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시승기 “1년 만에 3.2만km 탔어요” 솔직하게 작성한 캠리 감정평가서

“1년 만에 3.2만km 탔어요” 솔직하게 작성한 캠리 감정평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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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당시 31,305km
일주일이 지나니 32,000km
새로 산지 1년 1개월이 지났다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31,305km였던 것이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32,000km를 넘어섰다. 집에서 오토포스트 사무실이 있는 강남역까지 50km, 강남역에서 집까지 50km… 하루에 100km, 적어도 일주일에 다섯 번은 500km를 고정적으로 타는 것이고, 외부 일정이 있거나 주말에 여행을 간다면 더 늘어난다.

‘캠리 2.5 가솔린’ 모델을 산지 1년 1개월 정도가 지났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데 어느덧 주행거리가 32,000km를 넘어섰다. 다르게 표현하면 보증 거리 3분의 2를 넘어선 것이 된다. 이 차를 타며 오토포스트를 키웠고, 이 차를 타고 동갑내기들과 전국을 돌아다녔다. 여기엔 부산도 포함된다.

서두가 길었다. 오늘 시승기는 기자도 평가자도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써 내려갈 수 있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은 ‘토요타 캠리 2.5 가솔린’ 모델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 차는 어떻다”보단 “내가 이 차를 산다면?”이라는 질문과 함께봐주시면 더 좋을 것 같다.

김승현 기자
사진 박준영 기자

2.5 가솔린 모델은
상위 트림 ‘XLE’만 판매 중
캠리 2.5 가솔린 모델은 상위 트림 ‘XLE’만 판매 중이다. 직물 시트 아니고 가죽 시트, 일반 전구 아닌 LED 전구가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에 들어간다. 풀 LED 헤드 램프, 풀 LED 테일램프다.

2.5 가솔린 모델은 207마력, 24.8kg.m 토크를 발휘하는 2,487cc 4기통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자동 8단 변속기를 장착한다. 복합 연비는 12.3km/L, 공차중량은 1,580kg이다.

Q. 타기 편한가?

A. 미국에서 잘 팔리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편안하고, 푹신하다
캠리는 북미에서 잘 팔린다. 지난해 북미에서 일곱 번째로 가장 많이 팔린 차에 이름을 올렸고, 한 해 동안 총 17만 8,795대가 판매됐다. 2017년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1.1% p 늘어난 것이다. 미국은 도로가 넓고, 한 번 이동할 때 주행 거리가 많다. 오래 운전하기 편한 자동차가 적합한 시장이라는 이야기다.

캠리의 승차감은 ‘스포티한 유럽차’보단 ‘푹신한 미국차’에 더 가깝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지나면 탄탄하게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몇 번의 반동이 있다. 고속에서도 접지력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쇼크업소버가 적절히 반동하며 푹신한 느낌을 준다.

요즘은 본래 정통 세단이었던 차들도 스포츠 쿠페형 세단으로 형태가 바뀌고 있다. 정통 3박스 형태가 아니라 ‘아우디 A7’처럼 뒷유리가 급격하게 눕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쏘나타’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캠리는 여전히 정통 3박스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스포티함보단 편안함을, 민첩함보단 묵직함을 추구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주행 느낌이 동급 세단들에 비해 묵직하다. 가속 페달,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 움직임 등이 비교적 묵직하다.

Q. 패밀리카로 적합한가?

A. 공간은 넉넉하다
특별한 잔고장도 없었다
패밀리 세단으로는 충분하다. 운전석은 시야가 넓고, 주행 느낌은 묵직하고 푹신하여 오래 운전하기 좋다. 앞 좌석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광활하게 넓진 않다. 공간을 잘 뺐다는 느낌을 받긴 어렵다. 휑한 분위기보다 안락한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적합하다.

뒷좌석도 공간도 넉넉하다. ‘E300’을 타는 직원이 있어 비교해보니 캠리가 조금 더 넓었다. E300을 타는 직원도 캠리가 조금 더 넓다는 의견을 주었다. 어떤 차가 더 좋다는 것이 아니라 대략 이정도 느낌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비교해본 것이다.

고장이 적은 것도 패밀리카에겐 큰 가산점이 될 수 있다. 사람마다 사례가 모두 같을 수는 없겠지만 32,000km를 타면서 잔고장은 없었다. 1,000km 정기점검, 1만 km 정기점검, 2만 km 정기점검, 그리고 최근엔 3만 km 정기점검을 받고 왔다. 교체한 것은 엔진오일, 에어컨 필터, 에어 필터 정도, 보충한 것은 냉각수와 부동액 정도다.

Q. 빨리 달릴 수 있는가

A. 언더스티어 성향이 강하다
스포티함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한계치가 높다
단점을 ‘이것’으로 잡았다
“빨리 달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보단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알맞겠다. 운전자는 내 차의 한계를 냉정하게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내 차의 한계 범위 내에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위에서 계속 언급했듯 캠리는 편안함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스포티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된다.

캠리는 정통 세단이다. 앞에 가로로 배치되어 있는 엔진은 비교적 높게 위치하고, 전륜구동 방식이다. 언더스티어를 위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고, 실제로 언더스티어 성향이 강하다. 조금만 높은 속도로 코너를 나가면 “이 차는 언더스티어 성향이구나”라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그리고 이전 모델에 비해 롤링을 잡아주는 능력이 크게 나아진 것도 아니다.

다만 한계치가 높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설계를 매우 잘했다. 언더스티어 성향이 강하고 롤링을 잡아주는 능력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장점보단 단점이다. 토요타는 이 단점을 다른 요소를 더해 제대로 보완했다. 타이어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며 “언더스티어 성향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때쯤 “그럼에도 타이어 그립력이 좋아 문제없구나”라는 것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캠리는 235/45R 18 규격 브리지스톤 투란자 타이어를 장착한다. 단순히 비교해보면 엔진 성능이 비슷한 ‘어코드 1.5 가솔린 터보’ 모델은 225/50R 17 규격 한국타이어를 장착한다. 토요타는 캠리의 강한 언더스티어 성향을 이 타이어가 충분히 잡아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판단은 옳았다. 중형 세단 중에서 타이어 그립을 느낄 수 있는 차는 몇 안 된다. 엔진 위치가 비교적 높고, 전륜구동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차가 스스로 언더스티어를 제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타이어 역할이 가장 크고, 서스펜션도 코너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 자세를 잘 잡아준다. 타이어를 잘 만든 브리지스톤, 그리고 설계자 입장에서 적절한 타이어를 선택한 토요타를 칭찬할만하다.

Q. 엔진은 어떤가

A. 자연흡기 엔진
꾸밈없고 순수하다
부드럽고 넉넉하다
2.5리터 4기통 자연흡기 엔진이다. 한 줄로 표현하자면 꾸밈없고 순수하다. 수많은 전자 장비가 장착되어 있다는 느낌보단 순수한 기계라는 느낌이 강하다. 고속에서만큼은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부드러운 사운드를 느낄 수 있고, 배기량이 요즘 나오는 자동차들에 비해 넉넉하여 여유롭게 속도를 올릴 수 있다.

다만 자연흡기 엔진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왜 이리 굼떠?”라고 생각하실 수 있다. 터보 엔진에 익숙한 분들에겐 당연하다. 터보 엔진은 낮은 RPM부터 최대 토크가 나온다. 즉, 신호를 대기하다 출발하면 “꽤 잘 치고 나가네”라는 느낌을 받기 쉬운 엔진 조건이라는 것이다. 반면 자연흡기 엔진의 최대토크와 최고 마력은 비교적 높은 RPM에서부터 나온다. 캠리의 최고출력 207마력은 6,600rpm에서 나오고, 최대토크 24.8kg.m은 5,000rpm에서부터 나온다. 저속보단 고속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공회전이나 낮은 속도에서는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먼 4기통 사운드가 들린다. 70km/h 정도부터 3,000과 5,000RPM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면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부드러운 사운드를 들으실 수 있다. 스피커나 배기구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 순수 엔진에서 나는 소리다.

오늘날 다운사이징이 추세고, 기술도 예전보다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배기량 높은 엔진을 무시할 수는 없다. 속도를 올려보면 오래도록 지속되는 여유로운 가속과 부드러운 자연흡기 엔진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다만 ‘여유로운 가속’과 ‘폭발적인 가속’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후자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캠리는 적합하지 않다.

Q. 가격은 합리적인가?

A. 독자분들께 판단을 맡긴다
없는 것만 이야기 나오길래
있는 것을 나열해보았다
자동차를 구매하는 분들에게 가격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캠리 2.5 가솔린 모델의 기본 가격은 3,560만 원이다. 별도로 옵션 가격이 발생하지 않고, 취득세 등을 고려했을 때 나오는 실구매 가격은 3,830만 원 정도 된다. 160마력을 내는 ‘쏘나타 2.0 가솔린 인스퍼레이션’ 풀옵션 모델 실구매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편의 사양보단 동력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반대로 편의 사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있는 편의 안전 사양과 없는 편의 안전 사양을 나열해보았다. 우선 없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능동 브레이크 시스템, 앞 좌석 통풍시트, 뒷좌석 열선, 전동 조절 조수석, 메모리 시트, 사이드미러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전동 트렁크 등이다.

있는 것들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스티어링 휠 연동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앞 좌석 열선, 듀얼 존 풀 오토 에어컨, 오토 하이빔, 속도 감응형 창문 제어 시스템, JBL 프리미엄 9스피커 사운드 시스템, 풀 LED 헤드 램프, 풀 LED 테일램프, 파노라마 선루프, 오토홀드, 천연가죽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 8인치 터치 디스플레이, 10 SRS 에어백 등이다.

구매해야 할 이유와
구매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두 가지가 뚜렷하다는 이야기
길지 않은 시간 뒤에 영상 시승기를 통해서도 아실 수 있겠지만 나는 스포티한 차보다 편안한 차를 좋아한다. 단단한 차보단 푹신한 차, 빠르게 튀어나가는 차보단 여유로운 차를 좋아한다. 이 역시 나중에 진행할 영상 시승기를 통해 나오겠지만, 박준영 기자는 단단하고 빠른 자동차를 좋아한다.

오늘 시승기 내용을 정리해보면 ‘캠리는 성격이 뚜렷하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이 성격은 오랜 세월 자동차 시장에서 검증되어왔다. 즉, 구매해야 할 이유와 구매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다시 말하자면 캠리의 성격과 맞는 사람이라면 구매해야 할 이유가 뚜렷하고, 캠리와 성격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다른 차를 선택해도 된다는 이야기다.

3,000만 원대 세단 중 승차감이 편안하고 푹신한 차, 엔진 성능과 변속기 반응이 여유로운 차, 그리고 적절히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차를 찾는 분들이라면 캠리 충분히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승차감이 탄탄한 차, 엔진과 변속기 반응이 즉각적인 차, 그리고 중후함보단 스포티한 3,000만 원대 세단을 원하는 분들이라면 주저 없이 다른 차를 선택하시길 권한다.

캠리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오랜 시간 혼동 없이 자아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애매한 럭셔리, 애매한 편안함, 반대로 애매한 스포티함을 추구하는 자동차들은 정체성이 흔들린다.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것은 노리는 구매층도 흔들린다는 이야기, 그리고 구매층이 흔들리면 결국 무너진다. 오토포스트 시선집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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