수는 69대에 그쳤다. 그마저도 내수에는 3년간 32대, 해외로 보낸 37대가 전부였다.
“주행 중 발견한 이 차
무슨 모델인가요?”
그런데 총 69대만 팔린 차가, 그것도 내수에 32대만 있다는 차가 국내 도로에서 주행 중에 포착됐다. 최근 독자로부터 받은 제보를 살펴보면, “주행 중에 신기한 차를 봤다”, “이 레트로한 감성은 차는 무엇인가”라며 해당 모델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차량의 정체는 앞서 쭉 설명했듯 칼리스타였고, 이에 한 걸음 나아가 알아낸 또 다른 사실을 이야기할까 한다. 번호판을 대조해 본 결과, 해당 칼리스타는 영화, CF 차량을 대여해 주는 업체에서 가진 차로 밝혀졌다. 이렇듯 희귀한 차량을 가진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했다면, 궁금증이 조금은 풀렸으면 한다.
디자인을 조금만
살펴본다면
마무리하기 전에 디자인도 살펴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먼저 전면부엔 세로형의 긴 보닛을 중심으로 좌우에 커다란 원형 헤드램프 한 쌍 그리고 작은 원형 헤드램프 한 쌍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법적으로 금지된 철제 범퍼가 그릴에 장착돼 있으며, 가장자리에는 요즘 차에 순정으로는 보기 어려운 오버휀더가 있다.
측면은 오버휀더가 가장 눈에 띄는데, 맨 앞에서부터 맨 뒤까지 곡선 형태로 이어져 있고, 도어가 있는 부분은 발판 기능을 겸하고 있다. 이 측면부 특징은 사실 실용성 측면에서는 내부 공간이 좁아지니 단점에 속한다. 하지만 애초에 칼리스타 자체가 실용성을 강조한 모델이 아니다 보니, 이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후면에는 정통 SUV처럼 예비 타이어를 트렁크에 장착할 수 있는 모습이다.
“다시 나와줘라”
“포스 봐라 미쳤다”
앞서 언급했듯이 칼리스타는 많은 이의 드림카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가끔 도로에서 칼리스타가 포착되면 반응이 상당히 뜨겁다. “포스 봐”, “미쳤다 진짜”, “나도 도로에서 한번 보고 싶다” 등의 반응이 이를 증명해 준다.
또한, “뭐든지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야 하나 보다. 지금은 진짜 잘 팔릴 듯”, “외관은 그대로, 실내는 요즘 트렌드로, 가격은 적당히. 이렇게 나오면 소원이 없겠다” 와 같은 반응들이 줄을 잇기도 한다.
희소성부터 디자인까지 사로잡은 모델, 쌍용 칼리스타의 역사부터 디자인까지 두루두루 살펴봤다. 많은 이들이 염원하는 것처럼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칼리스타가 나온다면 참 좋겠지만, 현재 쌍용차의 사정과 강화된 안전 규제로 인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올드카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모델이니만큼, 이에 현대적인 감성을 더해서 재출시된다면 얼마나 멋진 모델이 탄생할까 싶다. 독자들은 칼리스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댓글로 다양한 의견을 더해준다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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