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 하이에나’ 개인 및 사설 견인차
“사이렌 울리는 견인차 양보해줘야 하나요?”
긴급자동차도 분류되지 않는 견인차
최근 난폭 운전 견인차로 충돌 사고 발생
운전을 하다 보면 사이렌을 울리며 어딘가로 급하게 가야 하는 경찰차나 구급차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옆으로 차를 몰아서 길을 터주며 양보를 해준다. 하지만 경찰차나 구급차와는 다르게 요란한 소리와 함께 거칠게 몰아붙이는 견인차들에게도 어쩔 수 없이 길을 비켜줬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최근 견인차, 일명 렉카차로 인한 사고가 도로 위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도대체 도로 위에 자동차 사고를 정리해주는 견인차인데 그 견인차 때문에 왜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은 최근 도로에서 발생한 견인차 충돌 사고와 함께 견인차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살펴보려고 한다.
글 정서연 에디터
온라인 커뮤니티
‘렉카 사고 놀람주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 최근 블랙박스 영상이 실린 ‘렉카사고…놀람주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많은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18일에 올라온 글은 21일 기준 조회 수 2만 1517건, 추천 297개, 댓글 72개로 여전히 네티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글이길래 이렇게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일까? 잠깐 살펴보니 ‘렉카 쓰레기 하….’, ‘블박운전자분 빠른 쾌유를 빕니다’라는 글과 함께 블랙박스 영상이 담겨있었다. 렉카를 언급한 것을 보니 블랙박스 영상 속 차량과 렉카차의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사고였는지 지금부터 살펴보려고 한다.
근처에 사고라도 났는지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영상은 11초 남짓한 매우 짧은 사고 영상이었다. 먼저 삼거리에서 블랙박스 차량은 적신호로 정지 상태였으며 왼쪽 도로가 좌회전 신호가 들어온 상태였다. 그때 블랙박스 맞은 편에서 분명 적신호로 멈춰야 했던 흰색 견인차가 우회전을 하는 듯하다가 이내 직진으로 블랙박스 차주의 옆을 지나간다.
이때까지만 해도 흰색 견인차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불과 2초 뒤 블랙박스 차량 맞은편에서 엄청난 속도로 검은색 렉카차가 달려왔다. 그 견인차는 신호도 무시한 채 삼거리를 지나다가 좌회전을 하던 차량을 딱 마주친 순간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중심을 잃었고 그 상태로 블랙박스 차량과 아주 강하게 충돌했다.
“흰색 견인차도 문제다”
“눈뜨고 당한다는게 이런 건가”
해당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와 미쳤다. 처음 흰색 견인차인 줄 알았는데 뒤에 진짜가 오네”, “과속난폭 신고해도 손해다”, “블랙박스 차량이 무슨 죄냐”, “가만히 있다가 뭔 날벼락이야”, “영상만 봐도 너무 아프네요. 사설 렉카들 어떻게 못하나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추가로 “진짜 눈뜨고 당한다는 것이 이런 건가?”, “피해자분 크게 안 다치셨기를”, “사고 차주분 많이 안 다치셨기를”, “본인이 다칠 것을 예상했는지 바로 틀어서 박아버리네”, “공포영화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렉카 운전자들 보고 있나? 반성해라 제발”, “도로 위 하이에나들”, “드래프트는 저승 가서 혼자 하라고”, “렉카도 대기업이 진출했으면 좋겠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이렌 울리면서 오는데
양보해줘야 할까?
영상 속 견인차처럼 대부분의 견인차들이 엄청난 사이렌 소리로 길을 당장 양보해달라는 뉘앙스를 풍기면서 도로 위를 질주한다. 이런 이유로 견인차에게 ‘도로 위 하이에나’, ‘도로 위 무법자’, ‘폭주족’, ‘피라냐’ 등의 별명이 붙기도 했다. 아마 어쩔 수 없이 비켜줬던 경험이 있을 텐데 견인차를 무조건 양보해 주는 것이 맞을까?
사실 정답은 아니다. 도로교통법상 긴급 자동차에게만 길을 비켜주는 것이 맞는데 견인차는 긴급 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긴급 자동차는 ‘본래의 긴급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자동차’이며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 등 공익사업 기관의 응급 작업에 사용되는 자동차나 혈액 공급차량 등이 이에 해당된다.
사이렌 울리면서
난폭 운전하는 견인차
긴급 자동차에 해당되지 않으면서 사이렌을 울리면서 다니는 견인차는 도대체 어떻게 정의되고 있을까? 견인차는 고장이나 사고로 움직일 수 없거나 교통 흐름에 방해되는 자동차를 이동시키는 장치를 가진 특수 차량이다. 정식 명칭은 견인차이지만 흔히들 렉카차라고 부른다.
견인차는 개인 및 사설 업체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영업용 차량이기 때문에 긴급 자동차로 분류되지 않는다. 긴급 자동차만 할 수 있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전혀 없다. 견인차는 일반 자동차와 똑같이 도로교통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뒤에서 아무리 사이렌을 울리더라도 양보해 줄 의무는 전혀 없는 것이다.
사이렌을 울리는 이유
택시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견인차들이 사이렌을 울리면서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견인차는 개인 및 사설 업체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일거리를 직접 찾아서 나서야 한다. 업체마다 경쟁이 심하고 사고 장소에 먼저 도착하기 위해서 사이렌을 키고 양보를 유도하거나 심지어 경찰 무전기를 도청해서 사건 장소에 먼저 도착하려다가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견인차의 불법 경광등이나 사이렌의 경우 벌금이 고작 2만 원 밖에 되지 않는다. 심지어 이마저도 단속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리고 도로 위에서 견인차들이 난폭운전을 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돈 때문이다. 먼저 도착한 택시가 손님을 받을 수 있듯이 사고 장소에 먼저 도착한 견인차가 해당 차량을 견인하고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 차량 견인 후
터무니없는 비용 청구
견인차의 문제는 도로 위 주행에서 멈추지 않았다. 경찰보다 교통사고 현장에 더 빨리 도착하는 견인차는 부르지 않았는데도 현장에 도착해서 차주 동의 없이 사고 차량을 끌고 가는 경우가 많다. 그 후 터무니없이 높은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견인비용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하지만 2020년 10월부터 법이 바뀌었고 차량 무게와 이동 거리에 따라 부과되는 견인차 비용이 정해졌다. 법적으로 견인차는 구난형 특수자동차에 해당한다. 구난형 특수자동차 운임·요금표에 따르면 일반 승용차나 12인승 이하 승합차의 경우 10km에 7만 2,000원, 20km에 9만 5,000원가량이 청구된다.
최근 한국도로공사
무료 견인 서비스 시작
법이 바뀌고 이제 법적으로 견인차 비용이 정해져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설 견인 업체들이 비싼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아예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최근 한국도로공사가 ‘무료 견인 서비스’를 받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시 ‘무료 견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속도로에서 사고 등을 이유로 차가 멈췄을 때 한국도로공사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평균적으로 보험사의 견인차량보다 도착 시간이 빨라서 2차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무료 서비스는 원하는 곳이 아닌 가까운 휴게소나 졸음 쉼터까지만 이동이 가능하다.
최근 발생한 견인차 관련 사고와 견인차에 대해서 정보를 확인한 네티즌들은 “견인차는 긴급자동차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난폭 운전을 하는 견인차는 비켜주면 안 된다”, “불법이면 뭐하냐. 사이렌 달아도, 경광등을 달아도, 신호를 무시해도 단속을 안 하는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추가로 “불법 사설 견인차는 반드시 없애야 합니다. 도로 위의 무법자들이 따로 없습니다”, “멀리서 사이렌 울리길래 구급차 같은 건가 하고 비켜주고 나면 렉카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걸 보고 황당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불법 사설 견인차 기사들은 엄연한 범죄자들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천한 직종은 사설 렉카”라는 반응을 보인 네티즌들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