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대중화 10년
진입 문턱 낮아졌지만
잘못 사면 카푸어 지름길
수입차가 대중화된 지 이제 10년도 더 넘었는데, 작년 한 해 동안 28만 6,772대가 판매되었다. 벤츠와 BMW는 르쌍쉐보다 더 많이 팔았다. 앞으로도 수입차 시장은 점차 많이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많은 브랜드에서 더 많은 수입차를 국내에 출시하고 있다.
수입차가 대중화된 만큼 진입 장벽도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낮아지다 보니 수입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도 많이 늘었다. 젊은이들도 첫 차로 수입차 고려를 많이 한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수입차를 샀다가는 흔히 말하는 카푸어로 전락해 미래 계획에 큰 문제가 생긴다.
글 이진웅 에디터
중고차와 새차
어느것을 사야할까?
요즘에는 폭스바겐 제타와 같이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수입차들도 있지만 아직은 수입차 하면 고급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다 보니 주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수입차 구매를 고려한다. 프리미엄인 브랜드인 만큼 가격이 비싸다. 볼륨 모델 기준으로 5~7천만 원 사이를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중고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많다. 특히 젊은이들이 국산 신차 살 가격으로 수입 중고차를 사려고 많이 알아본다. 수입차는 감가가 국산 차보다 큰데, 모델이나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5년 정도 지나면 신차의 50~70%가 된다. 예를 들어 BMW5 시리즈는 5년 정도 된 2017년식 모델의 평균 가격이 3,700만 원 정도이며, 3시리즈는 2천만 원대로 책정되어 있다.
아반떼도 요즘 1.6 인스퍼레이션 사려면 2,500만 원이 넘는데, 그 가격으로 살 수 있는 3시리즈 매물이 꽤 있어 혹할 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중고 매물을 샀다가는 크게 손해를 볼 수 있다.
브랜드마다 보증기간이 다르긴 하고 보증 연장 상품도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5년 정도 지나면 보증기간이 끝난 경우가 많다. 보증기간이 끝났을 경우 차에 문제가 생기면 수리비가 많이 나온다. 거기다가 연식이 어느 정도 된 만큼 고장 가능성도 증가한 상태다. 심각한 경우에는 중고차 가격에 수리비까지 다해 신찻값 혹은 그 이상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중고차는 자신이 매물 상태를 정말 잘 보고, 구매 이후에도 차가 고장이 안 나게 철저히 관리할 자신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추천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돈 모아서 신차를 구매하는 것이 훨씬 나을 수 있다.
또한 SNS 등 저신용, 무직자 전액 할부를 해준다는 말에 넘어가면 안 된다. 거짓 에피소드가 많은데다, 대부업과 연계된 경우가 많아 이자가 매우 높다. 2~3천만 원짜리 수입 중고차라도 잘못 사면 파산까지 갈 수 있으니 수입 중고차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구매를 결정하자.
수입차 사려면
돈을 어느정도 모아야 할까?
자기 능력에 비해 과도한 금액대의 차를 구입하면 카푸어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그렇다면 수입차를 사기 위해서는 돈을 어느 정도 모아야 하는지 살펴보자.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른 만큼 참고 정도만 해두자. 그리고 자신의 소비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후 차를 살지 결정하자. 고민은 길수록 좋다.
2020년 근로소득자의 월평균 소득은 320만 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세전 기준이며, 세후 하면 월 실수령액은 278만 원 정도가 나온다. 여기에 우선 생활비가 나간다. 생활비에는 식비, 공과금, 여가비용 등 여러 요소가 있다. 독립해서 사는지, 어느 지역에 사는지, 회사에서 음식을 제공하는지에 따라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100만 원 정도를 쓴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178만 원이 남는다.
미래를 대비해 저축도 해야 한다. 직장인 한 해 평균 853만 원 정도를 저축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으며, 월로 나누면 71만 원 정도 된다. 그러면 남는 금액이 107만 원이 된다.
차를 사면 매달 할부 값만 내는 것이 아니다. 유류비, 자동차세, 보험료, 톨비, 주차요금, 소모품 교체 등 지출 요소가 있다. 국산 차 기준으로 평균 60~70만 원 정도 나오는데, 수입차라면 당연히 이보다 더 나온다. 어떤 차를 사느냐에 따르겠지만 월 100만 원 나온다고 가정하면 7만 원이 남는다. 즉 월평균 직장인 소득 320만 원 기준으로 차량 할부 가격에 7만 원 정도 쓰는 것이 적당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이 정도면 사실상 할부로 수입차 사는 것은 어려우며, 차량 유지비를 따로 저축해 돈을 모아 일시불로 사야 한다.
세전이 아닌 세후로 320만 원이 들어온다면 할인 후 4,580만 원 하는 320i 기본모델을 할부로 살 수는 있다. 물론 이때도 돈은 많이 모아놔야 한다. 4.5% 이율, 36개월 할부 기준으로 3,380만 원을 모아놔야 한다. 이렇게 해야 차 살 때 취·등록세로 380만 원 내고, 3천만 원을 선수금으로 낸 후 매달 47만 원씩 할부를 낼 수 있다. 그리고 평균 생활비 100만 원, 평균 저축 금액 71만 원, 차량 유지비 100만 원에 충당할 수 있다. 실수령액이 320만 원이 나오려면 세전 374만 원을 받아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생활비와 저축, 차량 유지비는 평균치를 기준으로 한 만큼 개인마다 다를 수 있으니 참고 정도만 해두자. 평균 금액보다 더 많이 벌어도 결혼해 아이가 있거나, 생활비가 많이 나가거나 저축을 많이 해 차 자체를 구매할 비용조차 남지 않을 수 있으며, 평균 금액보다 덜 벌어도 부모님과 같이 생활하거나 식사를 회사에서 제공하는 등 생활비가 적게 나가거나 부모님이 차에 들어가는 비용을 어느 정도 지원해 준다면 수입차를 구매해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기는 하다. 다만 저축은 꼭 하자.
적은 월 납입금으로
유혹하는 유예리스를 조심하자
가끔 보면 ‘월 30만 원으로 수입차의 오너가 되십시오’ 이런 부류의 광고를 볼 수 있다. 뭐 금액의 차이는 있겠지만 광고 내용을 보면 국산 차 할부 비용과 비슷한 금액으로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언뜻 보면 정말 솔깃한 내용이지만 정말 조심해야 한다. 카푸어가 이런 방식으로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해당 광고 내용은 유예 리스라는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것으로, 처음에 선납금을 얼마 내고, 남은 금액 중 일정 비율을 유예시킨 후 거기서 남은 금액을 계약 기간에 따라 나눠 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6천만 원짜리 수입차를 구매하면, 30%를 선납한 후 나머지 60%를 유예, 그 나머지 10%와 이자를 계약 기간 동안 나눠서 월 리스료로 내는 것이다. 선납, 유예 금액은 딜러와 상의 후 조정할 수 있다.
선납금은 자신이 모아놨던 돈으로 납부하고, 계약 기간은 리스료를 내면서 이용하지만, 문제는 계약 기간이 끝났을 때다. 유예 리스는 금융리스의 일종이라, 계약기간이 끝나면 차를 무조건 인수해야 한다. 위 예시의 경우 계약이 끝나면 6천만 원의 60% 유예 금액인 3,600만 원을 한 번에 납부 후 인수해야 하는데, 계약 기간 동안 3,600만 원 목돈을 만드는 것은 생활비와 유지비 등으로 인해 생각보다 어렵다.
재리스를 한다고 해도 기간이 끝난 후 남은 유예금을 한 번에 갚아야 하는 점은 변함이 없으며, 재리스 기간 이율도 높아진다. 거기다가 신용 상태에 따라 재리스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차를 팔아서 유예금을 갚기도 어렵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수입차는 감가가 크기 때문에 중고 가격보다 유예금이 더 큰 경우가 있다. 즉 차를 팔고도 자기 돈을 더 내야 마무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예금을 못 갚거나 월 리스료를 제때 내지 못하면 신용불량자는 물론 민, 형사적 책임도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