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플레이션과 고금리·고유가 기조
경기 침체에 업계 위기 전망
지난달 수입차 판매량 반전 실적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에 따른 출고 지연, 역대 최고 수준의 신차 가격 인상률과 지속되는 고유가 기조 등 다양한 악재가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의향은 국내외에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이 부담을 더하면서 자동차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수입차 국내 판매량은 이와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11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28,222대로 전년 동월 대비 약 50% 증가했다. 이는 종전 올해 최다 실적이었던 25,363대의 10월 판매량과 비교해도 약 11% 늘어난 수준인데, 차량용 반도체 수급 완화에 따른 물량확보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글 김현일 기자
불경기에도 불티나게 팔린 수입차
벤츠, 반등 후 2달 동안 1위 유지
28,222대로 최고 기록을 경신한 11월을 포함, 올해 수입 승용차 누적 판매량은 253,795대로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했다. 이에 대해 임한규 KAIDA 부회장은 “11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은 반도체 공급난에도 불구하고 일부 브랜드의 물량확보 및 신차효과 등으로 전월 대비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브랜드별 등록 대수는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벤츠가 1위를 가져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1월 한 달간 7,734대를 인도했고, 7,209대의 BMW와 2,615대의 볼보가 그 뒤를 이었다. 모델별 판매량에서는 베스트셀러인 벤츠 E-클래스가 2,368대의 실적을 올리며 선두 방어에 성공했고, 라이벌 BMW 5시리즈가 2,190대로 뒤를 바짝 쫓았다. 같은 세그먼트인 볼보 S90과 가성비 SUV로 떠오르고 있는 폭스바겐 티구안은 각각 1,304대와 1,113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3위와 4위에 올랐다.
마지막 한 달 남은 왕좌의 게임
BMW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
올해 수입차 브랜드 1위 자리를 두고 BMW와 벤츠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 1위의 명성을 유지하려는 벤츠와 7년 만에 옛 영광을 되찾으려는 BMW 간의 경쟁은, 벤츠가 3분기 실적 저하를 겪는 바람에 BMW 쪽으로 쏠리는 듯했다. 그러나 10월부터 반등에 성공한 벤츠는 11월 판매량에서도 BMW를 근소하게 앞섰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BMW가 71,713대를 기록, 71,525대의 벤츠를 상대로 188대의 근소한 리드를 점하고 있다. 12월 딱 한 달만을 남긴 양사는 주력 모델인 E클래스와 5시리즈 등 준대형 세단과 전동화 모델 중심의 공급량 확보 수준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베스트셀러 굳건한 벤츠
7년 만에 반란 노리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수입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10세대 E-클래스가 2016년 6월 출시 이후 누적 20만 대 판매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수입차 시장 최초의 단일 모델 20만 대 판매 돌파 기록이며, E-클래스는 2017년 이후 5년 연속으로 연간 베스트셀링 모델에 선정된 바 있다. 올해 역시 11월까지 누적 25,501대가 팔리며 35%의 브랜드 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7년 만에 판매량 우위를 지속하고 있는 BMW의 강점은 인기 차종 할인 판매와 국내 특화 사후 서비스가 꼽힌다. BMW는 10월 말부터 주력 모델인 5시리즈를 1천만 원 넘게 할인한 것으로 알려졌고, 100% 디지털 서비스로 구현된 맞춤형 A/S 서비스인 ‘BMW 서비스케어 플러스’를 지난 5월 한국에 최초로 도입했다.
로드 탁송 불가능한 수입차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 걸림돌
BMW와 벤츠의 계약 물량 인도 총력전은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 여파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월 파업 때와 달리, 벤츠의 협력사인 M&M은 카 캐리어 탁송업무를 전면 중단했고, BMW 역시 신화로지스틱스 소속 일부 직원들이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수입차는 고객 인도 전 PDI 센터 검수를 거쳐야 하므로 파업 타격이 더욱 큰데, 보증 문제를 한국법인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어 로드 탁송이 불가능하다. 모 수입차 한국법인 관계자는 “본사와 딜러사가 보유한 카 캐리어와 개인이 운영하는 카 캐리어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으나 물량 대응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BMW가 올해 타이틀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피 튀기는 연말 할인 전쟁
수입 브랜드 프로모션 박차
연초 2% 수준이던 신차 할부 금리가 7~10% 수준까지 오르며 수요 둔화 조짐을 보이자, 수입차 브랜드들은 대규모 연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생산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었던 팬데믹 이후 2년 만에 단행하는 파격 할인으로, 공급 차질이 해소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벤츠와 BMW는 각자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벤츠는 판매가 저조한 대형 전기 세단 EQS를 최대 943만 원 할인해준다. 반면 BMW는 주력 모델인 5시리즈를 최대 990만 원 할인 판매하며, 인기 SUV인 X5도 가격이 1,100만 원 인하된다. 이외 아우디는 주력 중형 세단 A6를 800~1,050만 원 할인 판매하며, 마세라티는 기블리, 콰트로포르테, 르반떼에 대해 24개월 무이자(선수금 30%, 제휴 금융사)를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