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는 신형 ‘쏘렌토’로 인해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 대가량 계약된 차량을 정상적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지난 21일 기아차는 쏘렌토의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하이브리드 계약을 중단했다.
정부의 에너지 소비 효율을 충족 시키지 못해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많은 소비자들은 출시 전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기아차에 대한 비난과 비판을 이어갔고 기아차는 “사전계약 고객들에게 마땅한 보상책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어떤 보상안을 마련하게 될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쏘렌토 하이브리드 계약 중단 사태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두 가지 ‘사상 최초’
타이틀을 가져다준 쏘렌토
기아차에게 있어 신형 쏘렌토는 ‘사상 최초’라는 타이틀 두 가지를 안겨다 주었다. 기아차 역대 최초로 사전계약 첫날 1만 5천 대가 넘는 계약을 확보하며 그간 사전계약 기록을 경신한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이렇게 좋은 첫 출발을 하고 난 바로 다음날, 하이브리드 트림의 사전계약을 긴급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기아차는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이 정부의 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친환경차 세제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였으며 이에 따라 사전계약 가격이 변동될 예정이며 계약은 일시적으로 중단된다는 공문을 띄웠다.
“직원 실수였다” 발표에
당연히 뿔난 소비자들
황당한 소식에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계약한 약 1만 명의 소비자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 하이브리드를 선택한 것이 연비를 포함한 각종 세제 혜택, 친환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인데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아차는 “직원의 실수로 벌어진 일이다”라고 발표하여 더욱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런 초유의 사태가 단순한 직원 한 명의 실수로 벌어질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친환경차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출시 전에 이런 것도 검토를 하지 않다니”,”이건 기아차의 역대급 실수다”,”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이걸 어떻게 직원 실수로 돌리는지 너무 무책임하다” 라며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흔히들 ‘연비’라고 말하는
에너지 소비 효율 기준을
충족 시키지 못했다
먼저 신형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친환경차 인증을 받지 못한 이유를 알아보자. 현행법상 1,600cc 미만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복합연비가 15.8km/L 이상이 되어야 친환경차로 인증받을 수 있다. 하지만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5.3km/L로 0.5km/L가 모자라는 연비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인증을 받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저공해자동차 2종 인증을 받기 위해선 연비뿐만 아니라 다른 배출가스도 기준에 충족해야 하는데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이외에는 아직 다른 수치들이 발표되지 않았다. 따라서 에너지 소비 효율 이외에 다른 배출가스 조건도 기준에 충족하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저공해 자동차 2종
다양한 배출가스 기준이 존재한다
대기환경보전법 제74조 1항에 따라 저공해 자동차 2종 인증을 받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일산화탄소는 0.623g/km 이하,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는 0.019g/km 이하, 입자상 물질은 0.002g/km 이하가 되어야 한다.
일각에선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도 97g/km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105g/km인 쏘렌토는 이마저도 넘지 못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현재법적으로는 이산화탄소 기준은 확인되지 않고 이외에 다른 배출가스들의 기준이 존재한다.
배출가스 인증을 받지 못한
말리부 하이브리드가 있었다
국내에선 하이브리드 중 최초로 저공해차 인증을 받지 못한 말리부 하이브리드 역시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탄화수소와 입자상 물질 중 두 가지 이상이 불합격 처리되어 저공해 자동차 2종 인증을 받지 못하였다. 물론 그렇게 되면 차량 구매 보조금은 물론 취등록 세 지원과 개별소비세 감면 등의 혜택은 당연히 받을 수 없게 된다.
현재 쏘렌토는 “연비가 기준치에 충족되지 않아 인증을 받지 못하였다”라고 기아차가 주장했으므로 다른 배출가스 기준은 기준치를 만족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출시일을 늦추더라도 연비 부분을 조정하여 재인증을 받는 것이 낫지 않을까.
1. 급한 불부터 끄기
취등록세 + 개별소비세 지원
그렇다면 기아차는 앞으로 어떤 액션을 취하게 될까.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첫 번째는 사전계약자들에게 취등록세와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계약자가 1만 명이 넘어섰기 때문에 100억 단위의 큰 손실을 껴안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지원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이후에 구매하게 되는 사람들은 친환경차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굳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큰 메리트가 없어진다. 앞으로의 판매량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이다.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선택은 아니다.
2. 출시를 늦추어
다시 인증을 받는다
두 번째 방법은 사전 계약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출시일을 조금 더 늦추어 다시 환경인증을 받는 방법이다. ECU와 파워트레인의 세팅, 출력 변화를 통해 연비를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배출가스 기준이 친환경 인증을 받는데 문제가 없다는 가정하에 연비를 조정하여 다시 인증을 받고 판매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판매하게 될 쏘렌토도 쭉 친환경차 혜택을 그대로 받으면서 문제없이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출력의 저하와 기존 발표된 스펙과 크게 달라진다면 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출고가 밀리는 사전계약자들을 위한 보상책도 별도로 마련이 되어야 한다.
3. 기아차는 출시를
감행할 전망이다
다만 여러 가지 걱정과 변수에도 불구하고 기아차는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출시를 그대로 진행할 전망이다. 24일 오전 전산망으로 유출된 것으로 돌아다니는 엑셀표에선 하이브리드 계약 고객의 보상책을 마련하여 별도로 공지할 계획이며 계약 시 공지된 가격 그대로를 인정하여 차량 구매 시 적용받는 143만 원 분을 기아차가 부담한다는 뜻이다.
또한 보상안이 확정되면 하이브리드 계약을 재개하고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격으로 조정이 될 전망이다. 현재 계약 고객이 13,849명으로 이미 올해 생산 물량의 90%를 채웠기 때문에 기아차는 가능한 계약을 디젤로 유도하고 7월 출시 예정인 2.5리터 가솔린 터보로도 연계하여 홍보를 해줄 것을 권고했다. 결국 재인증을 받지는 않고 현재 상태 그대로 보상안을 마련하여 출시를 감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1.6 가솔린 터보?
반쪽짜리 하이브리드 논란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기아차는 다시 조정을 하여 재인증을 받지 않고 판매를 그대로 감행하여 사전계약자들에게 143만 원 정도를 보상해 줄 전망이다. 취등록 세 감면 90만 원은 따로 지원이 없을 예정이며 물론 출고 이후 친환경차 혜택은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이대로 출시를 감행한다면 반쪽짜리 하이브리드라는 이야기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현재 계약된 물량만 생산하더라도 약 1년 정도의 기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이후에 재인증을 받아 친환경차로 출고하게 되면 기존 초기 출고 차주들의 불만이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해 보인다.
이어지는 계약 취소
싼타페 페이스리프트를 기다린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자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계약한 여러 고객들은 미인증 차량을 그대로 판매 시 계약을 취소하고 다른 차를 알아볼 것이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큰 곤욕을 치르게 되었으니 5월 출시 예정인 싼타페 페이스리프트 하이브리드 모델은 친환경차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하여 출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쏘렌토 사건은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친환경차 혜택을 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기아차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여 빠르고 정확한 조치를 내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친환경차 인증을 어떻게든 다시 받아서 출시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번 돌아선 고객들의 마음을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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