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수입차 전성시대, 전체 수입차 판매량 중 23%가 억대 수입차
그 중에서 65%는 법인 명의, 문제는 과연 진짜 업무용으로 쓰는가
요즘은 수입차 전성시대다. 옛날에는 수입차 자체를 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디 가도 수입차를 쉽게 볼 수 있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는 이제 국산차 수준으로 많이 보이고, 요즘에는 1억이 넘는 고가 수입차들도 국내에서 잘 팔린다.
작년에 수입차 총 25만 2,242대중 1억 원이 넘는 고가 수입차는 6만여 대 가량 팔렸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법인으로 등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법인으로 등록된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등록만 법인으로 해놓고 실제 이용은 개인처럼 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법인차에 대해 번호판을 별도로 해달라는 요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글 이진웅 에디터
벤츠, BMW는
르쌍쉐보다 많이 팔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작년 11월까지 수입차 판매량은 총 25만 2,242대다. 참고로 작년 12월 판매량은 아직 집계가 되지 않은 상태다. 전년 동기 24ㅏ만 3,440대 대비 3.6% 증가한 수준이다.
벤츠와 BMW는 르쌍쉐보다 더 많이 팔렸다. 벤츠는 6만 9천 대, BMW는 6만 1,436대를 판매했다. 한편 르노삼성은 5만 3,934대, 쉐보레는 5만 1,772대, 쌍용차는 5만 553대를 판매해 작년보다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그 외에 아우디가 2만 1,242대, 볼보가 1만 3,635대, 폭스바겐이 1만 3,444대, 미니 1만 413대, 지프 9,350대, 렉서스 8,994대, 포르쉐 8,167대 등을 기록했다.
벤츠, BMW, 아우디는 순위가 그대로고 볼보가 폭스바겐을 꺾고 4위로 올라섰다. 소형차 브랜드인 미니도 만대 넘게 팔았고, 지프도 요즘 몇 년째 선방하고 있다.
1억 원 이상 고가 수입차도
6만 대 가까이 팔렸다
그중에서 1억 원 이상 고가 수입차 판매량은 5만 9,435대로 거의 6만 대에 육박한다. 전년 4만 3,158대보다 37% 증가했다. 수입차 전제 충에서는 23% 정도를 차지한다. 즉 작년에 판매된 수입차 5대 중 1대는 1억 원 이상 고가 수입 차였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억에서 1억 5천만 원 사이 수입차는 4만 3,020대이며, 1억 원 이상으로 대부분 럭셔리카나 슈퍼카로 분류되는 차들은 1만 6,415대를 기록했다. 1억에서 1억 5천만 원 사이 수입차 판매량을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벤츠가 1만 5,408대, BMW가 1만 4,914대, 포르쉐 5,856대, 아우디 4,101대 등이 있다.
1억 5천만 원 이상 판매량을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벤츠가 1만 289대, BMW 2,393대, 포르쉐 1,745대, 벤틀리 484대, 아우디 480대 등이 있다. 그 외에 전 차량 1억이 넘는 마세라티가 730대, 슈퍼카 전문 브랜드 람보르기니 323대, 럭셔리카 브랜드 롤스로이스 211대 팔렸다.
포르쉐와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고가 수입차 브랜드의 성장이 눈에 띈다. 벤틀리는 전년 동기 대비 91.3% 증가했으며, 포르쉐도 15.3% 증가했다. 람보르기니도 14.9% 증가했다.
억대 수입차 10대 중
6대는 법인 명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지난 9월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억대 수입차중 법인 명의는 65%를 차지했다고 한다. 개인의 두 배 수준이며, 10대 중 6~7대는 법인 구매라고 보면 된다.
롤스로이스는 판매량의 91%가 법인이고, 람보르기니의 85%, 벤틀리의 80%가 법인이었다. 비율을 살펴보면 럭셔리카나 슈퍼카는 사실상 법인이 다 구매한다고 보면 된다.
법인 구매 자체는 문제가 안되지만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게 문제
물론 억대의 차량을 법인 명의로 구매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된다. 다만 구입은 법인 명의로 하고 이용은 사실상 개인처럼 하는 것이 문제다.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하면 차 값과 유지비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소득 금액 계산 때 법인세를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정말로 업무에 사용했다면 당연히 아무 문제 없지만 개인적으로 이용할 경우 법인세 탈루 등 문제가 생긴다. 법인 차는 개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슈퍼카나 고가의 스포츠카의 경우 업무용으로 쓸 일이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도 법인으로 많이 등록되어 있다. 상식적으로 봐도 기업 임원이 업무차 어디를 나가는데 슈퍼카를 타고 간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법인차 규제를 강화했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어 보인다
이 문제는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것으로, 2016년, 법인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업무용 차량 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운행 기록부상 총주행거리에서 업무용 사용거리가 차지하는 비율만큼 비용이 인정된다. 만약 업무용 차량 보험에 가입하고 운행 기록을 작성하지 않으면 연간 1,500만 원까지만 인정되고, 운행 기록을 작성하면 이를 검증해 업무용으로 사용한 부분을 추가로 인정해 준다.
하지만 운행 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경우, 이를 잡아낼 방법이 없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어 운행 기록 상에 B회사로 C안건으로 미팅하러 갔다고 작성은 되어 있지만 이것이 사실인지 알아낼 방법이 현 상황에서는 없다. 실제로 법인차 규제를 강화한 이후로 잠시 법인명의 수입차 비중이 떨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늘어나고 있다.
법인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꽤 있다
법인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꽤 있다. 한 기업의 사주는 슈퍼카 6대를 법인으로 등록해 개인적으로 이용했으며, 그의 배우자와 대학생 자녀도 초고가 스포츠카 2대를 자가용으로 사용한 점이 적발되었다.
참고로 위 경우 법인차를 개인적으로 이용한 배우자와 자녀도 처벌받을 수 있다. 탈세에 대한 공모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지만 처벌받는 사례는 매우 적다.
법인차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
이렇게 되자 법인차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방안들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먼저 법인차로 구매할 수 있는 차종을 정해두는 것이다. 만약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으로 구매해야 한다면 그 사유를 명확히 제시해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고급 호텔이라면 VIP 의전이나 투숙객 이벤트 등이 있겠다.
또한 운행 기록지를 전산화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현재 운행 기록지는 수기로 작성하게 되어 있어 언제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물론 전산화한다고 100% 조작을 방지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장치를 보완해둔다면 정말 법인차를 업무용으로 이용하는지 가려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법인 명의로 구매했을 경우 별도의 번호판을 배부하는 것이다. 번호판 색상을 다르게 한다든지, 아니면 법인차를 나타내는 별도의 문구나 숫자를 표기한다든지 등의 방법이 있다. 대중들에게 법인차 번호판이 이렇다는 것만 홍보가 잘 된다면 고가 수입차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슈퍼카 번호판이 법인차를 나타내는 거라면 이를 알아본 누군가가 국세청 등 신고를 통해 적발하기 용이해진다. 또한 법인들도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구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어 자연스럽게 구매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