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 최초 GT 카
에스프리 국내 목격
과연 에스프리는
어떤 차였을까?
로터스를 떠올려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초경량’ 그리고 ‘퓨어 스포츠카’라는 키워드가 먼저 떠오른다. 그만큼 창업주인 콜린 채프먼은 경량화를 통한 고성능을 꿈꾸며 로터스를 이어 나갔으며, 그의 장인 정신은 그동안 출시되었던 작품들에 의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그런 로터스가 과거 헤비급 GT 카를 내놓은 적이 있었다. 과연 이 차는 로터스의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사치스러운 옵션과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차였으며, 최종적으로 5세대까지 명맥을 이어온 그 차, 바로 로터스의 에스프리다. 그런 귀한 몸인 에스프리가 최근 대한민국 도로에서 발견되어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았는데, 과연 로터스 에스프리는 어떤 자동차였는지 오늘 이 시간 함께 알아보자.
글 권영범 에디터
영국 경량
스포츠카의 전성기
로터스 에스프리의 탄생은, 1960년대를 풍미하던 경량 스포츠카 ‘유로파’의 후속작으로 1976년에 데뷔하게 된다. 당시 에스프리는 로터스의 전매특허인 백본 프레임을 적용하였고, 바디는 유리 섬유로 제작되어 경량화를 실현하였는데, 플래그십 GT 카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차 중량은 1톤이 채 되지 않은 900kg을 기록하면서, 로터스만의 퓨어 퍼포먼스를 간직하였다.
특히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이어지는 쐐기형 디자인은, 과거 1972년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공개했던 콘셉트카 ‘마세라티 부메랑 컨셉트’의 디자인을 계승하였다. 덕분에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느낌을 준다.
파워트레인은 2.0L 카뷰레터 엔진을 기반으로 유로 사양과 미국 사양이 존재했는데, 유로 사양은 최대 출력 162마력을 기록하였고, 미국 사양은 142마력을 기록하였으며 변속기는 프랑스 시트로엥이 제작한, 5단 수동 변속기가 적용된다.
로터스의 저중심 경량화의 집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GT 카였음에도 불구하고 드라이 섬프를 적용하여, 무게 중심을 낮추는 데 일조하였으며 이에 따라 역대 에스프리 중에서 가장 탁월한 코너링 머신으로 재평가받게 되곤 했다.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결별한 로터스
국내에서 발견된 초록 에스프리는 4세대 모델로 확인되었다.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에스프리의 디자인을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담당했었다면, 4세대부터는 맥라렌 F1의 인물 피터 스티븐스가 디자인을 담당하게 되었으며, 파워트레인에 큰 변화를 맞이했다. 참고로 첫 출시는 1988년부터 시작되었다.
4세대로 진입하게 되면서 기존에 사용되던 유리섬유 보디는 과감히 버리고, 진공성형 플라스틱 바디를 채택하였다. 아울러 전복 방지를 위해 루프와 도어 패널에 케블라 보강재를 추가하여, 바디 비틀림 강성을 22% 증가시키는 데 기여했다.
아울러, 변속기는 기존 시트로엥의 5단 변속기를 삭제하였다. 그리고 르노의 수동 변속기를 받아와 사용하였는데, 알려진 바로 기어비의 변화가 생겨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엔진의 연료 분사 방식이 변경되었다.
1989년 기존에 사용하던 K-제트로닉 시스템을 버리고, 전자제어 연료 분사방식인 MPFi 방식으로 변경된 것이다. 아울러 수냉식 인터쿨러를 적용한 터보 모델은 최대 출력 268마력을 발휘했으며, 오버 부스트를 활용하면 284마력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일각에선, 영국 현지 오너들 사이에선 터보 랙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상당한 ‘꽝터보’의 기질을 보이는 듯 하다.
완성에 가까워진
5세대 에스프리
에스프리의 마지막은 5세대에서 끝을 맺는다. 당시 5세대 에스프리는 1994년에 처음 출시가 이뤄졌으며, 에스프리 역사상 가장 다양한 엔진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최고로 손꼽히는 모델이 하나 존재하는데, 그 차는 바로 ‘에스프리 V8’이다.
기존에 생산했던 에스프리 터보는 저조한 내구성과 연비, 그리고 심각한 터보랙으로 인해 평가가 좋질 못했었다. 당시 로터스는 이런 피드백을 받고선 5세대 에스프리의 성격을 달리하여 출시하게 된 것인데, 퓨어 스포츠를 버리고 완전한 GT 카로 컨셉을 잡은 것이었다.
특히 에스프리 V8 같은 경우, 최대 출력 350마력이란 출력을 내뿜었으며 당시 로터스에서 가장 큰 엔진, 가장 강력한 출력을 기록하며 가장 완벽에 가까운 에스프리를 만들어 냈지만, 당시 로터스의 터보 기술력이 부족했던 탓일까? 아니면 시대의 한계였을까? 에스프리 V8 또한 여전히 터보랙이 심한 차로 낙인이 찍혀버렸고, 결국 “로터스 마크만 박힌 돼지”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아울러 경영 문제로 자금의 압박을 받던 로터스였던 터라, 변속기에 대한 투자 또한 이뤄지지 못하고, 4세대에서 사용하던 변속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등 로터스가 의도했던 컨셉과는 달리 저평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2022년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로터스 최초의 GT 카라는 이유로 높은 가치가 형성되는 중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국내에 총 3대의 에스프리가 존재한다고 하는데, 2대의 정체는 과연 어떤 에스프리일지 행복한 상상에 잠겨보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