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잘 팔리는 차들이 왜 한국에만 오면 실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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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들어오는 미국차
잘 안 팔린다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론 그게 맞다
흔히들 한국에 들어오는 미국차는 잘 팔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절대적인 판매량을 살펴보면 그렇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 상위 10위권에 들어있는 유일한 미국차는 ‘포드 익스플로러’였다. 20위권, 그리고 30위권까지 미국 자동차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절대적으로 본다면 미국 자동차의 판매량은 바닥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떤 브랜드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어떤 브랜드는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인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한국에서 경쟁 중인 미국 자동차 브랜드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한국에서 경쟁하고 있는 미국 브랜드들은 계속해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포드’는 2014년 6,180대, 2015년 7,519대, 2016년 8,552대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2017년에는 8,272대로 잠시 주춤하다가 지난해에 8,630대로 다시 상승세를 기록하였다.

포드가 한국 시작에서 성장할 수 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익스플로러’였다. 지난해 익스플로러는 총 6,909대가 판매되었다. 이는 한국에서 지난 한 해 동안 판매된 수입차 중 9번째로 많이 판매된 것이다. 포드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된 모델은 ‘머스탱’이다. 611대가 판매됐다. ‘쿠가’는 375대, 그리고 ‘몬데오’, ‘토러스’ 등이 뒤를 이었다.

포드의 고급 브랜드 ‘링컨’으로 넘어가 보자. 링컨 역시 상승세에 가깝다. 포드만큼 완만한 상승곡선은 아니지만 2014년 2,538대에서 2015년에는 2,839대, 이어 2017년에는 2,455대로 주춤하다가 지난해에는 2,956대를 기록했다.

링컨의 주력 모델은 세단이다. ‘MKZ’ 986대, ‘컨티넨탈’ 854대, 그리고 ‘MKX’는 835대를 기록했다. ‘MKC’는 281대가 판매되었다. 주력 모델들 판매량은 편차가 크지 않다.

‘캐딜락’은 오늘 소개하는 브랜드 중 가장 안정적인 상승 곡선을 그린다. 캐딜락의 판매 실적 동향을 살펴보면 2014년 504대, 2015년 886대, 2016년에는 1,102대를 기록했고 2017년에는 2,008대, 2018년에는 2,101대를 기록했다.

캐딜락의 주력 모델은 플래그십 ‘CT6’다. 지난 한 해 총 951대가 판매되었다.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된 모델은 ‘XT5’다. 508대가 판매되었다. 이어 ‘CTS’ 227대, ‘에스컬레이드’ 214대, ‘ATS’ 201대 순서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잘 나가던 쉐보레
하락 곡선이 가파르다
오늘 소개하는 미국 브랜드 중 유일하게 하락 곡선을 그리는 브랜드가 있다. 특징이 있다면 가파르던 상승 곡선이 갑자기 하락 곡선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쉐보레’ 이야기다. 쉐보레의 2014년 한 해 판매량은 15만 4,360대였다. 2015년에는 15만 8,423대, 2016년에는 18만 267대로 정점을 찍는다.

이대로 계속 잘 나가는듯했으나 18만 대였던 판매량은 2017년에 13만 2,378대로 곤두박질쳤고, 2018년에는 10만 대 선을 벗어난 9만 3,317대를 기록한다. 통계 자료를 해석하자면 간단하다. 분명 잘 나가고 있었고, 어느 순간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북미 베스트셀링카
1위부터 20위
쉐보레는 있고 현대차는 없었다
쉐보레는 미국에서 잘 팔린다. 지난해 북미 베스트셀링카 9번째에 ‘쉐보레 이쿼녹스’의 이름이 올랐다. 한 해 동안 15만 6,365대가 판매되었고, 2017년 대비 17.2% 상승한 것이다. 북미 베스트셀링카 2위에는 ‘쉐보레 실버라도’가 올랐다. 29만 1,074대가 판매되었고, 2017년 대비 10.7% 상승했다.

지난해 북미 베스트셀링카 TOP20에 현대차는 없었다. 쉐보레는 2위와 9위를 기록했다. 다른 미국 브랜드도 TOP20에 이름을 올렸다. ‘램 픽업’ 3위, ‘포드 F-시리즈’ 1위, ‘포드 이스케이프’ 11위, ‘지프 랭글러’ 13위, ‘포드 익스플로러’ 14위 등이 대표적이다. 나머지는 모두 일본 브랜드가 차지했다.

미국 국산차는 쉐보레
한국 국산차는 현대차
미국에선 미국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판매된다. 미국인들에게 국산차는 쉐보레, 포드, 캐딜락, 링컨, 램 등의 미국 브랜드의 자동차들이다. 적어도 완성형 자동차를 만드는 국가, 그중에서도 미국에서 미국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선 한국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판매된다. 한국인들에게 국산차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의 한국 브랜드 자동차들이다. 미국에서 미국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한국에서 한국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모습은 그리 어색하지 않다.

불리한 조건 속
나쁜 선례까지 반복
한국에서 쉐보레는 현대차보다 불리하다. 비록 일부 모델을 한국에서 생산하지만 브랜드 자체는 미국 브랜드다. 현대차보다 불리한 조건 속에서 나쁜 선례까지 반복하고 있으니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나쁜 선례라 함은 대표적으로 ‘이쿼녹스’를 통한 어설픈 재도약, 군산 공장 사태, 뒤늦은 신차 도입, 소문만 무성할 뿐 들어올 생각 없는 신차 등이다.

경쟁력뿐 아니라
이미지까지 추락
신차 도입은 늦어질수록 불리하다. 뜸 들인다고 다른 브랜드들이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한국 자동차 시장은 특히 현대기아차, 쌍용자동차 등의 한국 브랜드뿐 아니라 독일 3사, 일본 3사, 그리고 앞서 살펴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미국 브랜드들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치열한 경쟁이 요구되는 시장이다. 신차 도입이 늦어지거나, 다른 수입 경쟁 모델보다 가격이 높거나, 어떠한 장비가 부족하다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에 군산 공장 사태와 같은 사회적 이슈까지 더해졌다면 이미지와 신뢰 추락까지 문제가 된다.

부산 모터쇼 이쿼녹스
서울모터쇼에선 무엇을?
한국지엠은 재도약을 선언했었다. 그들이 재도약을 선언하며 부산 모터쇼에서 내놓은 것은 이쿼녹스였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들의 재도약이 결코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다. 이미 ‘투싼’, ‘싼타페’, ‘스포티지’ 등이 자리 잡고 있는 한국 시장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 아닐까. 한국 브랜드뿐 아니라 다른 수입 브랜드까지 있는 포화시장이었다는 것을 간과했을 수도 있다.

지난해 부산 모터쇼에서 이쿼녹스를 내보였고, 이제 조만간 서울 모터쇼가 시작된다. 쉐보레는 이번에도 새로운 자동차를 선보일 것이다. ‘블레이저’가 될지, ‘콜로라도’가 될지, ‘트래버스’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어떤 자동차가 나오든 이쿼녹스의 선례를 따라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반복되는 실수
심증을 물증화하는 격
반복되는 실수도 순수한 실수라 말할 수 있을까. 미국 브랜드이기 때문에 문제 되는 것이 아니다. 쉐보레라서 문제 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한국 공략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쉐보레를 사야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같은 집안 캐딜락은 오히려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고, 포드와 링컨도 마찬가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모두가 상승인데 혼자만 하락하고 있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다른 방법을 빨리 찾아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부산 모터쇼 이후 제대로 된 재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했으나 결과물은 이쿼녹스였다. 이제 기존에 판매되던 차종까지 판매 중단 선언을 하면서 사실상 소비자들의 한국 철수 설에 대한 합리적 의심과 심증을 스스로 물증으로 만들고 있는 격이 되었다. 타이밍, 가격, 상품성… “재도약 할 것”이라 했던 그들이 이중 제대로 갖춘 것이 하나라도 있었는가. 반복되는 실수는 순수한 실수라 할 수 있을까. 판단은 독자분들께 맡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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