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오랜만에 들려온 국산차와 관련된 반가운 소식이다. 기아차가 북미 전략형으로 출시한 미드사이즈 SUV 텔루라이드가 꽃길을 걷고 있다. 외신의 긍정적인 반응들이 이어질 뿐만 아니라 올해의 차와 관련된 각종 상들까지 휩쓸고 있어 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사고를 쳤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텔루라이드가 북미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소식에 많은 국내 소비자들은 “국내에도 이 차를 출시해 달라”며 아우성이다. 팰리세이드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라도 이 차를 꼭 출시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텔루라이드를 국내에선 만나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기아 텔루라이드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미국엔 미국차
유럽엔 유럽차가 잘 팔린다
해외에서 잘 팔리는 해외차.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미국에선 미국차, 유럽에선 유럽차가 잘 팔린다고 풀어서 말하면 조금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은 각 국가별 소비자들의 특징이나 기호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그 시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맞춤형 자동차를 출시하게 된다.

그렇게 각 국가별 소비자들의 니즈를 잘 분석한 차량들은 잘 팔리는 게 당연하다. 한국에선 그랜저가 1등, 미국에선 픽업트럭 포드 F 시리즈가 1등, 유럽에선 르노 클리오가 30만 대를 넘게 판매하며 1등을 차지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세 차량은 각 지역이 아니라면 전혀 인기를 끌지 못하는 차량들이다.

그런데 가끔씩 보면 일명 도장 깨기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각 국가에 최적화된 국산차가 아닌 수입차들이 현지 시장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탈환하는 그런 일들도 가끔씩 벌어질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미국 시장에선 미국차가 아닌 일본차, 토요타 캠리가 중형 세단 시장 1위를 기록하는 그런 사건이다.

한국차도 해외에서
선전한 이력이 존재한다
이는 일본차 뿐만 아니라 국산차에서도 예시를 찾을 수 있다. 2010년 초반 미국으로 건너가 대 히트를 기록했던 현대 YF 쏘나타와 아반떼 MD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시 파격적인 스타일과 가성비로 북미 소비자들을 집중 공략해서 아주 좋은 성적을 거두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서도 먹힐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가 바로 이 YF 쏘나타와 아반떼였으며 이후엔 유럽시장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진출해서 I30 나 I40 같은 실용적인 해치백과 왜건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제는 한국엔 아예 팔지 않는 현지 전략형 모델들도 존재한다. 현대차는 유럽에만 판매하는 I10이나 I20 같은 차량들이 있고 기아차는 씨드나 프로씨드가 있다.

인도나 러시아에는 크레타 같은 현지 전략형 SUV들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 국산차지만 해외에서 판매하는 해외차가 된 케이스다. 그런데 가끔씩 해외에서 워낙 잘 나간다는 소식이 들리다 보니깐 이걸 국내에도 출시해 달라고 아우성인 자동차들도 찾아볼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하나가 오늘 주인공인 기아 텔루라이드다.

미국에선 없어서 못 파는
국산차가 된 기아 텔루라이드
기아 텔루라이드. 요즘 미국에서 없어서 못 판다는 국산차다. 이건 보배드림에 올라온 사진인데 텔루라이드 한 대를 놓고 딜러가 낙찰 희망자 세명에게 입찰 중인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너무 잘 팔려서 줄을 서서 경매를 해야 할 정도라는 뜻이다.
북미 시장에서 텔루라이드는 출시와 동시에 미국 내 외신들로부터 호평도 많이 받았으며 다양한 상을 휩쓸며 인기를 증명했다. 2019년 11월엔 모터트렌드 주관 2020년 올해의 차 SUV 부분에 선정되었고, 카앤 드라이버 2019 베스트카에도 선정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올해 1월엔 북미 올해의 자동차에서 올해의 SUV로 뽑혔고, 지난 4월엔 세계 올해의 자동차에 선정됐다.
세계 올해의 자동차는 국산차 전체를 통틀어서 처음으로 선정된 거라 더욱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덕분에 한국차의 위상을 높이기도 한 자랑스러운 자동차가 되었다. 미국에선 텔루라이드가 워낙 잘 팔려서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최근 텔루라이드 생산량을 늘리며 판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텔루라이드의 인기 비결을 분석해 보면 이차가 개발된 2015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남양연구소 연구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철저한 현지화였다. 디자인부터 내부 공간 구성까지 모든 부분을 철저하게 미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차를 만들라는 오더가 내려졌다.

목표 고객층은 도시에 살면서 연간 15만 달러(약 1억 7000만 원) 안팎의 소득을 올리고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40대 부부가 타깃이었다. 이에 현대차 연구원들은 포드와 도요타 등 경쟁사의 SUV로 미국을 5000㎞가량 횡단하면서 미국 가정에서 생활하며 자동차 문화를 체험하며 텔루라이드 개발에 매진했다.

디자인 역시 기아차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북미 전용차’ 디자인 방향성을 추구했고, 당시 정의선 부회장은 “우리 눈이 아니라 미국 고객의 눈으로 보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텔루라이드는 미국 디자인 센터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 다소 투박해 보일 수도 있는 사각형 구조의 스타일을 가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이것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잘 먹혀들었으며 철저한 현지화가 이루어져 이것이 현지인들에게 어필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기아차는
“출시 계획 없다”라며
못 박았다
북미에서 텔루라이드가 이렇게 잘 나간다는 소식에 국내 소비자들은 한국에도 텔루라이드를 출시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팰리세이드가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텔루라이드를 출시해서 수요를 좀 분산시켜줘라”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아차는 이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한때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를 고민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으나, 신형 모하비 출시 행사장에서 “텔루라이드 북미 수요가 높아 국내 도입은 불가능하다”라고 못 박으면서 국내 출시설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차를 바라고 있지만, 아쉽게도 텔루라이드는 당분간 국내에서 만나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국내 출시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 이유가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노사 간의 독소 조항이 하나 있다. 현대기아차가 해외에서 생산한 자동차나 부품을 국내로 들여오려면 노조와의 협의를 거쳐야 된다는 내용이다.

쉐보레가 미국에서 생산된 트래버스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것처럼 기아차도 텔루라이드를 수입해서 팔려면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한데, 해외에서 생산된 차를 수입해서 국내에 판매하면 노조 입장에선 일거리가 줄어들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절대 허용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태 고수해 왔다.

거기에 만약 노사 간의 협의가 이루어지더라도 현재 북미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 중인 텔루라이드는 미국 수요를 감당하기도 벅찬 상황이기 때문에 물량을 국내로 빼오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그러면 “역수입하지 말고 국내에서 생산하면 안 되냐” 이렇게 말할 수도 있는데 현재 국내 기아차 공장은 생산량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기아차 입장에선 모하비나 쏘렌토가 워낙 잘 팔리고 있기 때문에 굳이 무리를 해서 텔루라이드를 생산할 필요도 딱히 없다. 이러나저러나 텔루라이드는 국내에 출시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국내에 더 좋은 모델을
팔면 해결될 일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텔루라이드를 국내에도 출시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제조사 입장에서 이런 불만들을 잠재우기 위해선 현재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차량들의 상품성을 더 개선해서 “해외에 파는 어떤 차가 더 좋아 보이는데 한국에도 출시해달라” 이런 말이 안 나오게 만들면 된다.

국내에 파는 차가 더 좋다면 이런 말이 애초에 나올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아 텔루라이드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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