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타격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경제제재 본격화
러시아에 있는 현대차 공장 일시 중단?
타이어 가격이 오르는데 수익성 효과 없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작년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전년 수준을 유지하면서 선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어느 정도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싶었지만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정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러시아 경제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자동차 생산부터 시작해서 부품 공급 등 다방면으로 영향을 받고 있고 이에 자동차 타이어마저 판매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됐다. 도대체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자동차 업계에 어떤 영향들을 주고 있는지 오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자동차 업계의 위기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한다.
글 정서연 에디터
역시 우리나라도
피해갈 수 없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러시아 경제제재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반도체 등 하이테크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는 포괄적인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 이유는 현재 러시아로 수출하는 전체 품목 중 자동차 관련 품목 비중이 4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수출 품목가운데 승용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 비중이 각각 25.5%와 15.1%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판매 위축뿐만 아니라 생산망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 점유율이 높은
현대자동차와 기아
러시아 자동차 시장 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입지가 크다. 현재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연간 170만 대 규모로 이 중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점유율이 상당히 높다. 구체적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021년 러시아 시장에서 37만 7,614대의 판매됐다. 이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이어 두 번째 높은 판매량으로 러시아 시장 내 점유율은 22.7%에 달한다. 현대차그룹 내 글로벌 전체 판매량으로 보면 5.8%에 해당한다.
그리고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러시아로 수출하는 부품의 90% 이상은 현대차와 기아 현지 공장으로 납품되고 있다. 이번 미국 제제로 인해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현지에서 직접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 아닌 부품을 조달해 조립하는 형식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 23만 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 러시아 공장
일시적으로 가동 중단됐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이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됐다. 이에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용 반도체를 구하기 어려워 기존 3교대를 1교대로 줄이려 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아 공장을 셧다운 하기로 했다”라며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 때문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역시 지난 1월 차량 반도체 부족으로 이틀간 공장을 셧다운한 적이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올해 러시아 완성차 판매량 목표를 지난해 대비 5% 증가한 45만 5,000대로 잡았다. 하지만 연초부터 부품 수급 문제로 공장이 셧다운되면서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확실해졌다. 그리고 현대차는 올해 전기차 아이오닉 5의 러시아 진출도 고려하고 있었던 만큼 최악의 경우 러시아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업계는 서방 국가의 대러 제재에 따른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손실 규모가 4,000억~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크림반도 사태로
영향을 받은 적 있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합병 때도 서방의 제재 여파로 한국의 러시아 승용차 수출은 다음해 62.1%, 타이어도 55.7% 급감하며 영향을 받은 바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 수출한 자동차 부품은 약 15억 달러 규모로, 국내 부품업체들에 있어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러시아 수출 제재가 발동될 경우 완성차 업체는 수출 물량을 다른 시장으로 돌릴 수 있겠지만, 그럴 수 없는 부품 업계는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해 모든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네온과 크립톤 등 희귀 가스 공급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50%가량 점유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언급됐다. 반도체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크립톤은 지난해 전체 수입 물량의 48.2%가 우크라이나에서 30.7%, 러시아에서 17.5%를 수입하고 있다. 노광 공정에 쓰이는 네온 중 28.3%가 우크라이나에서 23.0%, 러시아에서 5.3%를 수입한다.
자동차 부품 공급난
차량 수급난 더 심각?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라며 “특히 주요국이 반도체, 항공 부품 등 전략 물자의 러시아 수출을 막는 제재안 발표 이후 부품 공급난은 심화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이미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희귀 가스 공급 차질에 따라 수급난이 더 심화될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사태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인기 차종의 경우 차량 인도까지 최대 1년 정도 걸리는 등 심각한 출고 지연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희귀 가스 공급 차질에 따라 수급난이 더 심해질 경우 차량 수급난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 변동에 민감한데
국제 유가 폭등하는 중
현재 세계 주요 천연가스와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결국 침공하면서 북해 브렌트유 4월물은 3% 넘게 뛰어 배럴당 100.04달러를 기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러시아에 대한 금융·경제 제재까지 이어지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타이어는 유가 변동에 민감한 업종이다. 타이어 주요 원재료인 카본블랙과 합성고무 등은 석유를 원료로 하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은 카본블랙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이에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는 이번 달부터 상품과 규격에 따라 타이어 가격을 3~10% 인상한다.
수익성 효과 거의 없다?
상황이 매우 안 좋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완성차 업계의 생산이 지연되면서 신차용 타이어 공급이 부진하지만 교체용 타이어 수요가 살아나면서 지난해 매출은 호조세를 보였다. 하지만 해상운송비 폭등과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어 타이어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효과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황이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해상운임 부담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세가 악화하면서 유가도 급등하고 있다. 악재가 계속 쌓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타이어 업계는 물량의 70~80%가 수출이다. 수출 지역에는 러시아도 포함된다”라며 “경제 제재까지 들어가면 원자재 수입뿐만 아니라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 경제제재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들이 받고 있는 타격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지금 코로나 때문에 경제 문제 심각한데 러시아 때문에 경제 더 심각해지게 생겼네”, “이래서 전문가들이 경제, 외교, 안보는 한 묶음이라고 했지”, “정말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현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평화가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랍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러시아에서 자동차 생산을 계속하면 국제적으로 불매 대상의 타겟이 될 수도 있다”, “경쟁 기업들은 러시아와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있는데, 현대차의 움직임에 조금 실망입니다”, “타이어 가격이 올라도 수익성이 없다니”, “러시아로 보낼 반도체를 국내 수급으로 바꿔서 국산차 대기물량이나 줄이자”라는 반응을 보인 네티즌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