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진 바이 기아’에 적용된
기아차의 새 로고

기아자동차는 2019년 서울 모터쇼를 통해 ‘이매진 바이 기아’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다. 이 모델은 크로스오버 EV 콘셉트 모델로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첨단 기술 및 감성을 자극하는 인간 지향적 디자인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매진 바이 기아’는 전형적인 SUV 쿠페 아키텍처와 SUV를 결합한 크로스오버 차량으로 3년 이내 출시를 목표로 양산 모델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세간의 이목을 이끌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기아자동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나 첨단 기술 및 새로운 디자인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있다. 바로 새롭게 적용된 기아차의 로고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기아자동차는 로고 변경 계획에 대해 “아직 확인된 계획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최근 기아자동차는 새로운 로고를 상표 등록 등의 과정을 통해 보다 새로운 로고들에 대한 사안을 구체화하며 올해 10월 첫 로고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26년 만에 로고 변경이다.

Joseph Park 수습기자

로고 불만 여론 잠재우기 위해
8천억 투입?

기아차에서 새로운 모델들을 출시할 때마다 로고에 대한 불만은 항상 존재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아차를 사자마자 해야 할 일은 엠블럼 교체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기아차에서도 이를 분명히 의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아자동차는 이런 불만 섞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로고 변경을 강행하는 것일까?

로고를 변경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국가별 상표권 출원 작업 및 전시장, 서비스센터, 사옥과 대내외 자료까지 모두 로고 수정을 거쳐야 한다. 또한 새로운 로고가 적용되는 차량들은 금형 설계도 수정돼야 한다. 이에 현재 추산되는 금액만 해도 최소 6천억 원에서 8천억 원을 웃돈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GM대우의 사명 변경 및 쉐보레 브랜드 도입, 르노삼성의 새로운 시그니처 컬러 전시장 적용 등에 쓰인 금액이 수천억 원에 달했다. 이렇게 회사를 대표하는 무언가를 변경하는 것은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한다.

2019년 3분기에 매출액 15조 895억 원, 영업이익 2,915억 원, 경상이익 4,458억 원, 당기순이익 3,258억 원을 기록한 기아자동차에게도 8천억 원으로 추산되는 로고 변경 관련 금액은 작은 돈이 아닐 것이다. 로고에 대한 불만은 꾸준히 있었지만 우상향 하고 있는 기아차 판매량만 본다면 굳이 로고 변경에 막대한 예산을 대거 투입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왜?

국내외 불만 여론을 따랐다기보다는 최근 트렌드 및 자사의 비전을 반영한 탓이 커 보인다. 기아자동차는 디지털화와 전동화로 대변되는 미래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로고를 변경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볼륨감을 강조한 3D 로고에서 평면적인 느낌이 강한 2D 형태로 로고를 변경하는 작업은 미래차 디자인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서 기아자동차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회사들이 진행하고 있다. 국내 브랜드로는 제네시스에 적용된 선례가 있다.

해외 브랜드의
선례

해외 브랜드 중 로고를 2D를 변경한 대표적인 회사는 폭스바겐과 BMW 그리고 닛산이 있다. 기존의 3D 로고는 갈수록 크기가 커지는 디스플레이 화면에 제대로 구현하기가 어렵다는 단점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시인성과 직관성이 2D 보다 떨어진다는 점에서 면과 선을 간결히 재구성해 3D 로고의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다.

폭스바겐은 공식 인터뷰에서 디지털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높은 유연성을 목표로 새로운 로고를 제작했다고 말하였고 BMW 또한 디지털화에 대응해 새 엠블럼을 디자인하였다고 밝혔다. 자동차 디지털화와 전동화 추세에 따라 3D 로고에서 2D 로고 단순화는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추세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아자동차 또한 이러한 흐름에 합류하기 위해 새로운 로고를 선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전히 맘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들

기아차의 로고 변경에 대해 소비자들은 ‘저렇게 바꿀 거면 그냥 놔두는 것이 낫다’, ‘예산 낭비’, ‘KIN처럼 보인다’, 등 다양한 의견을 보여주었다. ‘레터링 말고 상징될만한 무언가를 사용해야 한다’라는 의견 또한 있었는데 해외 브랜드처럼 단순히 글자 위주의 레터링이 아닌 상징이 될만한 무엇인가를 사용해 로고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아자동차에서도 이런 상징적인 무언가를 사용해 로고를 만들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1953년에 만들어진 기아산업의 로고는 설계용 삼각자의 단면을 바탕으로 기계공업을 상징하는 톱니바퀴와 화학공업을 상징하는 벤젠고리를 그려 넣어 나름의 의미를 갖추었지만 미쯔비시의 로고를 닮았다.

이후 1964년 기계공업을 의미하는 ‘ㄱ’와 바퀴를 상징하는 ‘ㅇ’를 결합하여 한글을 사용한 로고 또한 제작되어 사용되었는데 지금 보면 중국 브랜드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감흥 없는 디자인이다.

1986년 기아자동차의 로고는 3번째로 개정되었는데 연기를 내뿜는 공장을 형상화 한 로고였다. 친환경과 전동화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로고이다. 기아자동차가 가진 과거에서 어떠한 심볼을 끄집어내 로고에 적용하는 건 쉬워 보이지 않는다. 상징이라는 것이 무작정 만들어낸다고 납득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현재 현대기아차 HQ가 위치하고 있는 양재의 양재천을 심볼로 삼아야 하는지, 연구소가 있는 남양의 무언가에서 영감을 받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기아자동차의 호랑이 코 그릴에서 영감을 받아서 디자인을 제작해야 하는 것일까? 기아자동차는 역사가 짧다. 억지스러운 연결고리를 찾아내어 상징화 하는 것보다는 레터링을 고수하는것이 나아보인다.

개인적으로 기아자동차의 새로운 로고 디자인은 기아자동차 여러 모델들의 디자인을 방해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잘 드러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글로벌 시장 인지도를 고려한 레터링 디자인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로고는 기아자동차로서는 최선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반응
또한 많다

이번 기아자동차의 로고 변경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 대한 여론을 살펴볼 수 있는 여러 커뮤니티의 댓글 창을 참고해보면 “전기차에 잘 어울릴 것 같다”, “세련되어 보인다” 등 긍정적인 의견 또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현재 기아자동차 로고를 감싸는 타원형이 사라진 것에 대해 만족하는 분위기다. 앞으로 기아자동차 디자인과 어떻게 어우러지게 될지가 긍정적인 여론을 키울 수 있는 관건일 것이라 생각된다.

“기아”라는 이름은 기계공업을 발전시켜, 아시아에서 세계에 진출한다’라는 의미로 ‘일어날 기(起)’와 ‘버금 아(亞)’자를 합쳐져 만들어졌다. 새로운 로고를 통해 기계공업이 아닌 친환경, 전동화 기술을 앞세워 세계에서 입지를 다지기를 기대해 본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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