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좀 잠잠한가 싶더니 이 제조사 자동차에서도 문제가 발견되었다.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국산차부터 수입차까지, 계속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지프 컴패스’에서 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 결함이 있음에도 보상은 어렵다고 한다. 최근 ‘레몬법 도입’이라는 기사 타이틀과 함께 자동차 제조사 여러 곳이 거론되었으나, 막상 문제가 닥치니 보상은 받을 수 없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최근 발생한 지프 컴패스 결함과 함께 실효성 없는 소비자 보호법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이번에는 지프
시동이 안 걸린다
국산차 제조사는 엔진 결함으로 시끄럽고, 수입차 제조사는 인증 문제로 시끄럽다. 이번에는 지프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가 최근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FCA코리아가 수입 판매한 지프 컴패스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로 정부 측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이와 관련한 신고 건수는 5건이다.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것은 아니며, 시동을 걸 때 불안정하게 걸린다거나, 아예 걸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FCA코리아는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 파워트레인 컨트롤 모듈을 업데이트하면 개선 가능하다고 판단했으나 업데이트 이후에도 해당 문제가 다시 드러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엔진 결함으로 결론나면
현대차가 골치 아플 수도
세타 엔진 기반 2.4 엔진
공교롭게도 이번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가 발견된 지프 차량들이 장착하는 엔진은 현대자동차가 세타 엔진을 기반으로 만든 월드 엔진이다. 만약 시동이 안 걸리는 문제가 조사 후 엔진 결함으로 결론난다면 현대차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 갈 것으로 보인다.

세타 엔진 기반으로 만들어진 2.4리터 월드 엔진은 지프 체로키, 지프 컴패스, 크라이슬러 200, 피아트 500X 등이 적용하고 있다.

현행법 기준으로는
보상받기 어려워
엔진 결함인지 소프트웨어 결함인지 제대로 밝혀지진 않았다. 어떠한 경우에 해당되든 제작 결함인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피해 차주들 보상은 어렵다고 한다. 문제는 현행법 기준이다. 레몬법이 도입되었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이슈처럼 흘러나왔으나 도입 초기부터 지적되어오던 실효성 논란이 현실이 된 것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 해당 문제는 ‘주행 중 시동이 꺼진 것’이 아니라 ‘주행하기 전 시동을 걸려고 시도했을 때 시동이 걸리지 않은 것’이다. 주행 중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행법 기준으로 보상받기 어렵다는 것이 중심 내용이고,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현상을 중대 결함으로 보아야 하는지, 일반 결함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차라리 차를 안 팔래요”
불과 4개월 전 이야기
레몬법 도입하느니 차를 안 팔겠다… 오래전 기사 제목이 아니다. 올해 1월 기사 제목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레몬법을 도입하는 자동차 제조사가 없었다. 소비자가 레몬법 조항을 계약서에 넣어달라고 하자 이를 거절하는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었다.

당시 해당 자동차 영업사원은 “자동차 계약서라는 건 절대적으로 고객님한테 유리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지금은 그렇게 못합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었고, 일부 수입차 업체는 판매 직원이 바뀐 레몬법 내용을 몰라 계약서에 넣기를 거절한 사례도 있었다.

대부분 레몬법 도입했지만
법적 강제성 없어 실효성은 글쎄
4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은 자동차 제조사들 대부분이 계약서에 레몬법 조항을 추가했다. 그러나 여전히 실효성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자동차 제조사 문제보단 개정된 법 내용 문제에 더 가깝다. 개정 전과 후가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한국 레몬법 교환 및 환불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1개월 이내 주행 및 안전 결함 관련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했을 때, 둘째는 12개월 이내에 중대 결함 및 동일한 하자가 4회 이상 발생했을 때다. 가장 큰 문제는 법적 강제성이다. 미국 레몬법은 교환 및 환불에 대해 법적 강제성이 있으나, 한국 레몬법은 법적 강제성 없이 단순 권고사항에 그친다. 사실상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법이라는 이야기다.

이 제도로 보상받은 사례 없다
손해배상 대상이 매우 제한적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폭스바겐 디젤 사태 이후 한창 나오던 주제다. 2016년 7월 우상호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피해자 집단 피해 보상 제도 등을 반드시 법제화해야 한다”라고 말했고, 2018년 8월 BMW 화재 사태가 한창 일어나고 있을 당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집단 소송제 도입 등 소비자를 보호하고 BMW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사태와 BMW 화재 사태, 그리고 끊임없는 국산차 품질 및 결함 논란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은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권에서 내놓는 해법이 똑같다. 달라진 것은 없다. 아, 정확하게 말하면 아예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일부’ 변화가 있었다.

제조물 책임법이 지난해 4월부터 바뀌었다. 자동차의 경우 기존에는 결함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면 실제 손해액만 배상하면 됐었다. 지난해 4월부터는 고의성이 입증되면 3배 안에서 배상하도록 바뀌었다. 배상액을 높여 ‘징벌’ 성격을 넣은 것이다.

‘일부 변화했다’라고 표현한 것은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적용 대상이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입었을 경우만 해당된다.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친 경우에만 한정된다는 것이다. 재산 피해는 적용되지 않는다.

있으나 마나 한 내용이었지만
당시 여당과 야당 모두
치열한 토론 없이 합의
폭스바겐 사태 이후 2016년, 국회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법안 8건이 올라왔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1건,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7건을 냈다. 민주당 법안 중에는 재산 피해도 포함시키자는 내용이 일부 있었고, 배상 한도도 법안을 발의한 대표 의원별로 3배에서 12배까지 다양했다. 새누리당 법안은 재산 피해를 빼고 배상 범위도 3배로 하자는 내용이었다.

또한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당시 정부가 야당안을 반대한 것으로 나와있고, 국회 검토 보고서에는 전경련은 기업 활동 위축을 초래한다면서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나와있다. 결국 당시 여당 안대로 되었다. 민주당 의원들도 특별한 반대나 치열한 토론을 벌이지 않았다.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시간이 흘렀지만 배상 대상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들도 여럿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손해 사실에 대해 피해자 스스로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계 제작 결함과 관련하여 소비자가 증명해야 한다. 실제로 법 조항에 명시되어 있다.

제조물책임법 제3조 2항에는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피해자가 증명’, ‘손해가 제조물 결함 없니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증명’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다. 기계적 전자적 결함을 일반인 보고 입증하라니, 사실상 소비자에겐 전혀 도움 되지 않는 실효성 없는 내용들이라는 것이다.

가해자를 위한 구제 있지만
피해자를 위한 보호는 없다
결함 피해 관련 사례뿐 아니라 사고 피해 관련 사례에도 이 말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가해자를 위한 구제는 있지만 피해자를 위한 보호는 없다’라는 말이다. 엔진 결함 사고에서도, 급발진 사고에서도, 화재 사고에서도 피해자를 위한 보호는 없었다. 기업을 위한 빠져나갈 구멍만 존재했다.

소비자에겐 힘이 없다. 기계적 결함을 소비자에게 입증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자동차라는 것은 특히 값이 비싸다.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랜덤 박스에서 뽑기 하는 마음으로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늦어질수록 크게 곪는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법을 이용하여 가해자를 구제할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지 결단해야 한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참고 : 국회 속기록, 국회 검토보고서, JTBC 뉴스룸, 경향신문,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