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남자들의 자동차 ‘브레이브’님)

4월 국내 자동차 판매 실적은 다크호스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르노삼성 XM3는 6,276대를 판매하며 셀토스를 누르고 소형 SUV 시장 1위를 차지하였고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한 올 뉴 아반떼는 7,447대를 판매하며 시장 3위로 우뚝 솟아올라 잠잠하던 준중형 세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4월 판매 실적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차는 다름 아닌 기아 K5다. 오랫동안 쏘나타에 밀려 서자 취급을 받아온 K5이지만 이번엔 쏘나타와 두 배 이상의 판매 격차를 벌이며 전체 4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쏘나타를 꺾은 K5, 인기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K5와 쏘나타 판매량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쏘나타 3,341대
K5 7,070대
두 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4월 자동차 판매량은 여러 가지 기록이 탄생했다. 국산차 터줏대감인 그랜저가 1만 1,566대를 판매하여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대기 기간만 수개월이라는 신형 쏘렌토가 7,594대를 판매하며 인기를 증명하였다.

여기에 3위는 7,447대를 판매한 올 뉴 아반떼가 차지하여 출시 첫 달 좋은 판매 성적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잠잠했던 국산 준중형 세단 시장에 새로운 활기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보통 이 정도 되면 상용차 포터가 순위권에서 등장할 때가 된 거 같은데 4위는 다름 아닌 K5가 차지하였다. 7,070대를 판매한 기아 K5는 3,341대를 판매하여 16위를 차지한 쏘나타를 저 멀리 따돌리는데 성공했다.

K5가 쏘나타를 두 배 이상의 판매량 격차로 이겨버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그간 많은 소비자들은 “디자인이든 뭐든 결국 현대차한테는 안되는 게 기아의 숙명”이라며 형제 그룹인 현대를 넘어설 수 없는 기아의 운명을 논해왔었다.

‘국산차 역대급 디자인’이라는 칭호를 받았던 과거 1세대 K5도 잠깐 쏘나타 판매량을 추월하기도 했으나 8만 7,452대를 판매했던 2010년 쏘나타는 10만 대를 훌쩍 넘겨 결국 쏘나타를 넘어서지 못했었다. 이는 비단 K5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K시리즈라 불리는 기아차의 세단 라인업은 항상 동급 현대차들보다 적게 팔려왔다. 1세대 K5가 출시된 같은 해인 2010년 K7이 그랜저를 딱 한 번 누른 것과 작년 IG 페이스리프트가 출시되기 전 반짝 판매량이 올랐던 것이 전부다.

파격적인 스타일이었던
2010년 쏘나타와 K5
현대기아차 디자인 연대기를 살펴보면 2010년 초반은 과도기 시절이었다. 급진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 속 현대기아차는 패밀리룩 디자인 구축을 시도하며 그동안은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변화를 감행했다. 쏘나타엔 ‘플루이딕 스컬프쳐’라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녹여내었고 피터 슈라이어가 합류한 기아차는 ‘K시리즈’를 만들어내며 대대적인 패밀리룩 작업에 착수했다.

YF 쏘나타와 1세대 K5 모두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중형 세단의 표본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던 베스트셀러다. 두 자동차는 같은 파워트레인을 공유했지만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 소비층의 호불호 역시 뚜렷하게 갈렸다.

그런데 다음 세대에선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LF 쏘나타는 YF 시절보다 조금 보수적인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했고 이때 현대차는 한창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였던 시기이기에 디자인보단 주행성능과 차량 기본기 개선에 더 많은 부분을 투자했다.

기아의 2세대 K5 역시 급진적인 변화보단 성공했던 1세대의 스타일을 그대로 살려 페이스리프트라고 해도 될 정도로 전체적인 스타일은 1세대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쏘나타보다 K5가 대체적으로 호평이었으나 판매량은 언제나 쏘나타의 승리였다.

그런데 두 차량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등장하면서 디자인의 호불호가 더 명확하게 갈렸다. 쏘나타 뉴 라이즈는 “역대 최악의 쏘나타”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고 유사한 스타일을 적용한 아반떼 역시 삼각떼라고 놀림당하며 판매량은 점점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반면 K5는 페이스리프트에서도 여전히 K5 하면 딱 떠오르는 고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스타일 변화에는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K5의 디자인을 좋아하던 소비자들은 이를 반기기도 했지만 일각에선 “K5는 너무 스타일 변화가 없다”,”이제는 조금 진부해 보인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작년 출시된 신형 모델은
반응이 완전히 엇갈렸다
3세대 플랫폼이 적용된 완전한 신형 쏘나타와 K5는 모두 파격적인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했다. 쏘나타는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라는 디자인 철학을 토대로 현대차의 새로운 패밀리룩 디자인을 적용하였으며, 신형 K5는 타이거 노즈에서 진화한 타이거 페이스 스타일을 녹여내어 두 차량 모두 기존 모델에서 볼 수 없었던 스타일로 변화를 맞이했다.

다만 두 모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출시 초기부터 디자인 호불호가 매우 심했던 쏘나타는 북미시장에서 역시 출시 후 좋은 판매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면 “머슬카가 떠오른다”라는 칭찬을 듣는 신형 K5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매우 후하다. 이런 소비자들의 반응이 결국 판매량으로도 이어져 지금의 결과가 된 것이다.

K5가 쏘나타를 누른 건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2010년부터 디자인 과도기를 보내온 현대차는 최근까지도 계속되는 스타일의 변화를 거치면서 아직 꾸준히 이어나갈 제대로 된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상태다. 반면 기아차는 어느 정도 아이덴티티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이 이어진다.

그래도 최근 출시한 신형 아반떼나 제네시스 신차들은 디자인 평이 매우 좋기 때문에 현대도 하루빨리 좋은 디자인을 정체성으로 확립하여 틀을 잡아나갈 필요가 있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현대로썬 지금 현시점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다만 이제 좀 나아지나 싶었던 상황에 디자인 수장이 나가버려 어수선한 분위기도 잘 해결해야 한다. K5가 쏘나타 판매량을 두 배 이상으로 추월한 건 웃고 넘길 상황이 아니니 현대차의 깊은 고민이 이어질 전망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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