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난이 장기화되자 중고차 가격도 올랐다
1년 타고 차를 팔았는데 오히려 돈을 버는 사례까지
고가의 수입차들은 수천만원 프리미엄 붙는 경우도 있다
요즘은 신차 구매하기가 매우 어렵다. 국산차도 요즘은 대부분 몇 개월을 대기해야 하며, 수입차의 경우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차도 꽤 있다. 반도체 부족난이 끝나기 전까지는 출고 지연 문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몇몇 소비자들은 차를 바로 받을 수 있는 중고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지만 이 또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차종에 따라서 신차보다 중고차가 더 비싼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현재 14개월 정도 대기해야 하는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경우 1년 타고 신차 구입가보다 200만 원 정도를 더 비싸게 중고로 판매했다고 한다. 억대의 수입차 중에서 품귀현상이 일어나는 차들은 중고 시장에서 수천만 원 정도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어 차테크를 노리는 소비자도 꽤 있다.
글 이진웅 에디터
반도체 부족난에
원자재 부족까지…
2020년 연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부족난은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생산을 일시적으로 늘리면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해결책이 있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어서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 확충에 소극적이다. 거기다가 동남아 지역의 반도체 공장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가동이 대거 중단된 적도 있어 최악의 사태까지 올 뻔했다.
반도체만 부족한 것이 아니다. 원자재 부족 현상도 생겨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흑연,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이 영향을 받았다. 특히 전기차는 배터리도 그렇지만 반도체도 내연기관차보다 많이 들어가서 생산 차질이 매우 컸다.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도 대기 기간이 길다
반도체 부족난이 장기화되면서 요즘 신차를 구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기 기간이 매우 길어져 차를 받으려면 한 세월 기다려야 한다. 젊은이들의 첫차로 인기가 높은 아반떼도 이젠 7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와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4개월로 국산차 중에서 가장 길다. 니로도 사전계약 둘째 날부터 계약한 사람은 12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벤츠 E클래스는 5~6개월, BMW 5시리즈는 3~6개월, BMW X3는 5~6개월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E클래스와 5시리즈보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아우디 A6도 4개월가량을 기다려야 한다. 볼보는 기본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벤츠 S클래스도 1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원래도 대기 기간이 길었던 슈퍼카들은 그냥 계약 사실을 잊고 사는 것이 마음 편할 정도다.
국산차를 1년 타고
중고로 팔았는데
오히려 돈 벌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차 시장에서는 신차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계약만 하면 대기기간 없이 차를 바로 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몇개월 장기간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웃돈을 주고 중고라도 가져오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년동안 1만 8천km 탄 중고차를 신차보다 250만원 더 높은 가격으로 매물이 올라와 있었으며, 카니발의 경우 1년 반 동안 1만 7천km를 탄 중고차를 신차보다 50만원 더 높은 가격으로 매물이 올라와 있었다. 둘다 임의의 매물을 클릭한 뒤 확인한 사항이다. 1년 타고 차를 팔았는데, 오히려 돈을 번 셈이다. 그 외 신차 대기 기간이 수개월 수준으로 매우 긴 중고차들에 대해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고가의 수입차는
중고 가격에
수천만 원 프리미엄이 붙는다
수입차, 그중에서도 대기 기간이 매우 긴 고가 수입차들의 경우 수천만 원 프리미엄이 붙는다. 포르쉐 911 GT3의 경우 한국 홈페이지의 내차 만들기 기준으로 비싼 옵션들만 다 더해 구성한 신차 가격이 2억 9,300만 원인데, 올해 1월에 출고한 주행거리 30km짜리 중고 매물이 3억 4,120만 원에 올라와 있다.
해당 차량에 옵션이 무엇이 적용되었는지 게시물에 정확하게 명시가 되어 있지 않지만 최소한 4,820만 원의 차이가 난다. 비슷한 시기에 출고된 다른 GT3 모델도 3억 4,100만 원에 책정되어 있다.
람보르기니 우루스는 2억 5,514만 원부터 시작한다. 2020년 3월에 출고한 한 우루스 매물을 살펴봤는데, 신차 구매 시 7천만 원가량의 옵션이 추가되었다고 소개되어 있다. 즉 신차로 3억 2,500만 원 내외로 지불하고 구입했는데, 현재 중고 가격은 3억 7천만 원에 책정되어 있다. 출고한 지 2년 가까이 되었고, 3,500km 주행한 차가 4,500만 원 내외로 비싸게 책정되어 있다.
페라리도 마찬가지다. 3억 2천만 원부터 시작하는 로마는 옵션을 넣어 4억 2,900만 원 정도에 구입한 차를 4억 7,500만 원에 중고 매물로 올라와 있다. SF90 스트라달레의 경우 페라리 공식 인증사업부에서도 옵션이 포함된 신차 가격이 6억 7,730만 원인 차를 7억 500만 원에 중고로 판매하고 있다. 참고로 SF90은 해외에서도 1억~2억 정도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고 한다.
고가 차량의 중고 가격을 이용해
차테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자동차는 구입 후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집 목적으로 구입하는 사람은 있어도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있어도 페라리 250 GTO와 같은 희소성이 높고 역사적 가치가 상당한 클래식카 정도는 되어야 투자 목적으로 구입할 가치가 생긴다.
하지만 반도체 부족난으로 출고 대기가 장기화되자 일반적인 시판 차량들도 투자 목적으로 차를 구입하는 일명 차테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에 언급된 포르쉐 911 GT3나 람보르기니 우루스의 경우 한정판 모델이 아닌 일반 시판 차량이다. 이 차를 계약한 후 오래 기다려 신차를 받은 후 중고로 팔면 웬만한 직장인 1년 연봉 수준의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참고로 2021년 기준 대한민국 전체 평균 연봉은 4,328만 원이다. 한정판 차량인 경우 차익이 1억 이상인 경우도 있다. 당연하지만 신차 가격이 억대다 보니 돈 많은 부자들이나 할 수 있는 차테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