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라’ 만든 그 회사
어울림모터스 대표 근황
차량을 도난당했다?
한국의 완성차 제조사들을 떠올려보자면 현대, 기아, 쌍용, 삼성(르노코리아), 대우(한국지엠)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를 자체 개발, 생산해 내수 판매부터 수출까지 한 국내 여섯 번째 완성차 제조사도 존재했다. 미드십 레이아웃의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주로 생산했으며 모든 생산 과정을 수제작으로 진행한 ‘어울림모터스‘다.
어울림모터스의 ‘스피라‘는 국산 양산차 최초로 제로백 3초대를 끊고 최고속도 300km/h를 돌파했으며 국산 최초이자 유일한 양산 미드십 스포츠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모델이다. 하지만 내수 판매량이 26대에 그쳐 실물 한 번 보기조차 어려운 극한의 희소성을 자랑한다. 어울림모터스는 경영난과 법정 공방 등 우여곡절 끝에 도산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근황도 한동안 전해지지 않았는데, 최근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끈다.
글 이정현 기자
행방조차 묘연한 상황
스피라 2 개발에 필요
어울림모터스 박동혁 대표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도둑맞은 스피라를 찾아주세요”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앞서 지난달 29일 어울림모터스 관련 법정 공방 과정에서 구속되어 있다가 풀려났다고 밝힌 그는 “스피라 한 대를 급하게 찾습니다”라는 내용으로 글을 시작했다.
박동혁 대표의 차량을 수리 목적으로 맡고 있던 지인이 수년째 차를 돌려주지 않고 지금은 차량의 행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상황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해당 차량이 스피라 2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회사 사정상 대체품이 없기에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며 차량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에게는 사례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2016년 도산한 회사
의문투성인 행적
한편 어울림모터스는 지난 2015년 스피라 2의 개발에 착수했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이듬해인 2016년 회사채 상환에 실패해 상장 폐지되었으며, 스피라 2의 개발도 무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당시 회사가 존폐 위기에 놓였을 때 스피라를 개발한 프로토 모터스의 사장 일가와 주요 인력도 대부분 퇴사해 새로운 차량 개발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또한 스피라 2에 얽힌 어울림모터스의 행적도 팬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주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신차의 프로토타입도 없는 상황에서 스피라 2의 광고 모델을 선발하고 최종 선발된 모델에게 상금 1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당시 네티즌들은 “이렇게 큰돈을 모델 선발에 쓸 수 있을 정도의 재정 상황이 아닐 텐데”, “차를 만들 생각이 있긴 한 건가?”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일부 응원 댓글 이어져
차량 목격담도 나왔다
현재는 서류에도 없는 회사며 신차를 개발할 여건 자체가 갖춰져 있지 않은 만큼 스피라 2 실물이 언제 등장할지 알 수 없지만 일부 네티즌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유명 자동차 커뮤니티에 공유했습니다”, “꼭 찾길 바랍니다”, “스피라 2 기대되네요”, “대구에서 목격한 적이 있다고 하네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세상에 양아치들이 참 많구나”, “비슷한 차가 우리 동네에서 돌아다니던데”, “대표라는 사람이 이런 글을 직접 쓴 걸 보면 어울림모터스가 진짜 작은 회사라는 걸 느낀다”, “안타깝네”, “차 찾는 거야 잘 됐으면 좋겠지만 신차는 안 만들고 이상한 모델 선발 쇼 하는 것 보고 정 뚝 떨어짐“과 같은 댓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스피라의 몸체는 탄소강화복합체죠?
희소성은 익히 알려진대로 페라리보다도 높습니다.
누가 무슨 마음으로 이 차를 빼돌렸는지 모르나. 개인의 물건일 수 없는 차의 미래를 생각해서 주인에게로 돌아가야 마땅하죠.
구매를 입증할 수도 없는 고희귀 차량으로 주인을 입증하는 건 어려움이 없겠죠.
아무리 관종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차 타고 폼 잡으려는 건 좀 아니라도 봅니다. 차량기술의 살아있는 자료로서 마땅히 제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대구에서 제보가 속출하나보네요.
대구 ㅡ 쌈빡한 차들이 참 많은 동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