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가 SUV를 만든다고?!
전동화 선언한 이후 두 번째 EV 모델인 타입 132
타입 132는 과연 로터스의
캐시카우가 될 수 있을까?
로터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영국에 있는 공돌이 집단이라고 말할 정도로 로터스가 만든 차들은 하나같이 색깔이 뚜렷하며, 경량화에 목숨을 걸다시피한 그런 자동차 제조사다. 로터스가 만들어낸 명차도 다양한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엘란부터 시작하여 엘리스, 엑시지, 에보라, 에스프리, 세븐 등등 하나같이 고성능 경량 스포츠카 들이다.
그런 로터스가 유일하게 만들지 않은 세그먼트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SUV다. 스포츠카 브랜드답게 세단과 SUV는 만들지 않았던 그들이 최근 들어 전기 SUV를 내놓겠단 소식이 전해져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요즘인데, 과연 로터스가 내놓을 SUV는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지 오늘 이 시간 함께 알아보자.
글 권영범 에디터
어느 한 공대생이 만든
백야드 빌더 스포츠카
로터스 하면 창립자인 콜린 채프먼을 빼놓을 수 없는데, 영국의 UCL 출신 인물로써 엔지니어링을 전공하였다. 1947년 당시 콜린 채프먼은 대학생 신분이었지만 부업으로 중고차 판매업을 겸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가지고 있던 매물들은 하나같이 구식이었고, 팔리지도 않는 차들뿐이었다.
때문에 수많은 악성 재고들 중 하나였던 1928년식 ‘오스틴 7’을 자신만의 레이스카로 개조하기까지 이르는데, 이 계기가 바로 로터스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된다.
당시만 하더라도 20년이 다 돼가는 차를 기반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탈거하고 새롭게 만들고 조립하였다. 그 결과 구식이었던 오스틴 7은 완전히 다른 차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달라졌고, 이 차를 완성시킨 다음 1948년 마이너 레이스에 참전하게 된다.
마이너 레이스를 겪었던 그는 오스틴 7의 엔진이 레이싱 용도로는 파워가 부족하던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그 대응으로 보다 강력한 심장인 ‘포드 8’이란 엔진을 탑재하게 되었는데 이 엔진을 심은 다음 세대 모델에서부터 ‘로터스’로 명명되어 오늘날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1962년 엘란부터 시작된
경량 스포츠카의 참 맛
로터스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1962년 출시된 엘란에서부터 비롯된다. 너무도 유명한 백-본 프레임과 FRP 바디 등, 당시의 기술로는 최고만을 고집하여 만들어졌으며 이때부터 경량 스포츠카 혹은 로드스터라는 장르가 제시된 것이었다.
엘란 그리고 로터스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모두가 엘란을 토대로 경랑 스포츠카 혹은 로드스터를 만들기 시작했고, 세월이 한참 흐른 뒤인 1989년 마쯔다에서 유노스 로드스터를 만들 때, 1세대 엘란을 보고 만들었다는 유명한 일화도 존재한다.
이후, 엘란의 뒤를 이을 엘리스가 탄생하게 된다. 1세대 엘리스가 출시될 때 당시만 하더라도 공차 중량 725kg이라는 엄청난 경량 바디는 세상을 놀라게 했고, 1.8L 로베 K-계열 엔진을 얹어 고작 120마력밖에 내지 못했음에도 0-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5.8초밖에 걸리지 않아 오랜 시간 동안 운동성능 부문에선 따라올 자가 없었을 정도였다.
“무게를 줄이면 모든 게 빨라진다”, “자고로 레이스카는 피니시만 통과할 정도로 버틸 정도로만 가벼워야 한다” 등 콜린 채프먼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고집한 경량화에 대한 철학 덕분이었다.
대중들에겐 너무도
마이너 한 브랜드의 방향성
로터스가 만든 차들 대부분은 가볍고 작고 낮다. 그만큼 로터스가 만든 차량들 중 덩치가 크거나 키가 큰 사람들은 주행할 때 어려움을 겪거나, 심한 경우 탑승 자체가 불가할 정도로 낮다.
오직 운동 성능만 생각하여 만든 돌덩이 같은 서스펜션은 아스팔트의 세세한 조각까지 읽어내고, 파워 윈도우와 에어컨, 오디오 같은 옵션은 사치라고 생각했는지, 엘리스 시리즈들을 통틀어서 오늘날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깡통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다. 쉽게 말해 오로지 달리기만 생각하여 만든 차라는 것이었다.
상식적으로 접근하면 다소 황당한 부분이 많은 차들이다.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자 지금은 단종된 에보라 그리고 에미라와 같은 차량들에는 기본적으로 장착되는 편의 장비들이 대폭 향상되어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요층은 한정적이고 어필하고자 하는 시장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좁아지는 게 현실이었다.
그들에게 생소한
SUV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로터스의 현재 주인은 중국의 지리 홀딩스다. 오늘날 중국은 전기차 시장의 규모를 대폭 늘려 그 입지를 지속적으로 다져 나가고 있으며, 그 규모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들까지 함하면 상상을 초월한다.
지리 홀딩스 또한 전기차 사업에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다.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로터스는 빠르게 전동화를 추구하는 중이며,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소비 심리를 어필할 수 있는 SUV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리하여
발표된 타입 132
로터스는 지난 2월, 로터스 최초로 전기 SUV를 만들어 공개했다. 이 차의 이름은 타입 132로 알려졌으며, 휠베이스만 대략 3,000mm로 대형 SUV에 준하는 덩치를 가졌다.
에볼루션으로 불리는 로터스의 독자 플랫폼과 지리와 볼보에서 사용되는 SEA 플랫폼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율하여 만들어진 타입 132는 90~120kWh의 대용량 배터리가 탑재되며, WLTP 기준으로 1회 충전 기준 650km를 주행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답게 모터의 성능 또한 고성능이다. 모터와 배터리의 성능에 따라 버전이 나뉠 것으로 보이는데, 기본형이 최대 출력 590마력, 최대 토크 71.4kg.m의 성능을 내며, 상위 트림은 최대 출력 740마력, 최대 토크 112kg.m라는 엄청난 성능을 발휘한다.
로터스의 발표에 따르면 타입 132는 2분기부터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은 8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1억 864만 원 선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로터스는 타입 132를
캐시카우로 만들 수 있을까?
과거 포르쉐도 경영난에 허덕여 파산의 직전까지 내몰린 역사가 있었다. 그러나 카이엔이라는 고성능 SUV를 출시하면서, 궁지에 내몰린 포르쉐를 먹여살린 일등 공신으로 여전히 포르쉐의 캐시카우로 통한다.
로터스 또한, 이번 카이엔의 행보를 뒤따라 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로터스만의 고질적인 마이너 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어떻게 작용될지 미지수다. 과연 이들은 이번 타입 132의 존재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귀추를 지켜보며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