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국산차 최초였는데…현대차 외국인 임원들이 하나같이 “부활해야 한다” 말하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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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8cc에 303마력, 토크는 36.8kg.m, 거기에 6단 수동 변속기를 장착한 후륜구동 쿠페…”국산차에도 이런 시대가 오는구나”라고 생각했었다. 2008년 혜성처럼 등장한 현대 제네시스 쿠페는 당시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의 마음을 끓어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투스카니의 감성에 젖어있던 기자 역시 제네시스 쿠페가 등장하자 두 팔 벌려 환호하며 전시장을 찾았던 기억이 난다. 벌써 10년이 더 된 일이다.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고 어설픈 부분도 있었지만 그 시절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울린 차.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제네시스 쿠페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2007 LA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2007년 11월 미국 LA 모터쇼에서 현대차는 파격적인 신차를 출시할 것임을 예고했다. 주인공은 국산차 최초의 후륜구동 기반 쿠페였다. 코드명 BK로 알려진 제네시스 쿠페는 터보차저를 장착한 4 실린더 엔진을 장착한 모델과 3.8리터 V6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모델이 동시에 출시될 것이며, 고성능 V6 모델의 출력은 300마력 이상, 최대토크는 30kg.m을 넘을 것이며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는 6초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금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스펙이지만 2007년은 NF 쏘나타 트랜스폼이 판매되고 있을 시절이었기에 제네시스 쿠페의 등장 예고는 수많은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제네시스 쿠페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있는 현대기아 디자인 센터에서 담당하였고, 국내뿐만 아니라 북미 시장에도 출시되어 한국의 포니카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고 약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8년 5월, ‘부산 국제 모터쇼’를 통해 제네시스 쿠페의 실물이 공개되었다. 콘셉트카와 거의 차이가 없는 모습을 가진 제네시스 쿠페는 슈퍼카나 고성능 수입차에 주로 적용되던 이태리 브렘보 사의 브레이크 시스템을 적용하고 운전의 즐거움을 더해주기 위해 스포츠 버킷 시트를 장착하는 등 본격적인 국산 펀카 시장의 시작을 알린 모델이 되었다.

엔진 및 배기 사운드 역시 스포티하게 튜닝되었으며 후드 높이와 운전자의 힙 포인트를 하향 설계하여 저운전 중심 자세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 점을 통해 현대차가 이차에 꽤 많이 신경을 썼다는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제네시스 쿠페의 출시 소식에 많은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은 환호했다. 드디어 300마력이 넘는 국산 후륜구동 쿠페를 맛볼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후륜구동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열광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그간 고성능 후륜구동 쿠페를 만들어본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처음으로 만들어낸 제네시스 쿠페는 아직 수입차와 비교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은 제네시스 쿠페가 출시된 것 자체가 우리에겐 큰 축복이라며 이차의 등장을 반겼다.

당시 투스카니 말고는 마땅한 스포츠카가 존재하지 않았던 대한민국이었기 때문에 제네시스 쿠페는 본격적인 고성능 쿠페를 원하는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하나의 선택지가 되기 충분했던 것이다. 특히 3.8 모델은 약간의 튜닝을 통해 보강을 거치면 충분히 재미있게 탈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뽐냈기 때문에 더욱 환영받았다.

사실 제네시스 쿠페가 국내 시장에 등장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이야기를 해야 할 정도다. 당시 현대차는 브랜드의 수익성을 늘리기 위해 “많이 팔리는 차”를 개발하는데 더 초점을 두었고 따라서 후륜구동 쿠페처럼 일부 마니아 수요층만 존재하는 차량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실험적인 차량이었다.

만들어본 경험도 전무했으며, 시장성이 부족하여 전혀 돈이 되지도 않는 차였기에 제네시스 쿠페는 출시 직전까지 정확한 출시 여부를 알 수 없었다. 또한 “3.8 엔진은 국내 시장에서 수요가 전혀 없을 것이다”라는 경영진들의 판단에 출시가 무산될 뻔한 사건도 있었다.

8년간 내수시장에서
총 15,772대를 판매했다
모두의 예상대로 제네시스 쿠페는 결국 많이 팔리지 못했다. 초기형 모델은 신차효과를 누리면서 어느 정도 판매가 되었지만 2011년 등장한 후기형 모델은 디자인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모습으로 바뀌어 기존 모델보다도 더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

가장 논란이 컸던 디자인은 당시 YF 쏘나타에 적용되던 현대차 패밀리룩이 갑자기 적용된 바람에 전면부와 후면부가 전혀 조화롭지 못했으며 ‘메기 시스 쿱’이라는 별명도 얻으며 소비자들의 마음에서 멀어져 갔다. 기존 모델에서 지적되던 내장재를 고급화하고 대대적인 파워트레인의 변화로 내실을 다져 화려한 부활을 꿈꿨던 제네시스 쿠페였지만 결국 젠쿱은 일어서지 못했다.

2014년에 등장한 후기형 모델은 내실을 더욱 다져 공력 성능의 개선, 셋팅의 변화, 수동변속기의 변속감을 개선하는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발전을 이뤘다. 제네시스 쿠페의 최종 완성형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후기형 모델은 당시 국내에서 판매되던 토요타 86이나 카마로 V6 모델보다 횡가속도, 8자 테스트, 서킷 랩타임 측면에서 모두 빠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가성비 하나는 최고라는 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큰 인기를 끌지 못한 제네시스 쿠페는 2016년 후속 모델의 기약이 없는 채로 단종되고 말았다. 8년간 내수시장에서 판매한 제네시스 쿠페는 총 15,772대로 8년이라는 기간을 감안한다면 처참한 수치였다. 참고로 현재 신형 그랜저가 한 달에 1만 대가 넘게 판매된다.

부활설은 꾸준했으나
후속 모델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후속 모델에 대한 기약조차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제네시스 쿠페는 한때 부활설이 들리기도 하며 콘셉트카가 공개되기도 했었으나 결국 후속 모델은 등장하지 않았다. 믿거나 말거나 G70이 원래는 쿠페가 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세단으로 변경되는 바람에 뒷자리 레그룸이 그지경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장에서 크게 인기가 없는 후륜구동 쿠페인 만큼 제조사 입장에선 사실 굳이 이차를 다시 만들어낼 이유가 없을 수도 있지만 “제네시스 쿠페의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다시금 부활을 시켜도 되지 않을까”라며 많은 마니아들은 여전히 젠쿱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

상징성과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현대차에게 제네시스 쿠페의 부활을 기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젠쿱을 만들던 2008년과 비교하면 현대차가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이 월등히 발전했기 때문이다.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한 뒤의 현대차는 운동성능과 주행 기본기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현대의 고성능 디비전으로 출시된 N 브랜드의 I30N과 벨로스터 N은 동급 최고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펀카로 인정받는데도 성공했기에 이제는 현대차도 재미있는 차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입증했다. 여기에 제대로 된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부활시킨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수익만을 갈구하는 제조사라면 이런 도전이 전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대중적인 자동차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론칭하였기에 이제는 상징성 때문이라도 잘 달리는 고성능 스포츠카도 하나쯤 만들어 세상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 차가 판매량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국산차 최초의 GT 카인 기아 스팅어 역시 저조한 판매량에 허덕이며 단종설에 휘말리기까지 했지만 이 차를 타는 사람들과 많은 소비자들은 스팅어의 상징성을 인정한다. 기아차가 만들어낸 첫 GT 카 스팅어는 나름 그럴싸했으며 후속 모델에서 부족한 점들을 다듬는다면 충분히 기아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현대 후륜구동 스포츠카의
부활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제네시스 쿠페를 부활시켜 시장에 다시 한번 현대차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실력이 월등히 좋아진 현대차인만큼 제네시스 쿠페를 부활시켜 “현대차가 일냈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 제네시스 쿠페의 부활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대차 제품 기획 담당 이사 스콧 마가슨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네시스 쿠페의 부활에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인정했다. 거기에 더불어 N 디비전에서 후륜구동 미드십 스포츠카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밝혀졌기 때문에 언제든지 현대 브랜드를 단 새로운 후륜구동 쿠페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앞으로 등장할 현대의 차세대 후륜구동 쿠페는 사실상 제네시스 쿠페의 정신을 이어받은 후속이 될 예정이다. 이는 스팅어처럼 브랜드를 나타내는 상징성이 매우 중요한 모델이기 때문에 성격이 뚜렷한 모델이 되어야 한다.

“이런 차는 기껏 출시해도 안 팔린다”라고 하지만 차만 제대로 나와준다면 판매도 충분히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벨로스터 N이 이를 증명했다. 일반 벨로스터는 판매량이 저조해 결국 단종 수순을 밟았지만 성격이 확실한 벨로스터 N은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인정받았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판매되고 있다.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는 세상에 현대차는 아직 고성능 자동차 시장에서 제대로 된 첫술을 뜨지도 못했다. 배가 부를리 만무하다.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기아 스팅어 역시 GT 카와 고성능 자동차 사이에서의 애매한 포지션을 가지기보단 지금보다 더 색깔을 확고하게 만들어 “스팅어는 이런 차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두 가지를 다 챙겨 모든 것을 잘하려는 욕심을 가지기보단 확실한 개성과 뚜렷한 매력을 가진 고성능 자동차가 현대 브랜드를 달고 출시하는 날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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