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배출가스 조작이 적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 1위이자 쉐보레를 앞서고 브랜드 전체 5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신뢰를 얻었던 만큼 실망도 크다는 반응이다.

배출가스 조작 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의 두 얼굴이 드러나면서 지난해 일본차 불매 운동처럼 벤츠 불매 운동을 하자는 반응이 거세지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수입차 판매 1등을 차지한 메르세데스-벤츠의 두 얼굴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기자

(사진=머니투데이)

디젤 차량 12종 배출가스 조작
역대 최고 규모 과징금 부과
2012년부터 2018년까지 C200d, GLE250d, GLS 350d, S350d 등 국내에 판매한 벤츠 12종, 3만 7,154대의 차량에 배기가스 조작된 사실이 적발되었다. 지난 2015년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로 7번째 사례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인증 취소와 결함 시정 명령,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에 형사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벤츠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 776억 원으로 지금까지 환경부가 배출가스 불법 조작과 관련해 부과한 과징금 중 액수가 가장 크다.

(사진=MBC)

환경부 조사 결과 경유 차량 인증 시험 때만 유해 가스인 질소산화물이 적게 배출되도록 되어 있으며, 실제 주행 시 일정 기간이 지나면 SCR 요소수 사용량을 줄이고 EGR 가동률도 일부러 낮아지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이로 인해 실제 주행 때 질소산화물은 실내 인증 기준보다 13.7배 많이 배출되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가스 인증만 통과하면 된다고 판단해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벤츠 오너들은 “그동안 속았다, 우리들 건강이 위협받고 있었다”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벤츠는 이에 불복하며
항소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이날 공식 입장 자료를 내고 “환경부 결정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불복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불법 조작했다고 밝힌 기능이 통합 배출가스 제어 시스템의 일부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2018년 11월 이미 일부 차량에 대해서 자발적인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으며, 환경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소송 진행 여부는 추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이후 배출가스 관련 처벌이 무거워지고 있어 패소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의 배출가스 조작이 제2의 폭스바겐 사태로 불거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당시 폭스바겐은 15개 차종의 배출가스를 조작한 혐의로 인증 취소, 리콜 명령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차량 판매가 중단되어 한동안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실라스키 사장이
이번에 미국으로 발령받아 떠난다
벤츠코리아 실라스키 사장이 임기 만료를 이유로 9월에 미국으로 발령받아 떠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면죄부를 주기 위해 일부러 4개월이나 앞당겨 인사 발령을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경영진의 불법 사실이 밝혀져도 처벌은커녕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며, 디젤 게이트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무책임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며 “고객들 건강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이를 외면하고 책임자를 미국으로 보낸다”, “조사하면 뭔가 더 나올 것 같다”, “한국 소비자들을 두 번 우롱하는 행위다”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역대 최대 흑자
딜러사는 적자전환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한국에서 매출 5조 원을 넘기며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전년 대비 21.5% 증가했으며, 영업 이익은 2,180억 원으로 40.9% 증가했다. 2002년 한국 진출 이후 17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 같은 성장 속도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유례를 찾기 함들 정도로 빨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벤츠코리아의 실적 이면에는 한국 딜러사들을 상대로 한 쥐어짜기 식 여업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벤츠코리아의 빅 5 진입은 한국 딜러사들의 수익을 가로채 쟁취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차를 한대라도 더 팔려다 보니 딜러사들을 압박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다 보니 주력 모델 할인율을 종전보다 3배 가까이 높였다. 차 값이 저렴해지다 보니 판매량은 늘었지만 딜러사들은 오히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었다.

특히 벤츠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경우 매출이 2018년 2조 4,870억 원에서 2019년 2조 6,790억 원으로 7.7% 늘었다. 그런데도 같은 기간 영업 이익은 362억 원에서 -1874만 원으로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팔수록 손실만 본 셈이다.

이외 다른 딜러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매출은 20~35%까지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50~75%까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벤츠코리아와 딜러사 간 마진 구조는 옛날부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고정 마진을 축소하고 변동마진을 확대했으며, 이 때문에 재고 물량 및 프로모션 비용 떠안기와 같은 불공정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또한 벤츠 전용 금융 서비스를 이용해 차를 팔 경우 판매 장려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벤츠코리아에서 벤츠파이낸셜서비스를 거친 후 딜러사로 이어지는데, 벤츠파이낸셜이 딜러사에 지급한 판매 장려금이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평균 30%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벤츠코리아가 절대 갑의 위치에 있다보니 마진 구조를 개선해달라는 요청을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국내 투자에
인색한 메르세데스-벤츠
이렇게 국내 딜러사들을 압박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였지만 정작 국내 자동차 산업에 재투자되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다. 벤츠코리아는 배당을 통해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하고 있다. BMW코리아가 수익 배당보다 국내 자동차 산업에 재투자하는 것과 매우 비교되는 행보다.

지난해 벤츠코리아는 총 1,380억 원 규모의 배당을 단행했다. 수익의 63%를 배당한 것이다. 이외에도 지난 몇 년 동안 50~70% 사이 배당률을 보여 국부 유출의 주범으로 지적받고 있다.

게다가 올해 열릴 예정이었던 부산모터쇼에 불참 선언을 해 지역 민심을 싸늘하게 하는데 일조했다. 실라스키 사장은 부산모터쇼가 홍보 효과가 낮아 비용 낭비 측면이 있다고 불참을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1위 업체의 위상과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으며, 부산 사회에 공헌하는 차원에서라도 행사에 참가해 지역 팬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주장을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부산모터쇼 행사 자체는 취소되었지만 민심을 잃고 체면만 구겼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BMW는 부산모터쇼 참가는 물론 이번 5시리즈 페이스리프트와 6시리즈 GT 페이스리프트를 부산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하기로 했지만 모터쇼가 무산되는 바람에 최초 공개 장소를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로 변경했다.

즉 벤츠코리아는 국내 소비자들이 보여준 무한 신뢰를 저버린 셈이다. 네티즌들은 “믿었던 벤츠의 배신”, “일본차처럼 불매 운동이 필요하다”, “벤츠 많이 살수록 중국에 좋은 일 하는 것”, “BMW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누구든 한국을 우습게 아는 기업은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 손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외에도 최근 출시하는 차들에 대해 부족한 옵션이 장착되는가 하면 연식변경을 진행하면서 엔트리 트림에 옵션을 빼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출시된 GLE은 9천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에어 서스펜션이나 반자율 주행 시스템과 같은 사양이 빠진 채로 출시되었으며, E 클래스는 지난해 연식변경을 하면서 E300 아방가르드 트림에 HUD, 디지털 계기판과 같은 선호 사양이 빠졌다.

이번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더불어 벤츠코리아의 이면이 드러나면서 이미지 손상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번에 적발된 차들이 2018년까지 판매된 차들에 해당되는 것이기에 현재 2020년식 모델 판매는 가능하지만 이미지 손상으로 인해 판매량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이고 있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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