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판매량이 하락하던 한국닛산이 결국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지난 28일 한국닛산은 보도자료를 통해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가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작년 일본 불매운동 바람이 거세게 일기 시작한 시기부터 닛산의 한국 철수설은 계속해서 들려왔으나 브랜드는 이를 계속 부인했었는데, 결국 한국을 떠나게 된 것이다.
닛산의 한국 철수 소식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은 “닛산의 한국 철수는 불매운동의 쾌거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불매운동 때문에 떠난 것이 아니다”라며 반박하기도 했는데 한국닛산이 대한민국에서 철수를 결정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한국닛산 철수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기자
닛산과 인피니티
국내 철수 확정
AS는 2028년까지
2004년 한국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 닛산이 결국 16년 만에 한국을 떠나게 되었다. 한국 닛산그룹엔 자회사인 인피니티도 포함되어 있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두 브랜드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28일 한국닛산은 “본사의 글로벌 전략적 사업 개선 방향의 일환으로 한국 철수를 결정하게 되었다, 2028년까지는 기존 구매자들에 대한 사후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며 철수를 공식화했다.
한국 닛산은 지난해 신형 알티마를 출시하며 신차 흥행을 노렸으나 곧바로 터진 일본차 불매운동의 여파로 신차효과조차 누리지 못하고 그대로 시장에서 소외되고 말았다. 알티마 말고는 맥시마나 전기차 리프를 판매하고 있었지만 두 자동차 모두 수입차 시장의 쟁쟁한 라이벌들 대비 상품성이 그리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며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었다.
닛산 입장에선 꼭 성공시켜야 했던 알티마가 몰락하면서 자연스레 닛산의 한국 철수설 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들려올 때마다 한국닛산은 “철수는 전혀 계획된 것이 없다”라며 소문을 일단락 시켰다.
작년 7월부터
일본차 판매량은 급감했다
결국 대한민국을 떠나게 된 한국닛산의 국내 철수 배경은 두 가지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국내 상황만을 고려해 일본차 불매운동의 여파로 판매량이 떨어져 더 이상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해 철수한 것이다. 두 번째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전체적인 판매량 하락과 경영 약화로 인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던 것이다.
첫 번째 시각인 국내에서의 일본차 불매운동으로 인한 판매량 하락을 먼저 살펴보자. 일본차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턴 일본차 판매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국내에서 가장 탄탄한 입지를 가진 토요타 렉서스는 비교적 버틸만했으나 혼다와 닛산, 인피니티는 추락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판매량 하락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일본 브랜드들이 아니었다. 혼다와 닛산, 인피니티는 그간 전례가 없었던 파격적인 할인을 제시하기 시작했고 천만 원 이상의 할인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많은 소비자들은 작년 10월과 11월, 다시 일본차를 구매하여 판매량은 잠깐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회복세도 잠깐, 일본차 판매량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시기에 출고된 일본차들은 세 자리 번호판을 달고 있기 때문에 불매운동 시작 이후 차를 샀다는 티가 나서 구매를 꺼려 한다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또한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많은 네티즌들은 이 시기 일본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향해 “할인한다고 덜컥 일본차를 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10% 상승
일본차 판매량만 하락했다
강력한 프로모션 덕분에 판매량이 반짝 오르긴 했지만 이는 판매 최저점을 기록한 지난달 대비 소폭 오른 것이다. 전년 동월 판매량과 비교해보면 인피니티를 제외한 모든 일본차 브랜드가 판매량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또한 2019년 4월과 2020년 4월 수입차 월간 판매량을 살펴보아도 확실히 일본차에대한 수요가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렉서스는 월간 수입차 판매량 3위를 기록할 정도였으며 10위 권에 토요타와 혼다도 자리 잡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1년이 지난 올해 4월엔 렉서스만이 10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나머지 브랜드는 10위권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그간 수입차 시장 전체 판매량은 10%가 상승했음에도 일본차 판매는 줄어든 것이다. 결국 국내에서 판매되지가 않으니 한국 닛산은 떠날 수밖에 없었고, 이를 두고 “일본차 불매운동의 쾌거”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2019 재무제표 기준
7조 7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닛산이 일본차 불매운동 때문에 떠난 것이 아니다”라며 반박했다. 국내에서 판매량이 떨어진 것은 맞지만 이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 실적이 너무나 좋지 않았고, 닛산 본사 역시 심각한 경영난으로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에 재정비 차원 차 한국 철수를 결정한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현재 일본 닛산 본사는 카를로스 곤 회장의 도피 사건과 더불어 여러 측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2019년 회계연도 재무제표 기준으론 한화로 약 7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8년 3조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보면 불과 1년 만에 닛산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경영악화를 이겨내기 위해 닛산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닛산의 최고 경영자인 우치다 마코토는 최근 언론을 통해 “닛산의 실패를 인정한다. 브랜드의 정상화를 위해 올바른 궤도로 방향을 수정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더 이상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닛산 측은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한국 시장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닛산 공장 역시 폐쇄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도 폐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동남아 아시아 국가연합 일부 지역 역시 사업을 축소할 계획으로 알려져 당분간은 브랜드 내실을 다지기 위해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 시장과 일본 내수시장에 집중할 전망이다.
“한국 철수는 없다”라고
못 박았음에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한국닛산의 철수 소식에 같은 일본차 브랜드인 토요타와 렉서스, 혼다도 위기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브랜드는 모두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 계획은 전혀 없으며 자연스레 회복세를 보이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토요타와 렉서스, 혼다는 닛산과는 다르게 일본 본사와 해외에서의 기반도 탄탄하기 때문에 당분간 국내 시장 철수는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세 브랜드 역시 판매량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으며 이제는 수입차 10위권 진입도 노려보기 힘든 상황이 되어버려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차 브랜드 중에선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토요타는 지난해 수입 자동차 브랜드들 중 매출 대비 순이익 1위를 기록하기도 해 주목받았다. 차량 판매량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지만 판매만 꾸준히 유지된다면 매출 대비 수익은 브랜드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토요타와 렉서스 역시 차가 계속해서 팔리지 않는다면 그만큼 수익 역시 줄어들기 때문에 상황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혼다 역시 마찬가지다. 천만 원이 넘는 할인에도 결국 일본차 브랜드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일어서지 못한 것을 보면 앞으로의 전망이 밝다고 보긴 어렵다.
혼다는 네티즌들에게 “닛산에 이은 다음 철수 예정 브랜드”로 지목받기도 했다. 현재 혼다는 지난해의 닛산처럼 기존 모델 재고 처리에 열중하고 있으며 마땅한 신차를 들여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파일럿은 천만 원이 넘는 금액으로 이미 모든 재고 처리를 완료했고 어코드는 계속해서 프로모션은 이어가며 판매하고 있다.
기존 재고 처리가 마무리되면 혼다 역시 신모델 출시 없이 자연스레 철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직까지 다른 일본차 브랜드들의 향후 거처에 대해선 당장 논할 수 없지만 지금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충분히 제2의 닛산이 나올 수도 있다. 두 브랜드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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