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유가 있다니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자동차, 이게 망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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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들의 야심찬 계획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결과
출시와 단종이 조용한 자동차들

자동차 업체들은 한 대의 자동차를 출시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인력과 상상도 못 할 규모의 자본금을 투입한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을 해보면, 소비자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는 자동차의 등장이 머지 않은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건 애초에 성립이 되지 않는 생각이란 것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왜 그러냐고? 자동차는 결국 사람이 만든 물건이란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어떤 자동차라고 해도 단점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필수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개념인 셈. 그러나 업체들은 이 단점이라는 개념에 절대 소홀할 수가 없다. 단점이 아예 없을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해당 개념에 소홀하게 된다면,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테니 말이다. 그 결과는 뻔하다. “단종”이다. 이는 국산차에도 해당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산차 시장의 역사 속에는 이러한 단점에 소홀해 빠른 단종을 맞이해버린 차량이 여럿 존재한다.

유재희 기자


심심하면 차를 출시한
대우의 세단과 왜건

대우자동차는 과거 현대차와 견줄 정도로 80년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2인자로 자리 잡았던 입지를 가지고 있었다. 90년대에서도 활발한 신차 출시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유독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차량들을 만들었다. 그 차량이 바로 대우자동차의 누비라의 파생모델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는데, 바로 대우 누비라 스패건과 D5다. 두 차량은 당시 유행하던 세단의 형태가 아닌 왜건과 해치백 형태로 출시되었지만, 당시 소비자들은 세단 선호가 강해 좋은 판매 실적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2005년 대우자동차에는 대형 세단 라인업이 없었던 터라, 대형 세단 시장에 진입하고자 했던 GM대우는 홀덴의 ‘스테이츠맨’을 OEM으로 수입해오기 시작했다. 당시 스테이츠맨은 V6 2.8 DOHC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후륜으로 구동되는 방식을 사용했다. 엔진 부분에선 뛰어난 평가를 받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사용하기에 너무 어려운 인터페이스와 현지화가 안 된 편의 사양을 가지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것이다. 게다가 좌측통행하는 나라에서 만든 차량을 가져오는 바람에 주차브레이크 레버가 조수석에 더 가깝게 자리 잡았다. 이런 문제로 인해 대우 세단의 미래는 암울했고, 스테이츠맨은 1년 2개월 동안 판매를 이어가다 단종되었다.

국산차도 스포츠카?
결과는 단종의 길

앞서 소개했던 대우자동차에는 비운의 스포츠카가 존재한다. GM대우가 미국식 컨버터블 스포츠카 G2X를 국내 시장에 OEM 방식으로 출시하게 되었다. 대우 G2X는 그래도 바스터브 방식 GM 카파 플랫폼 프레임 바디가 적용되었고, GM 에코텍 엔진을 통해 최고 출력 264마력에 달하는 힘을 가진 좋은 차량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엠블럼만 ‘대우’로 바꾼 오펠 GT는 국내 출시 가격 4,460만 원에 판매되었다. G2X 출시 1년 뒤 나온 제네시스 쿠페 최소 출고가가 2,278만 원과 비교하자면 너무 비싼 것이 실패 요인이다.

G2X가 단종되기 약 10년 전 기아도 똑같은 컨버터블 스포츠카 엘란을 출시했었다. IMF를 앞두고 있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 기아는 로터스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생산을 감행하게 되었는데, 이때 기아는 엘란을 2,750만 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때 국내 시장에 판매되던 중형 세단의 가격이 1,500만 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판매의 목적이 보이는 차량이라고 보기 어렵다. 기아 엘란은 1996년에 출시된 직후 IMF를 직면하고 출시 3년 만에 단종된 차량으로 남게 되었다.


카니발 살아있는 게
기적인 기아의 MPV

기아는 일반 세단보단 MPV나 SUV와 같은 차량을 많이 출시하고 있었는데, 90년대 후반 기아는 카렌스와 카니발이라는 MPV 라인업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 현대차에서는 ‘싼타모’라는 소형 RV 차량을 가지고 있었는데, 싼타모의 크기가 딱 카렌스와 카니발의 중간 사이즈였다. 기아는 카렌스와 카니발 사이에 ‘카스타’라는 싼타모 플랫폼 기반의 차량을 출시하게 되었는데, 카니발보다 작지만, 가격은 카니발 기본가격보다 비싸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

카스타의 실패 요인으로는 앞서 말한 가격이 가장 큰 문제였고, 당시 가격에 비해 옵션이 매우 부실했다는 것이다. 싼타모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바람에 TCU도 없었고, 동급 대비 전자 장비도 부족했다. 사실상 현대차는 인수 직후 기아의 부실한 라인업을 끼워 맞추는 용도로 카스타를 출시한 것이고,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카스타는 단종되었다.


삼성에서 출시했던
유일한 상용차

국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에서 쏘렌토와 그랜저보다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차량은 바로 봉고와 포터다. 즉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상용차의 수요는 큰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과거 국내 자동차 제조사 중 삼성은 1톤 상용차를 제작한 경험이 있다. 1998년 당시 삼성상용차는 ‘야무진’이라는 이름의 화물차를 출시했고, 포터와 봉고보다 약 200만 원 정도 저렴한 가격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상용차 시장에 1인자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품질 문제로 야무진은 단종될 운명이었다. 야무진은 당시 약한 서스펜션과 프레임으로 제작되어 조금만 과적되면 그대로 주저 내려앉는 상태가 되었다. 게다가 케이블 파킹 브레이크도 처참한 수준의 내구성을 가지고 있어,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외면받게 된 것이다.


애매한 포지션
뭣도 아니었던 아슬란

현대차에서는 제네시스가 별도의 브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에쿠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하나의 차량을 출시했다. 그랜저보단 크고 제네시스보단 작은 라인업으로 아슬란을 출시했는데, 출시 3년 만에 단종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현대차의 아슬란이 단종된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 그랜저와 동일한 플랫폼과 대부분 동일한 부품을 사용해 차별점이 없었고, 제네시스의 요소들을 한두 개 넣은 정도는 소비자를 사로잡기엔 부족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현대차가 그랜저보단 윗급으로 만든 차량인 만큼 현대차에선 좋은 차이긴 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굳이?”라는 생각이 드는 차량이었다. 이렇듯 단종된 차량들의 공통점은 모두 당시 시장 상황과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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