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308 국내 포착
디노 혈통 이은 모델
“한국에 없는 차 없네”
특정 자동차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 차가 어떤 차로부터 유래하였고 어떤 부분이 개선되었으며, 어떤 면모를 보이는지 세심하게 파고드는 일이 많다. 이 말은 곧 자동차 하나하나 역사가 존재하며, 그 역사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는 걸 깨달을 때 상당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유럽 차들의 역사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좋은 교보재가 되기도 한다. 자동차를 통해 그 시대는 어떤 위기를 겪었고, 어떤 시대상을 보내왔는지 제조사의 설계 능력에 여실 없이 반영된다. 그중 페라리 또한 여러 가지 변화를 겪기 시작한 시절이 존재했는데, 과연 어떤 차를 통해 격정의 시대를 보내왔는지 함께 알아보자.
글 권영범 에디터
디노 브랜드 폐지
그리고 디노 308 GT4
오늘 만나볼 모델은 페라리 308 GTB다. 페라리 308을 알기 전에 ‘디노’라는 브랜드를 알아야 하는데, 디노는 쉽게 말해 1960년대 페라리에서 만든 ‘6기통’ 모델들을 총칭하는 이름이자 하나의 모델이었으며, 창업주인 엔초 페라리의 아들이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되자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디비전이다.
1950년대와 1960년대만 하더라도, 페라리는 V12 계열의 헤비급 엔진들이 주력이었다. 그 때문에 페라리는 6기통을 생산하던 포르쉐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밀렸으며, 소비자들의 반응 또한 페라리의 인식은 ‘사치’라는 키워드가 붙게 되었다. 아무리 레이스를 위해 차를 만드는 브랜드라고 하지만, 심각한 적자에 엔초 페라리 또한 6기통 모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6기통 모델의 디비전인 디노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1965년 파리모터쇼에서 디노 206GT를 선보였다. 1960년대엔 잘 쓰이지 않았던 미드십 구조의 트랙션이 가장 눈에 띄었던 그 차는, 206의 페이스리프트 개념의 모델인 246GT를 내놓으면서 꾸준히 판매를 이어 나갔고, 1974년 3,761대를 생산하면서 308GT4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디노 308 GT4는 6기통만 고집하던 디노 브랜드 최초의 8기통 스포츠카였다. 아울러 그동안 페라리의 전속 디자인 업체나 마찬가지였던 피닌파리나가 아닌, 그루포 베르토네가 디자인을 담당했으며, 전작인 206/246에 비해 훨씬 각지고 날카로운 디자인을 취했다. 이 디자인 또한 유럽 자동차 업계에서 최신 디자인으로 통하는 중이었으며, 디자인 면에선 최신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피닌파리나의
손을 거친 페라리 308
디노 308 GT4에서 잠시 외도가 있었지만, 페라리 308을 통해 다시금 피닌파리나에서 디자인을 담당하게 되는데, 이때가 바로 1975년이었다. 강화 유리 플라스틱 패널을 사용한 바디패널, 튜브 프레임을 적용해 초기형 308은 공차중량이 불과 1,090kg에 불과했으며, 2.9L V8 DOHC 엔진을 탑재해 최대 출력 252마력에 달했다.
변속기는 5단 수동 변속기 단일로 출시되었다. 아울러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싱크로 메시 타입의 변속기를 적용함과 동시에 클러치 타입 LSD를 적용하였고, 4륜 V-디스크와 더블 위시본의 하체 구조는 실로 디노의 후속이 맞는듯해 보였다.
이후 1980년, 페라리 308은 엔진에서 변화를 맞이하면서 차량명은 페라리 308 GTBi 혹은 GTSi로 변경된다. 이름에서 알다시피, 연료 분사 방식에 변화가 생겼는데, K-제트로닉 타입의 기계식 연료 분사 장치가 적용된 것이다. 점화 방식 또한 전자 점화 장치를 장착함에 따라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였다. 그러나, 배출가스에 대응하기 위해선 출력 로스라는 대가를 치렀어야 했고, 유럽 모델 기준 최대 출력이 214마력으로 대폭 줄어들었으며, 후기형 기준으로 바디마저 스틸 재질로 변경되면서 1,286kg이라는 무게를 감당했어야 했다.
이후 2년 뒤인 1982년, 페라리는 308 GTB/GTS 콰트로 발보레를 출시하게 된다. 이때부터 다시금 출력이 원상태로 돌아오게 되었으며, 에어컨을 비롯해 16인치 광폭타이어와 휠, 가죽 인테리어 옵션을 추가하여 고급화에 신경을 썼으며, 동년에는 208 GTB/GTS를 출시하여 2.0L 엔진을 탑재해 선택의 폭을 넓혀나갔고, 훗날에는 터보까지 장착하여 1985년까지 명맥을 이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