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못 잡죠” 밤마다 길거리 주차 된 SUV 타이어 바람 빼는 사람들,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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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판매 비중 지속 상승
기술 발달과 선호 겹쳤다
SUV 타이어 테러하는 집단?

SUV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 중 57.9%가 RV를 포함한 SUV였다. SUV의 국내 판매 비중은 2017년 40%에서 올해 6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같은 추세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난다.

SUV가 주목받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는 기술 발달이 꼽힌다. SUV의 단점이었던 소음과 진동은 파워트레인 다양화를 통해 개선되었고, 제작 방식 변경을 통해 안정된 승차감과 실내 공간을 동시에 확보했다. 여기에 제조사의 수익성 측면까지 더해져 이른바 ‘SUV 전성시대’가 도래했는데, 이를 극도로 싫어하는 집단이 차량 테러 행위를 시작했다.

김현일 기자

국제단체 ‘Tyre Extinguishers’
대체 뭐하는 사람들이길래?

올해 3월부터 미국을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는, 출근길 타이어에 바람이 빠진 SUV가 자주 보고되었다. 기이한 범죄행위에 사람들은 분노했는데, 범인들은 뻔뻔하게 자신들의 소행임을 밝히는 전단을 와이퍼에 끼워 놓고 자리를 떴다. 해당 전단에는 “우리는 당신의 타이어 바람을 뺐다, 아마 화나겠지만 문제는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차량이다”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이 같은 소행을 벌이는 사람들은 ‘Tyre Extinguishers’, 즉 타이어를 없애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국제 환경단체에 소속되어 있다. 런던에서 시작하여 취리히, 뉴욕, 시카고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이 단체는 올해 10월까지 15개국에서 1만 대의 SUV를 테러했다고 주장했다. 활동가들이 개별적으로 행동하기에 세력을 빠르게 넓힐 수 있었는데,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위를 팝업 기후 운동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 세계서 동시다발 테러 행위
하룻밤 새 900대 피해 입었다

지난 29일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타이어를 없애는 사람들’은 최근 역대 가장 큰 규모의 테러 행위를 감행했다. 단체는 성명을 통해, “28일 새벽 8개국 시민들이 900대 가까운 SUV 차량의 타이어 공기를 뺐다”라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일어난 동시다발적 테러 행위는 뉴욕과 런던, 파리 등 곳곳에서 피해가 보고되었고, 런던과 리즈, 취리히에서만 100대 이상의 자동차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운동의 피해자인 톰 하워스는 리즈에서 구급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는 트위터를 통해 “축하합니다. 응급 차량 타이어 공기를 빼내는 데 성공하셨습니다”라는 게시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단체 대변인인 매리언 워커는 “우리는 거대한 자동차 종식을 위해 누구든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필요한 것은 전단과 렌즈콩이다. 우리의 행위는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방법도 친절하게 설명
SUV 싫어하는 이유는

위 대변인의 말처럼, 이 환경단체는 웹사이트를 통해 SUV 타이어 테러 행위를 모두에게 독려하고 있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SUV를 찾는 방법부터 타이어 공기를 빼내는 방법과 노하우까지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리고 한쪽에는 왜 이런 행위를 하는지도 서술해 놓았는데, 그들의 목표는 “전 세계 도시지역에서 SUV 주행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들이 SUV를 종식시키려는 이유는 크게 4가지이다. 근본적인 이유는 차체가 크고 무겁다는 것이며, SUV가 지난 10년간 두 번째로 큰 탄소 배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SUV는 일반 차량에 비해 더 많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며, 보행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가능성도 더 크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는 SUV가 오프로드용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3/4에 달하는 차량이 도시를 주행한다며 이는 차주들의 허영심에 기인한 불필요한 소비라고 강조했다.

도로까지 점거하는 환경단체
피해는 결국 불특정 다수에

환경을 이유로 자동차 주행을 방해하는 단체는 Tyre Extinguishers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환경 운동 단체인 ‘Just Stop Oil’은 화석 연료 생산 중단을 목표로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들의 주요 활동은 고속도로 등 도로 점거와 공공기물 파손을 통한 통행 방해인데, 결국 일반 대중에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공분을 샀다.

경찰이 제지에 나선 이후 해당 단체 지지자들이 체포되는 횟수는 2천 번에 달하고 5명의 활동가가 수감되었는데, 공공질서법 개정안이 대두되자 “사형이 부과되지 않는 한 시위를 계속하겠다”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한다는 이유로 유명 미술작품에 음식물을 투척하고 손을 풀로 붙이는 기행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 같은 기습 시위에 보안업체와 미술관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전기차 주류는 SUV
테러에서 자유로울까

국제 환경단체들의 극단적인 시위 행위는 전동화와 함께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 Tyre Extinguisher의 전단 하단에는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를 타시나요? 이것들은 여전히 환경을 오염시키며 위험합니다”라고 적혀있다.

더군다나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전기차 국면에서 SUV는 주류 차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전기차 역시 타이어 테러를 면할 수는 없으며 도로에서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하는 것 역시 꽤 먼 미래의 얘기이다. 물론 무질서하고 극단적인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사람에 대한 분노보다 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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