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이후 ‘품절 대란’이라는 키워드가 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할 줄 알았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 SUV’의 영광을 다시 재현하며 화려하게 돌아올 줄 알았으나, 기대했던 것과 결과가 조금 달랐다. ‘포드 익스플로러’ 이야기다.

요즘 도로에서 유독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많이 팔렸구나”라고 생각했으나, 자료를 찾아보니 자주 보이는 이유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야심 차게 출시된 신형 익스플로러, 그러나 순탄치만은 익스플로러의 행보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사진 박준영, 이진웅 기자

도로에 벌써 보여서 좋다
그런데 속 사정이 조금 있다
벌써부터 도로에서 자주 보인다. 사진처럼 탁송되어 가는 모습이 자주 보이는가 하면, 도로를 주행 중인 모습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자주 보이고 있다. 이를 보고 “그만큼 많이 팔려서 그런 것이다”라고 볼 수도 있다. 나 역시 처음에는 마냥 그렇다고만 생각했다.

국산차는 보통 출시 이후 잘 팔리는 모델이라면 도로에서 금방 눈에 띈다. 수입차는 두 가지다. 잘 팔리는 모델인 경우 물량 확보가 잘 되었으면 도로에서 잘 보이고, 물량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인기가 좋음에도 출시 초기 도로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익스플로러는 일반적인 사례와 조금 다르다.

없어서 못 파는 게 아니라
못 팔아 너무 많이 남았다
보통 “없어서 못 판다”라는 마케팅을 펼치지만 익스플로러는 오히려 못 팔아 너무 많이 남은 것이 문제였다. 요즘 불매운동 여파로 판매량이 뚝 떨어진 일본차와 같다고나 할까.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일본차가 워낙 잘 팔려 물량을 대거 확보해두었는데, 불매운동 여파로 판매량이 뚝 떨어져 재고가 매우 많이 남아 이것이 할인 공세로 이어졌다.

파격적인 할인 공세까진 아니지만 익스플로러도 현재 비슷한 처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금 계약하면 바로 출고할 수 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고가 많이 쌓여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인기가 좋은 차들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데, 이 경우는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가는 것이라 이해하면 쉽다.

실제로 2020년형 신형 익스플로러의 재고 처리를 위해 포드코리아 일부 딜러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 체결 시 개소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계약 후 출고일이 올해를 넘기면 개소세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 익스플로러는 재고 물량이 남아있어 올해 안에 출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재고가 많은 차들을 빨리 처리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는 최근 할인 공세로 재고를 처리하고 있는 일본차와도 비슷한데, 자동차는 판매 여부에 상관없이 세워두기만 해도 감가가 발생하기 때문에 오래 세워둘수록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출시 전에도 자신만만
그러나 결과는 정 반대
정식 출시 전까지만 해도 포드코리아는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사전계약 1,000대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고, 워낙 잘 팔리던 SUV의 풀체인지 소식인지라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최근까지도 아틀라스 블루 등 일부 색상을 제외하고 즉시 출고가 가능한 물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가장 인기가 좋은 옥스퍼드 화이트 컬러도 즉시 출고가 가능한 목록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가장 잘 팔리는 SUV’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게 된 것일까?

트래버스가 걱정됐는데
오히려 지금은 반대다
사실 익스플로러 정식 출시 전까지만 해도, 아니 출시될 때쯤까지만 해도 ‘트래버스’가 매우 걱정되었다. 실제로 트래버스의 신차 효과가 익스플로러 때문에 빨리 죽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 역시 익스플로러에 트래버스가 묻히진 않을까 우려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정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트래버스’는 오히려 도로에서 보기가 힘든데,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9월에 출시 이후 고객 인도는 최근에서야 시작했다. 11월 15일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공급 물량이 비교적 적고, 고객 인도도 길어야 아직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터라 도로에서 보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익스플로러 기사를 본 소비자들의 반응도 트래버스 쪽으로 기우는 경우가 많다. “A/S 생각하면 그래도 쉐보레가 낫지 않냐”, “익스플로러 사려면 트래버스를 사는 게 낫다”, “트래버스는 같은 수입차이고 크기도 더 큰데 가격은 1,000만 원 더 저렴하다”라는 의견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트래버스는 다섯 가지 트림으로 판매되고, 가격대도 4,520만 원부터 5,522만 원까지 폭이 넓다. 반면 익스플로러는 5,990만 원짜리 ‘리미티드’ 단일 트림으로 판매되고 있다. 비록 익스플로러에는 트래버스에 없는 몇 가지 기술 사양이 적용되어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트래버스 최상위 트림보다 400만 원 정도 비싸다는 것에서 매력을 느끼긴 힘들 것이다. 이전 세대 익스플로러를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외치던 키워드가 ‘가성비’였다는 것을 잊은 걸까?

“가성비 때문에 탔는데”
선택지 많은 한국 자동차 시장
익스플로러의 매력은 어디에?
‘익스플로러’는 분명 ‘가성비 좋은 수입 SUV’였다. 이 키워드가 충분히 통했기 때문에 이전 세대 익스플로러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 SUV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신형 익스플로러는 선택지 많은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매력 발산을 충분히 못 했다.

“익스플로러 타는 사람이 무슨 팰리세이드를 고려하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소비자들의 선택 폭은 넓다. 실제로 GV80을 고민하던 사람이 기다리다 지쳐 6시리즈 GT를 구매한 사례도 있다. 디자인, 가격, 사양 등 국산차든 수입차든 경쟁 모델보다 나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구매로 이어질만한 눈에 띄는 매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팰리세이드 품질 논란 등
기회는 분명 있었으나
제대로 잡지 못했다
분명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크게 세 가지 기회가 있었다. 첫 번째는 팰리세이드의 품질 논란이다. 에바 가루 등 여러 가지 품질 논란과 함께 대기 기간만 1년일 때가 있었을 정도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신형 익스플로러를 기다리는 소비자들도 상당수였다.

두 번째는 모하비다. 모하비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이후 디자인 호불호와 더불어, 풀체인지 되지 않은 노후 모델이라는 점에서 신형 익스플로러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여럿 있었다. 세 번째는 트래버스다. 트래버스 역시 2017년에 처음으로 출시되었고, 국내에는 첫 출시 이후 2년이 지난 뒤에야 출시된 것이다. 요즘 옵션 사양으로 흔히 들어가는 반자율 주행 기술 등도 없다는 점에서 익스플로러가 가져갈 수 있는 매력이 충분히 많았다.

“없어서 못 판다”와
“못 팔아 너무 많이 남는다”
“없는 옵션 있다고 하네!”
마케팅이 잘못된 것일 수도
어쩌면 마케팅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월 2,000대 밖에 안 팔리는 차의 공급 물량을 1,000대 확보했다. 이들은 “없어서 못 판다” 마케팅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월 1,000대 팔리는 차의 공급 물량을 2,000대 확보했다. 이들은 “없어서 못 판다”가 아니라 “못 팔아 너무 많이 남는다”라는 비판을 받게 된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케팅 과정에서의 큰 실수도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ADAS 시스템, 그중에서도 후진 제동 보조 시스템이다. 포드코리아는 국내 사양 신형 익스플로러에 해당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고 홍보했고, 출시 행사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기능은 국내 사양 차량에 적용되지 않았고, 이 기능은 현재 판매되는 ‘리미티드’ 트림이 아닌 ‘ST’와 ‘플래티넘’ 등 상위 모델에만 있는 기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택지는 많고
소비자는 깐깐하다
너무 자만한 것은 아닐까
한국 자동차 시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국산차 선택지가 넘쳐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수입차 브랜드들도 대형 SUV를 적극적으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경쟁상대가 많아졌기 때문에 디자인, 가격, 사양 등 어느 하나 경쟁자들보다 더 나아야 한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소비자는 저울질을 더 신중히 한다.

혹, 너무 자만한 것은 아닐까 한다. 포드코리아는 트래버스와 비교하는 것 자체를 거부할 정도로 자신감이 가득 찼었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는 정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철저하지 못했던 준비, 그리고 경쟁 모델들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매력 포인트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인지를 못한 것은 아닐까? 한국 자동차 시장은 선택지가 많고, 선택지를 고르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어느 하나 뛰어난 매력 포인트가 없다면, 선택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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