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하다 포착된
신형 롤스로이스 팬텀
‘포르쉐 911’도 귀여워 보이게 만드는 자동차 한 대가 포착되었다. 사람들은 이 자동차를 보고 “움직이는 아파트”, “저 차는 주차칸 2개 써도 뭐라 못하겠다”, “실제로 보면 탱크 같다”라고 표현한다. ‘롤스로이스 팬텀’ 이야기다.
최근 국내 도로에서 포르쉐 911과 나란히 포착되었다. 차체가 긴 탓에 유턴을 한 번에 못하는 모습도 함께 포착되었다. 완벽해서 할 말이 없고, 그래서 리뷰도 유독 없다는 자동차이기도 하다. 오늘 오토포스트 국내 포착 플러스는 롤스로이스 8세대 팬텀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오토포스트 디지털 뉴스팀
파이널 원 오프 모델과 함께
7세대 팬텀 단종을 알렸다
1925년, 롤스로이스 팬텀 역사는 무려 94년 전에 시작되었다. 바로 이전 모델인 7세대 팬텀은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생산되었다. 특별하게 꾸며진 파이널 원-오프 모델과 함께 13년 동안 생산된 7세대 팬텀 역사의 종지부를 찍었다.
2017년 2월에 공개된 파이널 원 오프 스페셜 에디션 모델은 1930년대 원양 여객선에서 영감을 받아 특별하게 꾸며졌다. 위 사진에 있는 자동차로, 영국 굿우드 공장을 나서는 마지막 7세대 팬텀이다. 마지막 팬텀은 휠베이스 연장 모델이라 차체 길이만 6,092mm에 이른다.
내부에 쓰인 목재 트림에는 80년 전 바다를 항해했던 웅장한 원양 여객선 모습이 장식되어 있다. 바닥에는 양모 카펫이 깔려있고, 도어 트림과 시트 등에 사용된 가죽에는 바다 물결이 표현되어 있다. 차체 컬러는 딥 블루 계열 블루 벨벳이 사용되었고, 차체 옆면을 따라 트윈 코치 라인이 그려졌다.
앞바퀴쯤에서 코치 라인이 잠깐 멈춘다. 여기엔 딥 블루 컬러를 바다로 삼아 항해하는 원양 여객선이 그려져 있다. 파워트레인은 460마력을 발휘하는 6.75리터 V12 엔진으로 구성된다. 이 파이널 에디션 팬텀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롤스로이스 수집가 요구에 맞춰 꾸며진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6월에 공개된
신형 팬텀 티저 영상
2017년 6월, 롤스로이스는 8세대 팬텀 티저를 공개한다. 당시 롤스로이스는 팬텀을 최초로 공개하는 장소에서 ‘The Great Eight Phantom’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1925년을 시작으로 지난 90여 년간 제작되어 각 시대를 대표했던 가장 위대한 팬텀이 한자리에 모이는 매우 특별한 자리였다.
전시회에는 ‘The Fred Astaire Phantom I’ 초대 팬텀도 모습을 드러냈다.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 소유로, 대여를 통해 전시되었다. 롤스로이스는 전시회 개최 소식을 전하며 티저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수직으로 뻗은 프런트 그릴 정상에 위엄있게 서있는 환희의 여신상 모습이 담겨있다.
정식 공개 전
사진이 유출되기도
정식 공개되기 일주일 전쯤 신형 팬텀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유출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신차 설명회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촬영된 사진이 중국에서 유출되었고, 당시 여전히 위장막을 두르고 도로를 돌아다니던터라 예정보다 일찍 공개된 것이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측면 라인은 큰 변화가 없었다. 플랫폼까지 싹 바뀌었지만 부분변경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보수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전면부에는 판테온 그릴이 여전히 위용을 자랑하며 중앙에 위치하고, 대시보드는 강한 레트로 분위기가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100% 알루미늄 차체
셀프 레벨링 에어 서스펜션
현지시간으로 2017년 7월 27일, 8세대 신형 팬텀이 정식으로 공개되었다. 공개일 기준으로 출시 14년 만에 플랫폼까지 바뀌는 풀체인지였다. 더 가벼우면서도 30% 견고해진 100%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과 새로운 셀프 레벨링 에어 서스펜션 채용으로 롤스로이스 특유의 마법의 양탄자 같은 승차감이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승차감 개선에는 ‘플레그베어러(Flagbearer)’도 한몫했다. 윈드스크린 쪽에 장착된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을 이용하여 전방 도로를 스캔하고, 스캔 한 내용을 기반으로 서스펜션을 사전에 조절하는 기능이다. 카메라 시스템과 환상적인 에어 서스펜션이 마법의 양탄자 같은 승차감을 제공한다.
“세상에서 가장 정숙한 자동차”
뼈대는 가벼워졌는데
방음 때문에 중량은 늘어났다
뼈대는 가벼워졌지만 차체 중량은 증가했다. 신형 팬텀의 중량은 2,625kg으로, 이전 모델 대비 75kg 정도 증가했다. 뼈대가 가벼워졌음에도 중량이 늘어난 이유는 방음을 위한 장비들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정숙한 자동차”를 만든다는 목표로 롤스로이스 엔지니어들은 모든 창에 두께 6mm 짜리 이중 접합 유리를 적용했다.
팬텀에 사용된 흡차음재는 무려 130kg이나 된다. 절연재가 사이에 채워진 이중 구조 스킨을 플로어와 벌크헤드에 적용했다. 또한 내부에 특수 발포층이 추가된 ‘사일런트 실’이라 불리는 저소음 타이어를 장착하여 전체 타이어 소음을 9데시벨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신형 팬텀은 100km/h 속도로 주행할 때 이전 모델보다 10% 정숙해졌다.
움직이는 미술관
대시 보드가 아니다
‘더 갤러리’라 불린다
차체 디자인은 기존 팬텀 DNA를 유지하면서도 더욱 모던하게 보이도록 하였다. 판테온 그릴이 위로 높아져 환희의 여신이 1인치 더 높은 곳에 위치하게 되었다. 헤드라이트는 더 커졌고, 링 타입 LED 주간주행등이 더해졌다. 600미터 앞까지 비추는 레이저 라이트 시스템도 적용되었다.
코치 도어는 도어 핸들을 가볍게 툭 건드리면 스르륵 자동으로 닫힌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각종 장비들이 배치된 대시보드가 등장한다. 롤스로이스는 대시보드를 ‘대시보드’라 부르지 않고, ‘더 갤러리’라 부른다. 대시보드 상단에 롤스로이스 디자인이나 개인 예술 작가에게 의뢰해 아트워크를 장식해 넣을 수 있다.
중앙에 있는 스크린은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모습을 감추고 있으며, 12.3인치 TFT 디지털 계기판이 새롭게 장착되었다. 시트는 1950년대에 제작된 임스 라운지체어에서 영향을 받아 디자인되었다. 모든 좌석과 더불어 그 주변에는 센터 암 레스트, 모든 좌석 도어 암 레스트, C 필러 하단부까지 난방 장치가 들어갔다.
버튼을 누르면 앞 좌석 시트 뒷부분이 열리고, 피크닉 테이블과 TV 스크린이 등장한다. 새롭게 바뀐 센터 콘솔에는 위스키잔과 샴페인 잔, 디캔터 등이 보관된 음료 캐비닛도 설치되어 있다.
새로운 더블 위시본 전륜 서스펜션과 5링크 후륜 서스펜션은 측면 롤링을 효과적으로 제어함과 동시에 민첩성과 안정성을 높였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마법의 양탄자 같은 승차감을 한 층 진보시키는 것에 도움을 줬다. 4륜 조향장치는 도로 조건에 관계없이 일정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신형 팬텀은 기존 V12 자연흡기 엔진 대신 6.75리터 트윈터보 V12 엔진과 SAT 위성 지원 변속 기술이 적용된 ZF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다. 엔진은 1,700rpm에서 최대 91.8kg.m 토크를 발휘하고, 최고출력 571마력을 발휘한다. 오토포스트 국내 포착 플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