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디젤 게이트가 터졌던 과거가 오버랩 되었다. 국내 수입차 판매량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벤츠마저 디젤 배출가스 조작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 환경연구소 관계자는 지난 7일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경유차량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 수법을 발표하여 벤츠 코리아의 만행이 세상에 드러났다.

배출가스 조작을 확인한 환경부는 벤츠 코리아에게 과징금 776억 원을 부과하였는데 이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건 때 과징금의 약 5배에 달한다. 문제는 벤츠가 환경부에 불복하며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어떻게 된 일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벤츠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한때 찬양받던 디젤차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 2015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건 이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점점 디젤 차를 줄여나가는 움직임을 이어갔다. 배출가스 측정 기준은 점점 더 강화되었으며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들은 기준을 맞추기 위해 개발비를 더 투입해야 하고 질소산화물 저감장치를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점점 디젤차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급속도로 나빠졌다. 한때 고출력, 고연비로 찬양받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최근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저감대책으로 노후 경유차의 운행제한을 시행하고 있으며 자동차 제조사들은 더 이상 디젤차를 생산하지 않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질소산화물(NOx)를 줄이기 위해선 질소산화물 환원 촉매장치(SCR)을 달고 주기적으로 요소수를 보충해 줘야 한다. 그래서 요즘 출시되는 신형 디젤 승용차들은 요소수를 넣는 차들이 꽤 많다.

배출가스 자체를 줄이기 위해선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EGR)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차량 제작 단가가 상승되며 이는 연비도 떨어지게 만들기 때문에 디젤차에서 누릴 수 있는 이점이 줄어들게 된다. 점점 디젤차 개발이 어려워진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제조사들은 내연기관 개발을 멈추고 SUV를 제외한 승용 라인업에는 더 이상 신규 디젤차를 판매하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판매량 1위를 고수하며
조작을 감추고 있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굳건한 판매량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터줏대감 같은 브랜드다. BMW와 함께 수입차 중 가장 많은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판매하는 차종도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수요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높은 토크와 연비를 자랑하는 벤츠 디젤 승용차들은 오랫동안 많은 인기를 누려왔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수입차인 E클래스 역시 디젤 모델인 E220d가 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SUV 라인업은 대부분 판매량이 디젤에 집중되어 있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건이 터졌을 때도 벤츠 디젤엔진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머 많은 소비자들은 “역시 벤츠는 기술력이 좋다”,”같은 독일차라 걱정했는데 벤츠는 다르구나”,”독일 3사 중 가장 문제가 적은 브랜드는 역시 벤츠다”라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을 나타내었다.

문제는 벤츠의 디젤엔진도 사실문제가 있었지만 그들은 소비자들을 속이는 기술이 좋았던 것이다. 배출가스에 전혀 문제가 없던 것으로 인식되던 벤츠의 디젤엔진들마저 배출가스가 조작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올 전망이다.

벤츠가 판매한
대부분 디젤차가
모두 포함된다
자세한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면 이렇다. 배출가스 조작에 해당되는 차량은 세단인 C200d, S350 블루텍이 있으며 디젤 라인업이 주력인 SUV GLE350d, GLC220d, ML350도 배출가스 조작 리스트에 올라 사실상 벤츠가 생산한 디젤 엔진들은 모두 해당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L350 같은 차량은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오래된 디젤차이기 때문에 메르세데스 벤츠는 오랜 기간 동안 소비자들을 기만하며 그들만의 잘못된 방법으로 디젤차를 판매해 왔던 것이다. 그들이 사용한 배출가스 불법 조작 방법도 매우 교묘하여 여태껏 적발이 되지 않았다.

첫 번째 조작 방법은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요소수가 덜 나오도록 임의로 제작해 놓은 것이다. 연료통 옆에 존재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디젤 차량들의 요소수 통은 다른 브랜드들보다 훨씬 작게 존재한다.

두 번째 조작 방법은 주행 중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EGR) 가동률에 변화를 준 것이다. 이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건 때도 똑같게 사용되던 수법인데 메르세데스 벤츠는 교묘하게 소프트웨어 세팅을 해놓아 배출가스 인증 테스트 때는 적발이 되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이들이 적발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배출가스 테스트가 도로주행이 아닌 실내에서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교통 환경연구소 관계자는 “벤츠 디젤 차량들은 도로주행 없이 실내에서만 배출가스 테스트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실제 도로주행 시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 (0.08g/㎞)의 13배에 달하는 것이 적발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벤츠 코리아는 환경부에
불복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확인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때의 반응도 이와 비슷했으나 이번엔 그보다 더 격양된 반응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소비자들은 “벤츠마저 조작을 했다니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기존 차량 인증 취소 및 판매정지를 해야 한다”,”그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기준치의 13배를 뿜어내는 질소산화물을 그대로 마시고 있었다”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전 세계 글로벌 시장이 시끄러웠던 전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메르세데스 벤츠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계속해서 배출가스 조작을 일삼아왔다는 점에서 강도 높은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벤츠 코리아의 태도였다. 배출가스 조작이 적발된 벤츠는 45일 이내에 환경부에 결함 시정계획서를 제출해 승인받아야 하며, 조작 논란에 해당되는 차량 차주는 계획서에 따라 시정 조치를 받게 된다. EGR 장치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해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기존 차량들의 연비와 출력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기 때문에 차주들의 큰 반발도 예상된다.

벤츠 코리아는 환경부의 이러한 조치에 반발해 더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가 발표한 배출가스 조작 기준 차량들은 모두 생산이 중단된 과거 유로 6 배출 가스 기준 차량에만 해당하는 사안으로 현재 판매 중인 신차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며 신차엔 전혀 문제가 없으니 추후 불복 절차를 진행할 방침임을 밝혔다.

벤츠의 주장에 따르면 과거에 판매된 유로 6 배출가스 기준 차량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환경부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인데 조작이 적발되었기 때문에 현재 판매되는 신차들에 대해서도 추가 검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만약 현재 판매 중인 신차들에서도 배출가스 조작이 확인된다면 판매정지 처분 및 추가 과징금, 브랜드 이미지 훼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벤츠 코리아는 GLC 300의 판매를 돌연 중단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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