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배드림 커뮤니티)

이 정도면 큰 차 전성시대다. 지난 4월 판매량을 살펴보면 현대차 세단 중 가장 큰 차 그랜저가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은 2위는 패밀리카로 인기가 많은 SUV 쏘렌토였다.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도 7위를 차지했고 6천만 원이 넘는 GV80은 10위를 기록해 10위권 내에 큰 차들이 대거 포진했다.

실용적인 해치백이나 콤팩트 세단이 많이 팔리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대한민국에선 유독 큰 차가 많이 팔린다. 매번 “주차장이 좁다”,”땅덩어리도 작은데 왜 이렇게 큰 차가 많이 팔리는지 모르겠다”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대한민국에서 큰 차가 많이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대한민국에서 큰 차가 많이 팔리는 현실적인 이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큰 차가 많이 판매되었다
대한민국에서 큰 차가 많이 팔리는 건 통계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최근엔 소형 SUV 판매량이 꽤 많이 늘어났고 신형 아반떼가 돌풍을 일으키며 판매량 3위로 불쑥 뛰어오르긴 하였으나, 평균적인 판매량으로 놓고 비교해 본다면 대한민국은 큰 차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없어서 못 팔 정도이며 같은 형제 차인 텔루라이드도 얼른 국내에 출시해 달라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수입차도 마찬가지다. 미국 브랜드인 포드는 한때 익스플로러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독일 3사로 통용되는 벤츠와 BMW, 아우디 역시 자사의 중형급 이상 SUV들을 한국에서 많이 판매했다.

꼭 SUV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세단 역시 세그먼트 별로 살펴보면 국산차 기준으로는 아반떼나 K3 같은 준중형 차보다 중형, 대형 세단인 그랜저 쏘나타가 더 많이 팔렸으며 수입차역시 5미터에 가까운 E세그먼트 세단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각각 판매량 1,2위를 담당하고 있다.

크기는 작지만 실용적인 해치백 같은 모델들은 한국에서 전혀 인기가 없다. 야심 차게 출시를 해도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다 자취를 감춰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지난해 1년 동안 I30는 1,427대라는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여러 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차 판매량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보배드림 커뮤니티 ‘골아파덕후’ 님)

1. 작은 차를 탔을 때
무시당하는 게 싫어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작은 차를 탔을 때 무시당하기 싫은 마음 때문이다. 이는 과시와는 다른 의미로 대한민국 문화는 아직 작은 차를 타고 있으면 괜스레 무시당하는 상황이 생각보다 많다. 도로에서 차로 변경을 하려 해도 잘 끼워주지 않으며 경차를 샀다고 주변에 이야기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대부분 “조금 더 주고 아반떼나 소형 SUV를 사지”라는 이야기들뿐이다.

경차를 샀다고 “현명한 소비를 했구나”라는 좋은 칭찬을 들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큰 차를 타서 과시하려는 마음이 아니라 정말 무시당하기 싫어서 작은 차를 기피하는 경향이 크다.

2. “다들 그렇게 사니까”
큰 차를 권유하는 주변 사람들
큰 차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인 사회 초년생이 첫차를 구매하려 하면 차를 잘 알고 관심이 많은 경우엔 이것저것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비교하여 본인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합리적인 자동차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차를 잘 모르는 많은 사회 초년생들은 첫차를 살 때 주변의 지인들에게 조언을 듣고 차를 구매한다. 빠듯한 예산 때문에 원래 경차나 소형차를 구매할 생각이었지만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못해도 아반떼 급은 사라”,”나중에 결혼까지 생각하면 중형 세단 쏘나타 정도는 타는 게 좋다”,”경차 타면 분명 얼마 못 가서 더 큰 차를 찾을 것이니 한 번에 가는 게 낫다”라며 설득하며 이는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여진다.

3. 가족이 생기니
중형급 이상의
SUV가 눈에 들어온다
사회 초년생이 아닌 30대에 어느 정도 재산을 갖추기 시작하는 시점엔 대부분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게 된다. 그러면 자녀가 생길 것이고 젊은 시절 나를 위한 자동차를 구매했다면 이제는 가족을 위해 탈 수 있는 자동차를 선택하는 방향으로 소비패턴이 바뀌게 된다.

일반적인 4인 가족 기준으로 편안하게 타기 위한 자동차를 찾다 보면 대부분 중형급 SUV를 찾게 된다. 아이가 어리다면 사실 준중형 세단이나 소형 SUV를 선택해도 충분하지만 차를 오래 탈 생각으로 “기왕 사는 거 중형급 SUV를 사자”라고 생각하며 싼타페나 쏘렌토를 구매한다.

만약 자녀가 셋 이상이거나 뒷자리에 어르신들을 태워야 할 일이 많은 가정의 경우엔 5인승 중형 SUV로도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카니발과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 같은 차량들이 눈에 밟히게 되고 전시장을 찾게 되는 구조다.

4인 가족이더라도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기왕 사는 거 큰 차 사지”라는 마음으로 대형 SUV를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차는 클수록 다방면으로 활용하기 좋기 때문이다.

4. 크고 화려한 차를
선호하는 과시 문화
큰 차중에서도 세단을 구매하는 수요층을 분석해보면 이제는 어느 정도 남들에게 보여지는 시선이나 사회적 지위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산층에게 있어 성공의 상징으로 통하는 그랜저가 이렇게 많이 판매되는 이유는 법인 수요도 있지만 그랜저를 타고 다니면 적어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는 고급차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남들에게 보이는 과시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은 가격이면 조금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큰 차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보자면 그랜저와 G70은 비슷한 가격대에 형성되어 있으나 중장년층이 G70을 산다면 “그 돈 주고 왜 그랜저 안사고 G70을 샀느냐”라는 이야기를 들을 확률이 매우 높다. 아직까진 큰 차가 더 인정받는 분위기인 대한민국이다.

5. 아반떼 살 돈으로 쏘나타사고
쏘나타 살 돈으로 그랜저 산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교묘한 제조사의 가격정책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판매 중인 국산차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처음엔 아반떼를 구매할 마음으로 전시장에 방문했다가 상위 등급은 쏘나타와 가격차이가 크게 없는 것을 확인하고 기왕이면 더 크고 등급이 높은 쏘나타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다.

이는 쏘나타를 보러 간 고객도 마찬가지로 결국 그랜저를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아반떼를 사러 갔는데 결국 그랜저를 샀다”라는 어느 한 유튜버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도 했다.

모든 선택은
존중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유독 다른 사람의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 주변 지인이나 친구와의 만남 자리에서 새 차를 구매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가장 먼저 들리는 말은 “그 차 살 돈으로 000을 사지”,”조금만 더 보태면 000도 살 수 있는데”같은 이야기들이다.

소비자들은 저마다의 목적과 필요에 의해 자동차를 구매하게 된다. 어떤 차를 살지는 온전한 소비자의 몫으로 다른 사람의 선택에 굳이 제3자가 나서서 다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조금 더 보태서 다른 차를 산다”라는 논리를 펼치며 남의 차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자. 막상 그는 차가 없을 확률이 높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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