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사업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현재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 진출 준비 중
기존 업계는 여전히 반발 중
중고차 시장은 국내 완성차 업계들에 불평등했었다. 수입차 딜러사들은 인증 중고차 사업이 가능한 반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의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역시 동일한 이유로 사업이 불가능했다. SK엔카가 이 때문에 엔카를 매각하고 사업을 접은 바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중고차사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게 되면서 완성차업계 및 대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허용되었다. 현대차는 이 판단이 나오기 전에 본격적으로 진출을 천명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반응이었지만 일부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글 이진웅 에디터
그동안 신뢰도가
낮았던 중고차 시장
그동안 중고차 시장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고, 관련 중소기업 종사자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중고차 시장에 부작용이 발생했다. 중고차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한 편인데, 일부 악성딜러들이 이를 이용해 허위매물, 미끼매물 등 각종 사기 수법을 동원해 이득을 취했다.
그렇다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아졌다. 2020년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살펴보면 불투명, 혼탁, 낙후되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무려 80.5%에 해당된다. 시간이 지난 현재 통계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네티즌들 반응을 살펴보면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불법행위가 만연해지자 소비자는 물론 정직하게 영업을 하는 딜러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 신뢰도가 매우 낮다 보니 기본적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될 수 밖에 없으며, 특히나 피해가 매우 많이 발생하게 되는 인천, 부천 지역은 처다도 보지 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작년 2월에는 허위매물, 강매 피해를 입은 60대 남성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면서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만이 극애 달했다. 이 외에도 중고차 관련 피해자가 속출하자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중고차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
하지만 기존 업계의 반발
2019년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해제되면서 대기업의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가장 눈독을 들이는 기업은 당연히 완성차 제조사들로, 지난해 9월, 국산 5개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완성차 제조사도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도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의향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존 중고차 업계들은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며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 진출을 반대해오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계 6천여 개 중 연간 매출액 10억 원 미만인 곳이 48.2%로 절반에 달하며, 매출액 10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업체는 39.6%으로 둘을 합치면 전체의 90%에 가까운 수준이다.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동원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 매물들을 싹 쓸어가면 기존 중고차 업체들은 매물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운영하기 어려워지며, 종사자 가족을 포함한 30만 명이 생계를 위협받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중고차 가격이 더 상승해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 중고차 업계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원회는 2019년 11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추천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심의위원회 회의가 2년 넘게 열리지 못해 최종 결정이 미뤄졌고, 그 동안 중고차와 대기업 간 타협점을 찾는데도 실패했다.
수입차 업계는
인증 중고차 사업 중
엄연한 차별이다
한편 수입차 딜러사들은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 수입차를 판매하는 딜러사가 직접 차량을 매입하고 점검 및 수리 등 상품화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중고차로 판매하는 것으로, 브랜드 이름을 걸고 딜러사가 직접 진행하기 때문에 가격은 조금 더 비싸긴 해도 모든 과정이 투명하며, 나중에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AS를 원활하게 받을 수 있다.
현재 많은 수입차 딜러사들이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한 임원은 “중고차 매매업은 차량 매입부터 정비, 판매 등 전 분야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수익을 얻기 쉽지 않다”라며 “수입 인증 중고차처럼 브랜드가 자사 중고차의 품질을 보증해 브랜드의 신뢰도와 가격을 관리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실제로 수입차 브랜드가 인증 중고차 사업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브랜드의 신뢰도와 차량의 잔존가치 때문이다. 중고차의 품질을 보증하고 일정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니 신차 가격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국산차 브랜드들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한으로 그동안 인증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지 못했으며, 지금도 기존 중고차 매매 업체가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입차는 다하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국산차는 할 수 없어 역차별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최종 미지정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심의위는 “중고차 판매업은 서비스업 전체외 도,소매업,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에 비해 소상공인 비중이 적고, 소상공인의 연평균 매출액이 많으며, 무급가족종사자 비중이 작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완성차 업계의 진출로 중고차 성능과 상태 등 제품에 대한 신뢰성 확보,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등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사전 심의를 맡은 동반성장위원회에서도 2019년 11월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낸 점을 고려했다”라고 덧붙였다. 심의위의 결정으로 인해 대기업은 이제 공식적으로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차가 밝힌
중고차 사업 방향
앞서 지난 7일, 현대차는 중고차 사업방향을 공개한 바 있었다.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방향은 다음과 같다. 5년 미만, 주행거리 10만km 이내 차량 중 품질검사를 통과한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중고차 판매해 나선다.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을 구축한다. 여기에는 중고차 성능, 상태 통합정보, 적정가격 산정, 허위, 미끼매물 스크리닝 등 서비스 제공, 중고차 가치지수, 실거래 통계, 모델별 시세 추이, 모델별 판매순위 등 지표를 담는다.
중고차 성능상태 통합정보 제공도 추진한다. 소비자들이 구매하려는 중고차의 사고 유무와 보험수리 이력, 침수차 여부, 결함 및 리콜내역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적정 가격을 투명하게 산정하는 내차 시세 서비스도 선보인다.
온라인 판매도 추진한다. 모바일 앱 기반의 가상전시장을 구축해 온라인 구매를 할 수 있게 할 것이며, 상품 검색과 비교, 견적, 계약, 출고, 배송에 이르기까지 중고차 구입 전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배송은 원하는 장소를 지정할 수 있다.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인해 기존보다 신뢰도가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대기업은 이미지가 어떻게 보면 수익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기업 이름을 걸고 장사하는 만큼 소비자에게 사기를 칠 수 없다. 설령 소속된 딜러가 사기를 치더라도 이에 대한 대처가 기존 업계들에 비해 매우 좋다.
위와 연결되는 내용으로, 중고차 상품화가 좋아진다. 기존 중고차 업계는 대체로 영세하다보니 상품화가 부실한 경우가 있는데, 현대차가 직접 하면 대기업인 만큼 높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수준높은 상품화가 가능하다.
또한 중고차 판매에 체계가 확립된다. 물론 기존에도 체계적으로 중고차를 판매하는 업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체계가 없는 편이다. 현대차도 위에 언급했듯이 사업 방향을 설명하면서 대략적인 중고차 판매 체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서비스 품질도 대폭 높아질 전망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일반 동네 시장과 백화점의 서비스 품질을 비교해보면 대략적이나마 짐작이 가능하다. 이 역시 기업 이미지와 연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서비스인 AS 역시 원활하게 진행 가능하다.
중고차 시장 독점 및
전체적인 가격 인상
한편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인해 독점이 우려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차량이 가장 많이 팔리는 만큼 중고차 매물도 현대차그룹의 차량이 가장 많이 나오는데, 막대한 자금력으로 이 매물을 모두 쓸어가면 사실상 독점과 다름없는 수준이 된다.
가격도 전체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케이카나 수입차 인증 중고차를 봐도 일반 중고차 매물 대비 신뢰성은 높지만 가격도 더 비싸다. 현대차도 결국에는 수익을 내는 기업이기 때문에 체계를 잡고 신뢰성을 높이는 대신 일반 매물 대비 가격을 높게 잡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반기고 있다
독점 우려 및 전체적인 가격 인상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중고차 진출을 반기고 있다. 그만큼 기존 중고차 업계가 소비자들에게 신뢰도를 잃었다는 것이다.
네티즌들 반응을 보면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을 독점해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며,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해서는 돈을 더 내더라도 상태좋고 사기 염려 없는 차를 사는게 이득이라는 것이다.
기존 중고차 업계는 반대 중
현대차는 상생안을 내놓은 상태
기존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 진출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상태다. 중고차 생태계가 파괴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은데, 그동안 본인들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줘놓고 소비자 피해를 논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며, 오랫동안 중고차 시장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왜 이제와서 다죽냐며 진작에 잘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상생안을 내놓은 상태다. 2024년까지 시장점유율을 자체적으로 제한하며, 2022년 2.5%, 2023년 3.6%, 2024년 5.1%까찌 제한하기로 했으며, 현대차그룹 외 타 브랜드 차량, 5년/10만km 이상 중고차가 접수되면 경매 등의 방법으로 기존 중고차 업계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상생안은 기존 업체들과 합의한 것은 아니여서 차후 어떤 방식으로 상생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