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6 GT’ 공개
역대 가장 빠른 국산차
슈퍼카급 퍼포먼스 갖춰
작년 8월 기아 EV6가 처음 공개되던 날의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기아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EV6를 소개하며 말미에 고성능 모델 EV6 GT 프로토타입의 드래그 레이스 영상을 공개했다. 맥라렌 570S, 포르쉐 991 타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 메르세데스-AMG GT, 페라리 캘리포니아 T 등 억대 가격이 기본인 고성능 스포츠카들과 쿼터 마일 드래그 실력을 겨룬 EV6 GT는 맥라렌 570S를 제외한 모두를 병풍으로 만들어버렸다.
일각에서는 슈퍼카 제조사들의 최신형 전기차들과 겨뤄야 동등하지 않냐는 비판도 나왔지만 국산차가 비록 한 세대 전의 내연기관 모델일지라도 고성능 수입 스포츠카들과 대등한 가속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역대 가장 빠른 국산차가 출시되기까지 1년 넘는 기다림이 이어졌고 마침내 기아는 10월 4일부터 EV6 GT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글 이정현 에디터
최고출력 585마력
0-100km/h 3.5초
EV6 GT는 367마력, 39.8kgf.m짜리 후륜 모터와 218마력, 35.7kgf.m짜리 전륜 모터를 더해 합산 최고출력 585마력, 최대토크 75.5kgf.m를 발휘한다. 역대 가장 빠른 국산 내연기관 모델 제네시스 G70 3.3 터보가 370마력, 52.0kgf.m를 내고 기존 가장 빠른 국산 전기차였던 제네시스 GV60 퍼포먼스가 489마력, 71.4kgf.m의 동력성능을 갖췄다는 점을 참고해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0-100km/h 가속은 3.5초 만에 끝낸다. 포르쉐 타이칸 GTS(3.7초), 테슬라 모델 Y 퍼포먼스(3.7초), BMW i4 M50(3.9초) 등 국내에서 판매되는 어지간한 고성능 전기차보다 빠른 수준이다. 일반적인 전기차들과 마찬가지로 변속기가 없지만 전기모터 최고 회전수가 21,000RPM에 달해 싱글 기어로도 최고속도 260km/h를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전기차 전문 리뷰어 Bjørn Nyland의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실측 결과 GPS 기준으로도 263km/h로 제원상 수치보다 높은 최고속도를 기록했다.
각종 특화 사양 탑재
‘드리프트 모드’ 적용
잘 달리는 차는 잘 멈춰야 한다. EV6 GT에는 대용량 브레이크 시스템이 탑재되는데 직경 380mm에 달하는 로터를 네온 색상의 모노블럭 4피스톤 캘리퍼 든든하게 붙잡는다. 또한 전륜 스트럿 링과 후륜 러기지 플로어 보강 바가 추가되어 차체 강성이 향상됐다. R-MDPS에는 가변 기어비가 적용돼 속도에 따라 최적화된 조향 응답성을 보여주며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e-LSD)도 기본으로 들어간다. 주행모드에 따라 댐퍼 감쇠력을 조절하는 전자제어 서스펜션(ECS)도 탑재되어 핸들링과 승차감을 모두 챙겼다.
EV6 GT에 새롭게 추가된 주행모드 ‘GT 모드’에서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된 RBM(Regenerative Braking Maximization) 기능이 활성화된다. 해당 기능은 감속 시 회생제동량을 극대화해 일반 브레이크의 사용량을 줄여준다. 트랙 주행 등 가혹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브레이크 성능이 유지되며 추가적인 주행거리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기아 최초로 ‘드리프트 모드’도 적용되었다. 후륜 모터에 동력을 집중해 오버스티어를 유도하면서도 카운터스티어 시 전륜에 구동력을 배분해 스핀을 방지하는 똑똑함까지 갖췄다.
예상 깬 시작가격
7,200만 원 그대로
이외에도 측면 지지력을 높인 스웨이드 버킷 시트와 D컷 스티어링 휠,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 21인치 휠과 리어 디퓨저 등 고성능 감성을 자극하는 특화 사양이 기본 적용된다. 일반 롱레인지 모델과 동일한 77.4kWh 배터리가 적용되는 만큼 800V 초급속 충전 시 10% 80%까지 18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또한 가격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다. 자동차 업계에 닥친 원자재값 급증, 부품 공급난 등의 문제로 대부분 차량의 가격이 비싸진 가운데 EV6 GT는 작년 8월 당시 책정된 7,200만 원(개별소비세 3.5%, 세제혜택 후 기준)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억대 슈퍼카와 대등한 성능을 갖췄음에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될 EV6 GT에 더욱 많은 관심이 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