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전략이 하나의 생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좋은 프리미엄을 찾기 시작했고, 호화로운 옵션 장비를 선택의 기준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오늘날 자동차 시장 이야기다. ‘프리미엄’ 전략은 이제 중형 및 대형 자동차들뿐 아니라 소형 자동차들까지 넘어왔다. 우리는 경차를 고를 때도 스티어링 열선과 냉난방 시트 유무를 따진다.
지금 한국의 베스트셀링 세단은 과거 국민 자동차라 불렸던 ‘쏘나타’가 아니다. 쏘나타가 국민 자동차라 불리던 시절 부의 상징으로 통했던 ‘그랜저’가 베스트셀링 세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는 쏘나타를 다시 베스트셀링 세단으로 부활시킬 수 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를 시작으로 걸었으면 하는 행보와 바람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김승현 기자
토요타 렉서스처럼
디자인부터 큰 변화를?
그간 유출된 사진을 통해, 그리고 오늘(6일) 공개된 공식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듯 쏘나타는 큰 디자인 변화를 맞이했다. 누군가에겐 개성 있는 캐릭터로, 누군가에겐 보기 싫은 모습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를 보고 일각에선 “토요타처럼 파격적인 디자인을 패밀리룩으로 정착시키려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신형 쏘나타의 변화를 통해 우리는 현대차의 전략을 추측해볼 수 있다. 그 당시 큰 디자인 변화를 맞이했던 ‘YF 쏘나타’의 선례를 이어가고자 하는 것으로 말이다. 현대차는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렉서스가 있다고
토요타를 억누르지 않았다
“제네시스가 있는데 현대차를 프리미엄을 만들면 어쩌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쉽게 생각해보면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로 출범했고, 현대차에서 제네시스와 비슷한 가격대의 자동차가 나온다면 분명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아 팀킬 우려가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이미 성공한 사례를 통해 힌트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토요타는 렉서스를 고급 브랜드로 출범시켰다고 해서 토요타의 모델 라인업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렉서스 LS’가 있음에도 ‘토요타 센추리’를 지금까지 플래그십 모델로 유지 중이고, ‘렉서스 ES’가 있다고 해서 ‘토요타 아발론’이나 ‘캠리’를 단종시키지 않았다. 렉서스만의 모델 라인업과 토요타만의 모델 라인업이 단독으로 존재한다. 렉서스만의 프리미엄이 있고, 토요타만의 프리미엄이 있다는 것이다.
제네시스를 위해서도
현대차를 억누를 필요는 없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와 어떤 차이를 두고 있을까. 토요타와 렉서스, 그리고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가장 큰 차이라 함은 현대차에겐 지금 과거의 에쿠스만 한 플래그십 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제네시스는 신생 브랜드이기 때문에 모델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현대차는 절대 신생 브랜드가 아니다.
렉서스가 있다 해서 토요타가 위축되거나 억눌리지 않은 것처럼 제네시스가 있다 해서 현대차가 위축되거나 억눌릴 필요는 결코 없다. 즉, ‘그랜저’가 있다고 해서 ‘쏘나타’가 프리미엄을 지향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제네시스 G90’이 있다 해서 현대차가 ‘에쿠스’를 생산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선뜻 나서지 못하는 여기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천천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쏘나타가 올라갈수록
그랜저의 자리가 위태롭다
가장 큰 문제는 그랜저의 위치다. 기사 머리말에서 언급했듯 그랜저는 과거 ‘부의 상징’으로 통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그랜저는 부의 상징과 거리가 멀다. 어떤 나라의 베스트셀링카라 함은 부의 상징보단 ‘국민 자동차’에 가깝다. 국민 자동차는 호화로운 럭셔리카가 아니라 합리적인 자동차에 어울리는 타이틀이다.
만약 현재 그랜저의 포지션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에서 쏘나타의 위치가 올라온다고 생각해보라. 굳이 답을 말하지 않아도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쏘나타가 그랜저를 갉아먹거나, 그랜저가 쏘나타를 갉아먹거나 둘 중 하나다.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
좁을수록 좋지 않다
모델과 모델 사이의 간격은 넓을수록 좋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포지션이 명확한 것이 좋다. 메르세데스 ‘S클래스’와 ‘E클래스’가 포지션이 명확하고, 렉서스 ‘LS’와 ‘ES’의 포지션, 그리고 토요타 ‘아발론’과
‘캠리’의 포지션이 명확한 것처럼 ‘쏘나타’와 ‘그랜저’도 각자의 포지션이 명확할수록 좋다.
“아반떼 사러 갔다가 쏘나타 계약하고 나왔다”, “소나타 사러 갔다가 그랜저 계약하고 나왔다”… 간혹 들리고 있는 의견들이다.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암시해준다. 그랜저를 위해 쏘나타를 포기하고, 쏘나타를 위해 아반떼를 포기한다는 것은 플래그십 아래에 있는 모델들을 흐지부지 만들겠다는 소리밖에 안된다.
프리미엄 쏘나타도 좋지만
프리미엄 그랜저를 간과한다면
프리미엄 쏘나타가 나온다는 것은 충분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현대차가 제네시스와 다른 독자적인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제네시스와 현대차의 차이를 더욱 명확히 두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프리미엄 쏘나타를 내놓기 위해선 그랜저를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이상적으로 생각해보면 쏘나타를 진정한 프리미엄으로 내놓기 전에 그랜저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 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마치 메르세데스가 S클래스를 출시하고 E클래스와 C클래스를 내놓는 것처럼 말이다.
쏘나타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그랜저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
모두 명확해야 한다
심각하게 고민할 만큼 두 자동차가 겹치는 점이 많다면 대부분이 그랜저를 선택할 것이다. 가격, 품질, 그리고 기본 및 옵션 장비가 비슷하다면 그랜저 대신 쏘나타를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다. 두 모델 사이의 간격이 좁을 때 벌어지는 일종의 딜레마다.
위에서 계속 언급했듯 소비자가 ‘쏘나타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와 ‘그랜저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각각 명확하려면 두 모델 사이를 벌려놓는 수밖에 없다.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수단이 가격이 됐든, 디자인이 됐든, 품질이 됐든, 포지션이 됐든 말이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
그랜저가 유일한 상태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은 현재 그랜저가 유일하다. SUV까지 생각하자면 ‘팰리세이드’도 있다. 그랜저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제조사와 경쟁하려면 턱없이 부족하다. 기아자동차만 하더라도 ‘K9’이라는 플래그십 세단이 존재한다.
‘현대차’만의 플래그십
멀리 보면 에쿠스의 부활이
필요한 시기가 올 것이다
멀리 봐야 한다고 말하지만 조만간이 될 수도 있다. 현대차만의 플래그십 세단, 즉, ‘에쿠스’의 부활이 필요한 시기가 분명 올 것이다. 플래그십 모델은 그 브랜드의 이미지가 되고는 한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이 ‘그랜저’인 것보단 ‘에쿠스’인 것이 이미지에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분들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동차 제조사에게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계실 것이다.
단순 이미지뿐 아니라 ‘프리미엄 쏘나타’를 위해서 ‘프리미엄 그랜저’가 필요하듯, 현대차의 독자적인 프리미엄 이미지를 위해선 그랜저보다 더 고급스러운 플래그십 세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제네시스와 차이를 두려면 더욱더 필요하다.
현대차만의 프리미엄을
소비자가 인정하게 하는 것
순수하게 현대차의 몫이다
제조사 스스로 “쏘나타는 프리미엄 자동차입니다”,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단 소비자가 “쏘나타 참 괜찮더라”, “고급차 하면 제네시스지”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대차 스스로 프리미엄이라고 주장하기보단 현대차만의 프리미엄을 소비자가 인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물론 순수히 현대차의 몫이다.
아마 현대차의 성장을 싫어할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해외에서 현대차를 만나면 반가워한다. 우리 기업이 성장하는 것을 어찌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겠는가. 냉정하게 순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를 싫어해서 그들의 행동을 비판하는 것인지, 그들의 행동이 문제가 되어 현대차를 비판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프리미엄은 제조사가 만들어가는 것이고, 판단과 평가는 소비자의 몫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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