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옵션으로 신차 사도
보조금 100% 받을 수 있다?
기아 EV6 보조금 논란
바야흐로 “대전기차 시대”다. 이제 이런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도로에서도 전기차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다양한 제조사에서도 앞다퉈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이미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많은 이가 전기차 오너일 수도 있겠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 본인이 전기차 오너라면, 혹은 앞으로 오너가 될 예정이라면, 전기차를 구매할 때 어떤 점에 가장 집중했는지 묻고 싶다.
주행 가능 거리? 디자인? 혹은 보조금은 아닌가? 보조금을 택했다면, 오늘의 콘텐츠를 주목해도 좋다. 최근 보급형 전기차 육성을 위해 변경된 2022년 보조금 정책이 외려 고가의 전기차에게 이득을 주는 모순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이 논란의 중심에는 EV6가 있다는데, 지금부터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함께 살펴보자.
글 정지현 에디터
전기차 전성시대
이만큼이나 팔렸다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대세의 반열에 오른 작년을 기준으로 전기차 판매량을 살펴보자. 한국 자동차 연구원이 밝힌 2021년 3분기까지의 연간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7만 1,006대다. 이는 2020년 같은 기간의 3만 6,268대보다 96% 늘어난 수치며, 2020년 세계 판매량 8위에서 한 단계 상승한 수치다.
11월까지는 9만 1,169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6% 증가한 모습을 보여줬다. 4분기 전체 실적의 경우 따로 올라온 자료가 없어 합산하지 못했지만, 그 수치까지 합산한다면 작년 총 판매량은 10만 대 이상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부터 바뀌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
전기차 시장이 이례적인 호황을 맞은 가운데, 정부는 보급형 차량을 육성하기 위해 구간별 보조금 지원 상한액을 인하한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자세히 살펴보자면, 지난해 6,000만 원 미만 100%, 6,000~9,000만 원 미만 50% 지원, 9,000만 원 이상 미지원에서, 올해는 5,5000만 원 미만 100%, 5,500만~8,500만 원 미만 50% 지원, 8,500만 원 이상 미지원으로 바뀐다.
또한, 5,500만 원 미만의 보급형 차량이 지난해에 비해 가격을 인하할 경우 추가 보조금을 인하액의 30%, 최대 50만 원 지원한다. 보급형 차량을 육성하고자 세운 개편안이니, 저렴한 전기차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 여기에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 대상 기업 차량에 지원하던 보조금에 무공해차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 보조금을 추가해 최대 규모를 확대한다.
보조금 논란에
불을 지핀 EV6
그런데 최근 의외의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5,500만 원을 초과하는 EV6 GT 라인이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였다. 기아 EV6 롱 레인지 GT 라인 2WD 가격은 세제 혜택가 기준으로 5,680만 원이다. 4륜 구동 옵션을 추가하면 5,980만 원까지 오른다.
이 가격은 지난해 기준으로 100%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지만 올해 기준은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 올해 기준을 적용하면 두 가격 모두 환경부의 50%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에 포함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그런데 EV6 GT 라인이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다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환경부가 정한 ‘5,500만 원 미만’의 기준이 지난해처럼 트림별 기준이 아닌 ‘인증 사양별 기본가격’ 기준이기 때문이다.
EV6의 경우 롱 레인지 라이트 2WD 가격이 5,020만 원에 형성돼 있다. 여기에 4륜 구동 사양을 넣으면 5,320만 원이 된다. 두 가격 모두 100% 보조금 지급 기준을 충족하며, 환경부의 인증 사양별 기본가격 측정 기준이 된다. 따라서 GT 라인 4륜 구동 가격이 5,500만 원이 넘는 고가이더라도, 모순적이게도 100% 보조금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겠다.
외려 고가 전기차에
이득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급형 전기차 육성”을 위해 보조금 정책을 개편한다는 기존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트림별 가격이 아닌 인증 사양별 기본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일명 ‘꼼수’를 부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이렇게 되면 옵션을 더해 6,000만 원 혹은 7,000만 원까지 가격이 형성돼도 보조금을 받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오히려 전년보다 보조금 정책의 방향성이 ‘고가 전기차를 위한 것’이 된다는 말이다.
현대차를 위한 개편안?
이런 이야기는 왜 나왔을까
한편으로는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바뀐 정책이 “왠지 현대차를 위한 정책 같다”라는 의견이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일까? 아이오닉 5나 EV6의 경우, 일부 트림은 5,500만 원을 넘지만, 이제 해당 차량의 최저 가격 기준으로 보조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어떤 트림을 선택하던지 모두 100% 보조금이 지급된다.
한편 수입차 업계는 불이익을 보게 된다. 벤츠 EQA는 5,990만 원에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GV60이 그랬던 것처럼 보조금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아우디는 서울 모빌리티 쇼에서 Q4 e-트론을 6천만 원 미만부터 판매하겠다고 밝혔는데, 보조금 50%를 포기해야 될 상황이다.
네티즌 반응
살펴보니 이랬다
이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어땠을까? “국토부를 넘어 환경부까지? 무섭네”, “보조금 주지 말고 차 가격 내리게 해야 한다”, “환경부 현기아 돈 받았냐? 정책하고는..”, “간단하고 알기 쉽게 모든 옵션 포함 구입 가격 5,500만 원 이하 보조금 100% 지급으로 하면 되잖아” 등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또한 “현대기아와 정부의 끈끈한 유착 아닌지”, “자국 산업 보호는 동의하지만 옵션질을 보장해 주는 이런 정책은 자동차 산업의 건강한 성장에 방해가 될 것 같습니다”, “ 환경부가 오히려 전기차 보금에 방해를 하고 있네”, “배터리 제조 단가를 낮추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서 배터리 단가가 하락한다면 굳이 전기차 보조금은 없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냥 아예 보조금을 폐지시키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등과 같은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았다.
지금까지 전기차 판매량, 전기차 보조금 그리고 보조금 개편안에 대한 문제 제기까지, 전기차의 다양한 면을 두루 살펴봤다. 시작은 보급형 전기차를 육성하기 위함이었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흐릿해진 듯한 모습이어서 안타깝기도 했다.
뭐든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돈’과 관련된 문제는 언제나 도마 위에 오르는 법. 말 많은 전기차 보조금,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향일까? 독자의 생각도 궁금하다. 댓글로 자유로이 의견을 남겨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국토부는 소비자 최우선 할 수 있도록 옵션 포함 전체가격으로 보조금 지불하는 것으로 수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