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대표’ 번호판
숫자 조합에도 기준이 있다
대표는 오직 한 곳만 쓰는 번호판
서울 시내, 특히 경복궁이나 이태원 부근을 다니다 보면 낯선 번호판을 간혹 발견하는 일이 있다. 대표적으로 파란색 배경에 ‘외교’라고 쓰인 번호판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저 ‘외교관의 차인가보다’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지만, 이보다도 보기 힘든 번호판에 대한 최근 목격담이 올라왔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제보에 따르면, 해당 차의 번호판은 파란색이라는 점에서 다른 번호판과는 같지만, 적힌 문구가 ‘외교’가 아닌 ‘대표’로 되어있다. 과연 이것은 어떤 번호판일까? 오늘은 외교 번호판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글 오대준 수습 에디터
번호판 지급에도 기준이 있다
의외로 법적 효력도 있는 번호판
외교 차량의 번호판은 대한민국 정부에서 외교사절단의 차량에 부여하는 차량 번호이다. 문구의 경우 대사관은 ‘외교’, 총영사관은 ‘영사’ 등으로 부여되며, 국제기구의 경우 ‘국기’라는 문구가 적힌다. 번호의 경우는 6자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앞 3자리 숫자는 한국과 수교를 맺은 순서를, 그리고 뒤 3자리는 해당 차량 등록자의 공관 내 서열을 의미한다.
외교 인사들이 방문하는 일이 잦은 종로구에는 이러한 외교 번호판이 부착된 차량만 이용할 수 있는 주차구역도 있으며, 여기에 무단으로 주차할 경우 부정 주차로 간주하여 견인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의 주제인 ‘대표’ 번호판을 쓰는 나라는 단 한 나라뿐이라고 한다.
‘대표’는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
중국과 수교 후 ‘대표부’로 남았다
이 번호판의 주인공은 바로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 즉 대만이다. 주한 타이베이 대표부의 차량에 부착되는 번호판에는 ‘대표부’에서 딴 ‘대표’가 각인되어 있다. 하지만 대분은 왜 외교나 영사가 아닌, 이런 보기 힘든 번호판을 사용할까?
이는 중국의 일국양제에 의거해, 중국과 수교를 맺기 위해서는 대만과 수교를 끊어야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대만은 정식 수교국이 아니다. 따라서 대사관이나 영사관이 아니라 대표부를 설치한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물론 비자를 신청 및 발급해주는 등, 사실상 대사관의 기능을 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외교 지위에 있어서는 대표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번호판 역시 ‘외교’가 아닌 ‘대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종류의 외교 번호판이 있다
네티즌 ‘진짜 보기 힘든 번호판’
대표 번호판뿐이 아니라 ‘국기’, ‘협정’, ‘준영’ 등 다양한 외교 번호판이 존재하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차에 타고 있는 사람, 혹은 차를 소유한 사람이 어떤 나라에서 온, 어느 정도의 지위가 있는 사람인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
네티즌 역시 해당 번호판에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표 번호판은 진짜 보기 힘든 거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으며, 다른 네티즌은 ‘그럼 대표 번호판은 무조건 대만이라고 보면 되나’라는 댓글을 남겼는데, 한국과 수교를 맺지 않아도 대표부를 두고 있는 다른 나라들일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