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디젤’, 과거 잘 나갔는데 지금은?
친환경차 판매량에 추월당한 디젤차
디젤게이트, 요소수 대란…판매량 최악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디젤 모델 축소 중
디젤차의 시대가 영원할 것처럼 보였다. 한때 ‘클린 디젤’이라는 이름으로 가솔린차보다 판매량이 월등히 높았던 디젤차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특히 지난해 자동차 시장에 미친 여러 요인들이 디젤차의 판매량에 치명타를 입힌 것으로 보였다. 현재 디젤차의 판매량을 친환경차 판매량이 거의 다 따라잡은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미 디젤차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말했다. 작년 친환경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디젤차 판매량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에 네티즌들은 “요새 누가 디젤차 사냐”, “요소수 무서워서 안 삽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왜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오늘은 디젤차 시장 현황을 살펴본 다음 친환경차 시장도 함께 살펴보려고 한다.
글 정서연 에디터
“원래 무조건 디젤차였는데”
“굳이 디젤차를 살 이유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차 구매를 예정 중인 소비자들은 온 가족이 함께 타는 패밀리카를 선호해서 힘이 좋은 디젤차를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차를 시승해보니 기술이 좋아져서 그런지 힘이 디젤차보다 부족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일부 소비자들은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중고차 시세, 그리고 최근 이슈 등을 고려하면 굳이 디젤차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자동차 영업 사원들도 디젤차의 인기가 식은 것에 대해서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디젤차 판매량이 높은 아우디, 폭스바겐 등을 찾는 소비자들도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은 없는지 찾는다”라며 “경유차가 점차 비인기 차종으로 밀려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래도 과거에는
클린 디젤이었는데
디젤차는 높은 연비와 저렴한 기름값으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한때 가솔린차보다 많이 판매됐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2000년대 후반 오염물질 배출 저감에 성공하면서 ‘클린 디젤’이라고 불리며 유럽과 한국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시장에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판매량이 처음으로 감소했던 시기는 배출가스 양을 조작한 ‘디젤 게이트’ 파동과 잇단 화재가 발생한 이후부터였다. 그리고 2016년 수도권 지역에서는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시기에 노후 경유차 운행을 금지했고, 서울시는 2025년까지 공공 부문에서 경유차 퇴출을 선언했다. 그사이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LPG차 등은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저렴한 기름값?
코로나19 확산
소비자들이 디젤차를 고르는 가장 큰 이유였던 저렴한 기름값도 이제 머나먼 얘기다. 최근 경유값이 약간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초, 전국 평균 경유값은 리터 당 1,603원이었다. 1월 11일 오후 1시 기준 전국 평균 경유값은 리터 당 1,439원으로 1년 전 같은 날 리터 당 1,251원에 비해 가격이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경유가 휘발유보단 저렴한 건 확실하지만 그래도 전기차가 나온 이 시점에서 메리트가 없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디젤차가 설 자리는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 전반이 침체됐을 때 각국에서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 강화로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더 좁아졌다. 배출가스 규제에 맞추기 위한 기술 적용으로 디젤차 가격이 가솔린차보다 100만~200만 원 비싼 것도 디젤차 입지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출시된 2022년형 싼타페는 같은 트림의 가솔린 모델이 50만 원 오른 반면, 디젤 기본형은 240만 원이나 올랐다.
요소수 품귀 대란
종언시기를 앞당겼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을 강타한 요소수 부족 사태로 디젤차의 종언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불거진 요소수 부족 사태도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됐다. 요소수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대형 화물트럭과 상용차 등, 제때 요소수 주입을 하지 못해서 한때 물류 대란까지 예상됐었다. 하지만 승용차들은 요소수 10ℓ만 넣으면 1만㎞이상 넉넉히 주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다시 요소수 품귀 현상이 일어날까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디젤을 기피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는 추세다.
이에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기조로 이미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차 퇴출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승용차 부문에서는 디젤 신차부터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여기에 요소수 대란까지 겹쳐 소비자들의 디젤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디젤차가 현재 종언 위기에 빠진 상황인 것을 파악했다. 그렇다면 현재 디젤차의 판매량은 어떤지 지금부터 살펴보려고 한다.
디젤차 판매량
거의 다 따라잡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누적 디젤차 판매량은 39만 7,916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 45.9%로 정점을 찍었던 디젤차 판매 비중은 2019년 36.6%, 2020년 31.2%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LPG차 등 친환경차 판매량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세 차종의 합산 비중은 2018년 13.3%, 2019년 15%, 2020년 17.1%였다. 올해 1~11월에는 총 35만 7,406대가 판매되며 전체 신차 판매량의 22%로 껑충 뛰어올랐다. 여기에 현대자동차 수소차 넥쏘의 올해 누적 판매량인 8,206대까지 더하면 총 36만 5,612대로 비중은 22.4%로 소폭 늘어난다. 경유차 판매량과 2.6%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
디젤차 단종 진행 중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환경을 생각해 디젤 모델을 줄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기아가 인기 SUV 쏘렌토의 디젤 모델을 단종했다. 그리고 지난해 현대차는 제네시스 G70과 G80 디젤 모델을 단종하면서 디젤 세단 판매를 모두 중단했다. 단종된 차량들은 현대차그룹의 마지막 디젤 세단이자, 마지막 국산 디젤 세단으로 기록됐다.
SUV도 소형차 중심으로 디젤 단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코나, 한국GM 트랙스, 쌍용차 티볼리 디젤, 올해는 르노 캡처와 기아 셀토스 디젤이 단종됐다. 중대형 SUV는 아직 연비 좋은 디젤차가 팔리지만, 판매량을 살펴보면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이런 행보에 업계에서는 승용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종식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차 구매 목표제’ 시행
디젤차 아직까진 굳건하다?
국내에서는 올해부터 디젤차에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를 의무 적용하고 배출 제한 기준을 강화한다. 이달 28일부터는 국내 대기업과 렌터카업체가 신차를 구입하거나 임차할 때 일정 비율 이상을 친환경차로 채우도록 하는 ‘친환경차 구매 목표제’가 시행된다. 완성차 업체가 디젤 모델을 줄이면서 디젤 차량의 중고차 가격이 높지 않다는 점도 ‘탈디젤’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친환경차로 변하고 있고 완성차 업체들의 디젤 모델을 축소하는 상황을 확인한 전문가들은 “최근 1~2년 사이 코로나와 요소수 등의 이슈로 디젤 차량을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졌다”라며 “다만 중장비와 트럭 등 상용차에서는 디젤을 대체할 수 있는 연료가 아직 없어 승용차를 제외하면 디젤 수요가 굳건하다”라고 말했다.
디젤차의 판매량이 점점 감소하는 것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요소수 들어가는 디젤차는 환경오염의 주범이 아닌데”,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요새 친환경차를 선호하지만 장거리 출퇴근하는 사람이나 수백km씩 돌아다니면서 영업 뛰는 사람은 여전히 디젤이 필요하다”, “그래도 독일디젤차 할인하면 산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추가로 “요소수 들어가는 디젤은 오염으로 치면 종류가 달라서 그렇지 가솔린보다 더 청청하기도 한데”, “친환경차가 자연스럽게 대체되는 건 괜찮은데 너무 단종으로 몰아가지는 말자”, “옛날에는 클린 디젤이라고 홍보했으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친환경차가 맞나..? 나중에 폐배터리는 환경오염의 주범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인 네티즌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