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무너지나? 셀토스 등장에 갑자기 난감해진 SUV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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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경쟁 사회에서 모두가 공존하기란 매우 어렵다. 누군가 특출나게 잘 나간다면 그렇지 못한 상대는 잊혀지거나 아예 사라지기도 한다. 개인에게도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는데, 물건을 만들어 파는 기업은 오죽하겠는가. 자동차 시장 역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가 분명히 드러난다.

소형 SUV 시장은 이 자동차의 무대였다. 그리고 이 자동차의 빛나는 순간도 마냥 영원할 것 같았다. 그런데 최근 새롭게 등장한 경쟁자에게 1위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쌍용 티볼리’ 이야기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최근 뒤바뀐 한국 소형 SUV 시장의 왕좌,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티볼리’ 행보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가장 작은 체구
가장 많은 판매량
한때 티볼리는 “소년 가장”이라 불렸다. 쌍용차 집안에서 가장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운 일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쌍용차는 티볼리 출시 전과 후로 나뉜다. 티볼리 출시 이후 새로운 패밀리룩을 갖추게 되었고, 티볼리 출시 이후 연간 판매량을 꾸준히 10만 대 이상으로 유지 중이다.

티볼리가 처음 출시된 2015년 쌍용차의 한 해 판매 실적은 9만 9,664대였다. 이후 2016년 10만 3,554대, 2017년 10만 6,677대, 2018년에는 10만 9,140대를 판매했다. 10만 대 이상을 유지하면서도,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18년에는 티볼리뿐 아니라 ‘렉스턴 스포츠’의 판매량 견인 역할도 컸다.

티볼리가 단순히 판매량만 견인했다고 해서 쌍용차의 상징적인 모델로 통하는 것은 아니다. 쌍용차 내에서 가장 많이 팔렸을 뿐 아니라, 소형 SUV 시장에서도 오래도록 1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쉐보레 트랙스’와 ‘르노삼성 QM3’가 열어놓은 시장에서, 트랙스와 QM3가 몰락할 때 티볼리는 계속해서 상위권을 유지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현대차가 ‘코나’를 출시했을 때다. 일반적이라면 현대차가 판매량을 크게 앞섰어야 했으나,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산 소형 SUV 판매 1위 자리는 계속해서 티볼리가 차지해왔다. 물론 올해 결과는 아직 모른다.

기아차는 셀토스
현대차는 베뉴를 출시했다
이미 소형 SUV 시장이 치열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예고되어 왔다. ‘쌍용 티볼리’,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 ‘현대 코나’, ‘기아 스토닉’, 그리고 여기에 기아차는 ‘셀토스’를, 현대차는 ‘베뉴’를 새로운 지원군으로 앞세웠다.

소형 SUV 시장에 관심 있는 분들은 셀토스와 베뉴의 판매 실적을 눈여겨보았다. 첫 달 판매 실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달 실적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아직 판단하긴 이르지만, 소형 SUV 시장 판도가 바뀔 징조가 어렴풋이 나타났다고도 볼 수 있다. 쌍용차의 소년 가장 ‘티볼리’가 긴장해야 하는 순간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얼마 전 출시된 셀토스
심지어 베뉴에게도 밀렸다
올해 월별 판매 실적을 살펴보자. 1분기까지 ‘티볼리’는 월 3,000대 수준을 계속해서 유지하다가 4월과 5월 4,000대 수준으로 판매량이 늘어났다. 그러다 6월에 2,940대로 1,000대가량 줄어들더니 7월에 다시 3,400대 수준으로 회복한다.

7월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다. 7월 한 달 동안 ‘티볼리’는 3,435대가 판매되었다. ‘기아 셀토스’는 3,355대, ‘현대 베뉴’는 1,753대로 티볼리보다 낮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8월에 갑자기 티볼리는 2,317대로 떨어졌고, 베뉴는 3,701대, 셀토스는 6,109대로 두 배 가까이 실적이 상승했다.

아직 판단하긴 이르지만
셀토스와 무려 3,800대 차이
긴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직 티볼리의 운명을 판가름하긴 이르다. 한 달 따라잡았다고 그 다음 달까지 판매량이 밀린다고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8월 한 달만 셀토스와의 판매량 차이가 무려 3,800대에 달한다. 정확히 말하면 3,792대다. 티볼리의 한 달 판매량 수준으로 차이를 보인다.

셀토스뿐 아니라 베뉴에게도 밀렸다. 베뉴는 한 달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들의 판매 실적이 증가함과 동시에 티볼리의 판매 실적은 1,000대 넘게 빠졌다는 것이다.

티볼리는 쌍용차에게
중요한 볼륨 모델
만약 티볼리 판매량이 계속해서 부진하다면 쌍용차에겐 자칫 위기가 될 수도 있다. 티볼리가 판매량 견인 역할을 잃어간다면 쌍용차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것은 ‘렉스턴 스포츠’뿐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렉스턴 스포츠는 티볼리보다 2,000대 정도 많은 2만 8,117대가 판매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신형 코란도는 9,168대, 렉스턴은 8,144대가 판매되었다. 즉, 쌍용차 판매량 견인 역할은 ‘티볼리’와 ‘렉스턴 스포츠’에게 대부분 몰려있다는 것이다. 이중 하나라도 제 역할을 잃어버린다면 쌍용차에게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쉐보레는 국내 생산되는
트레일 블레이저 출시 예정
계속 늘어나는 경쟁자
만약 현대기아차였다면 빠른게 상품성 개선 모델을 등장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쌍용차는 개선품을 빠르게 내놓기 어렵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액으로 96조 8,000억 원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 7,0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쌍용차에게 ‘지프 코란도’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필요하다”라면서도, “지금 쌍용차 규모나 상황으로서는 큰 모험이자 리스크”라고 선을 그었다. 새로운 자동차 개발은 물론이고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기도 비교적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지엠 쉐보레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소형 SUV ‘트레일 블레이저’를 출시할 예정이다. 빠른 대응이 어려운 가운데 계속해서 새로운 경쟁자들이 출전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그리고 쉐보레도 경쟁을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보완과 개선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반복할 것이다. 쌍용차가 이 속도를 따라가려면 볼륨 모델이 잘 팔려야 하고, 여기에서 발생한 수익을 개발 비용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경쟁 상대가 늘어나면서 판매량을 빼앗기는 일종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 갈 수 없는 모델 노후화
과거가 다시 반복될 수도 있다
어떤 제조사든 모델 노후화는 피해 갈 수 없다. 시간이 계속해서 흐르기 때문에 지금 나온 신차도 언젠간 ‘사골’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티볼리는 출시된 지 4년째다. 최근 페이스리프트까지 적절한 시기에 진행되어 어렵지 않게 상승세를 이어갈 줄 알았다.

그러나 셀토스와 베뉴가 출시되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판매량이 뒤집혔다. 만약 이 악순환이 반복되고,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면 티볼리 신화도 위험해질 수 있다. ‘렉스턴 W’와 ‘코란도 C’가 있던 그 시절 쌍용차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좋고 나쁨을 떠나
현대기아차와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와 경쟁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냉정하지만 어쩔 수 없는 시장 경쟁자들의 운명이다. 소비자들은 상품성이 더 좋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자동차를 찾는다. 더 비싼 가격에 상품성이 비슷하거나 아예 떨어진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 수밖에 없다.

티볼리에게 새로운 경쟁 상대가 생겼고, 이들이 등장하자마자 판매량 판도가 뒤집어졌다. 티볼리도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상품성을 대폭 개선했지만, 새롭게 등장한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티볼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쌍용차 입지가 줄어든다는 것
소비자에게도 그리 좋지 못하다
왜 잘 팔렸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
쌍용차 입지가 줄어든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시장 경쟁 사회에서 독점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시장을 독점하면 경쟁할 상대가 없기 때문에 가격도 마음대로, 상품성도 굳이 빠르게 개선할 필요가 없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더 나은 상품을 더 나은 가격으로 만날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쌍용차에겐 기업으로서 가져가야 할 사회적 역할이 분명히 존재한다. 다른 제조사가 내놓은 자동차의 가격이 터무니없게 상승하는 것을 막고, 동시에 서로 좋은 상품성을 갖출 수 있도록 경쟁을 부추기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소형 SUV 시장에선 티볼리가 그 역할을 충분히 다 했다.

만약 티볼리가 셀토스보다 상품성이 더 나았다면, 가격도 더 합리적이었다면 판매량을 크게 잃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셀토스 판매량이 두 배 뛰는 것과 동시에 티볼리 판매량이 1,000대가량 빠졌다는 것에 대해 쌍용차는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쌍용차는 티볼리가 그간 왜 잘 팔렸는지도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많아질 라이벌들과의 경쟁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올해가 가면 티볼리도 곧 세대교체 시기를 맞이한다. 부디 중요한 시기와 방법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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