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국가는 급격한 경제 성장을 겪으며 수출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그중에서도 ‘VIP’가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다. 각각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자동차 분야의 시장 성장률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모터사이클이 도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상황에서 자동차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베트남에서 상반기 판매율 1위를 기록하며 ‘V’를 들어 올렸다. ‘토요타의 성지’, ‘동남아 자동차 시장의 요충지’에서의 승리라 매우 인상적이다. 현대차가 오래간만에 들고 온 좋은 소식에 소비자들의 반응도 훈훈하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자동차의 동남아 시장 공략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이원섭 인턴
‘토요타의 성지’
이제는 옛말이다
지금까지 베트남은 토요타의 강세가 두드러졌던 시장이었다. ‘토요타의 성지’라고 불릴 정도였지만 이제는 옛말이 되어버렸다. 베트남자동차제조업협회와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의 판매량은 2만 5,358대이다. 시장 점유율 21.3%의 수치이며 2017년 생산 합작법인 설립 후 처음으로 20%를 넘겼다. 토요타와는 181대, 점유율 0.2% 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근소한 차이지만 13년 만에 토요타를 넘어섰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토요타의 베트남 시장 점유율은 2017년 25.5%에서 2019년 22.7%로 내려왔고 올해 상반기 21.1%를 기록하며 현대차에게 1위를 빼앗겼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은 2017년 13.3%에서 2019년 18.7%로 올랐고 올해 상반기 21.3%를 기록했다. 2017년 베트남에 생산 합작법인 ‘현대탄콩’을 설립한 이후 처음으로 얻은 결과다.
자동차 신흥 국가
베트남 시장의 중요성
베트남은 새로운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2017년 22만 6,000여 대에서 2019년 34만 8,000여 대로 증가한 베트남의 자동차 판매량은 베트남 시장의 중요성을 잘 설명해 준다. 아세안(ASEAN, 동남아 연합) 협약에 따라 동남아 10개국 내에서는 관세가 없다. 이는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면 ‘해외에서 해외로’ 관세 없이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익의 대부분을 소비에 사용하는 베트남의 소비문화도 눈여겨볼만하다. 중국은 수익의 60% 정도를 소비에 사용하는 반면 베트남은 98%까지도 기록한다. 젊은 세대의 소비문화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은 총 인구의 60% 이상이 35세 이하 젊은 세대로 구성되어 있어 이 같은 소비문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과 더불어 미중 무역전쟁까지 발발하며 중국 시장의 위험성이 증가했다. 신흥 국가로 떠오르던 인도와 남미 시장은 경제 침체로 한계점을 드러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차가 발견한 돌파구가 바로 동남아 시장이다. 그중에서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은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많은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는 그중에서도 자동차 시장의 성장률이 돋보이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2017년 생산 합작법인을 통해, 인도네시아는 2019년 단독 투자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2018년에는 ‘동남아 우버’로 알려진 카 헤일링 서비스 기업 ‘그랩’에 투자하여 동남아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 진입했다.
베트남 시장
모터사이클에서 자동차로
베트남을 떠올리면 도로를 가득 채운 모터사이클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실제로 아직까지는 자동차에 비해 모터사이클 수가 훨씬 많다. 그러나 국민소득의 증가에 따라 중산층이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산층의 성장은 자동차를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17년 베트남 기업인 탄콩과 협약을 맺어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2019년에 판매 합작법인까지 설립하며 본격적인 시장 장악에 나섰다. 올해부터는 현지 생산능력도 확대했다. 1월부터 기존 2교대 근무였던 것을 3교대 근무로 전환해 생산능력을 연간 6만 대까지 올렸다.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서 마케팅에도 열심이다. 베트남 소비자들이 한류 문화로 한국에 친숙하다는 것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젊은 세대를 겨냥해 8부작 웹 드라마를 제작했고 ‘베트남의 영웅’ 박항서 감독에게 베트남에서 생산된 싼타페를 수여했다. 지난 5월에는 쏠라티 구급차 10대를 베트남 정부에 기증했다. 이 같은 마케팅 전략에 대한 반응은 매우 좋아 탁월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정부와의 우호 관계로 미래는 더욱 밝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하반기에 2공장 증설을 통해 연간 10만 대 생산까지 노려볼 예정인데 베트남 정부가 이를 적극 후원하기로 약속하여 성공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정부는 6월 말부터 현지 생산 차량에 대해 자동차 등록세를 50% 감면하는 정책도 시행한다. 이와 더불어 현대차는 일부 차종의 보증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면서 ‘판매량 1위 굳히기’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시장
동남아 최대의 자동차 판매량
인도네시아는 세계 GDP 16위의 신흥 국가다. 경제 성장률은 매년 5%에 육박하며 인구 평균 연령이 29세로 매우 젊다. 젊은 국가는 활기찬 소비 성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장이다. 실제로 작년 인도네시아에서 약 103만 대의 자동차가 판매되었으며 이는 동남아 국가들 중 최대 판매량이다. 늘어나는 인프라와 성장하는 소비 시장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자동차가 판매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은 일본 기업이 점령했다. 심지어 2018년에는 일본 자동차 12개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97.5%까지 올랐다. 이중 토요타의 시장 점유율이 30.9%로 가장 높다, 현대차는 시장 점유율을 확장을 위해 작년에 약 1조 8,000억 원을 투자하여 연간 25만 대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베트남에서의 연간 생산량이 최대 10만 대로 늘어날 것임을 보았을 때 2배가 넘는 생산량이 될 것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의 수출 규제
정부와 현대차의 시너지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신남방 정책’을 내걸었다. 중국 시장의 위험성 증대로 동남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현대차도 이에 동참하면서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실제로 시장 점유율 80%를 기록하던 일본 자동차 기업의 점유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중이며 현대차의 점유율을 꾸준히 상승 중이다.
작년에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와 백색 국가 제외 조치가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통해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하면서 현대차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른바 ‘일본 견제’의 선봉에 나선 것이다. 후발 주자인 만큼 확실한 외교적, 경제적 노력을 기울여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 기업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겠다는 움직임이다.
장하다 현대차
소비자들의 반응
베트남에서 상반기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동남아 시장 공략의 시작을 알린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오랜만에 훈훈하다. “잘했다”, “장하다”, “자랑스럽다”라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을 장악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담은 반응들도 여럿 있다. “이참에 일본 기업의 점유율을 모조리 가져왔으면 좋겠다”라는 반응은 일본의 경제 도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를 보여준다.
동시에 “새로운 평가와 이미지를 완성해야 한다”라며 걱정을 표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현대차가 국내외로 품질 논란에 휩싸이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을 걱정한 것이다. “아쉽고 서운하지만 국내 기업인 현대차가 성공했으면 좋겠다”라는 반응은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아쉬움과 소박한 바람을 담고 있는 좋은 예시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훈훈한 만큼 현대차가 순항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좋은 결과 얻었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다
베트남 시장 판매량 1위는 현대차에게 분명히 좋은 결과다. 그러나 아직은 점유율 차이가 0.3% 포인트로 크지 않다는 것에서 “이제 시작이다”라는 반응이 많다. 나머지 동남아 국가에서는 아직 토요타의 강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현대차가 더욱 박차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은 분명하다.
현재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에서 전기 구동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황에 처해있다.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으며 다양한 모델들이 속속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과도기라는 것은 그만큼 위험요소가 다양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가 다양한 위험요소들을 어떻게 극복할지, 어떤 전략을 통해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갈지 기대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