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통해 거래되는
연속된 숫자로 된 황금 번호판
일반인은 못 구하는 이유
과거 한 네티즌이 자신이 직접 도로를 다니면서 촬영한 황금 번호판 사진을 올려 큰 화제를 모았다. 네티즌이 직접 올린 번호판 사진에는 1111, 2222 등과 같이 같은 숫자로만 이루어진 번호판부터 4141, 2323, 1234 등 두 개의 숫자 반복 혹은 연속된 숫자로 이루어진 번호판 등 다양한 황금 번호판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황금 번호판은 어떻게 얻는 것일까? 정말 자동차 등록을 할 때 랜덤으로 얻는 걸까? 그렇다고 하기엔 유독 고급 수입차에서 황금 번호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오늘은 황금 번호판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에 대해 알아보자.
글 류현태 수습 에디터
고를 수 없는 번호판
사고 파는 것도 안 된다
새 차를 사고 자동차 번호판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차량등록 사업소에 방문해 자동차 신규등록 신청서를 제출하면 열 가지 번호가 랜덤으로 주어진다. 운전자는 이 열 가지 번호 중 마음에 드는 하나의 번호를 선택해서 사용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숫자가 반복되는 번호판이나 연속된 숫자로 이루어진 번호판을 선택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드물다.
그렇다면 황금 번호판은 어떻게 구하는 걸까?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하는 걸까?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번호판을 직접 돈으로 사고파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자동차를 팔면 그 번호판에 대한 소유권이 함께 구매자에게 넘어가게 된다. 사람들은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황금 번호판을 사고파는 것이다.
번호판 하나당 50~300만 원
황금 번호판 전문 브로커도 존재
이러한 황금 번호판 거래는 전문 브로커를 통해 이루어진다. 브로커들은 차량번호판을 관리하는 구청에 수시로 전화해 몇 번 대의 번호가 나오는지 사전에 파악하고 번호가 풀릴 시기를 예측해 여러 지역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이렇게 이들이 발급받은 황금 번호판은 폐차 직전의 차에 배정받고 구매자에게 차를 그대로 파는 것이다. 번호판 가격은 50만 원부터 비싸게는 2~300만 원까지 올라간다. 구매자들을 황금 번호판을 자신이 타고 다니던 차량으로 번호 이전을 하면서 비로소 황금 번호판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무원과 브로커의 유착관계
뇌물 주고받는 일도 성행
하지만 아무리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고 나오지도 않은 번호를 예측해서 얻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브로커들과 번호판 대행업체 직원들을 구청 공무원들과 유착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실제로 구청 자동차등록 사업소 소장이나 과장들이 은퇴 후 번호판 대행업체를 차리는 경우가 많고 이렇게 되면 구청 공무원과 대행업체 사장이 선·후임 사이로 엮이게 되는 것이다.
이에 시민들은 해외처럼 자동차 번호판 매매를 정부에서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이를 통해 합당한 세금을 걷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얼핏 보면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자동차 번호판 거래. 하지만 이는 이면에 숨어있는 공무원과 브로커들의 유착관계와 뇌물 수수가 아직까지 만연하다는 증거다. 조속히 관련 법규가 개정되어 불법적인 유착관계와 뇌물 수수가 뿌리 뽑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