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면서 배터리가 핵심 부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배터리는 엔진 시동 및 차내 전자 장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에 그쳤다면,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출력을 발휘하는 전동기에 전력 공급은 물론, 최대 주행 가능 거리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전기차를 생산하는 많은 브랜드들은 우수한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개발하거나, 배터리 전문 업체와 협업하는 등 배터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한국 기업들이 꽉 잡고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전 세계가 줄 서서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있다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대해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진웅 에디터

전기차 판매량
상승세 기록 중
글로벌 시장분석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7월 전 세계 누적 전기차 판매는 78만 2,000여 대를 기록했으며, 7월 한 달 동안만 15만 5,000여 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35.2% 성장한 수치다.

전월 동기 대비로 비교해도 3.2% 성장했다. 중국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28.6% 늘었고, 유럽에서도 7월 순수 전기차 판매량이 99.1% 증가했다. 미국은 4.1% 증가했다.

(사진=SNE 리서치)

LG화학 1위
삼성 SDI 4위
SK이노베이션 6위
전기차 판매량이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배터리 전문 기업들도 동반 성장 중이다. 국내 배터리 전문 기업인 LG화학과 삼성 SDI, SK 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출하량은 전년 대비 100% 증가했다.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총 13.4GWh 용량의 배터리를 납품해 1위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7.4%나 성장했다. 올해 점유율은 25.1%로 전 세계 생산된 전기차의 4분의 1이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이다.

삼성 SDI은 올해 상반기 총 3.4GWh 용량의 배터리를 납품해 4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52.6%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해 점유율은 6.4%이다.

SK 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 총 1.2GWh 용량의 배터리를 납품해 6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86.5%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해 점유율은 4.1%다. 전년 대비 순위가 한 단계 상승했다. 이외 CATL이 12.7GWh로 2위, 파나소닉이 10.1GWh으로 3위, BYD가 3.2GWh로 5위를 기록했다.

테슬라, GM 등이
선택한 LG화학
원래 테슬라는 일본 기업들과 거래를 많이 했다. 일론 머스트 테슬라 CEO가 과거부터 일본 문화를 매우 선호했던 영향이 컸다. 한때 토요타가 테슬라의 지분을 일부 매입한 후 RAV4 전기차 모델 공동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은 적이 있었으며, 최근까지 파나소닉의 배터리를 납품받아 왔다. 테슬라와 파나소닉은 6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인 기가 팩토리 1을 세웠다.

그러다 테슬라의 기가 팩토리 1 증설 요구를 파나소닉이 거부하면서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으며, 배터리 생산 속도도 늦춰 테슬라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 결국 모델3, 모델Y에 쓰이는 배터리는 LG화학에서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생산능력과 기술력 모두 높은 점수를 줬다. 일본 독점망을 LG화학이 끊음으로 한때 전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GM 수석 부사장은 한국 기업과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GM의 가장 큰 테크니컬센터가 있는 한국이 전기차의 중심축이 되는 동시에 LG전자, LG화학 등 한국에 있는 모든 파트너들과 관계에 기대를 걸고 있다”라고 말했다.

GM과 LG화학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인 얼티움 배터리를 공동 개발했다. 얼티움 배터리는 50~200kWh 용량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644km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원자재가 비싼 코발트 함량을 줄여 배터리 가격을 줄였다. 이 배터리는 캐딜락의 첫 번째 전기차 리릭에 장착된다.

이외에도 폭스바겐은 ID.4에 LG화학의 NCM712 배터리를 장착한다. ID.4는 MEB 플랫폼을 활용한 소형 SUV로 세 가지 용량이 탑재된다. 최대 크기인 82kWh 용량을 탑재한 모델의 경우 최대 주행거리는 유럽 기준 500km에 달한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는 자사의 첫 번째 전기차 루시드 에어에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다. 고성능 럭셔리 전기 세단을 표방했으며,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1회 충전으로 미국 기준 832km을 주행할 수 있으며, 300kWh 초고속 충전을 지원한다. 르노 역시 LG화학의 주요 고객사이며, 볼보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현대차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BMW, 아우디가
선택한 삼성 SDI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은 삼성 SDI 배터리를 주로 사용한다. BMW와 삼성 SDI은 2009년에 인연을 맺은 이후로 오랫동안 협업을 이어 왔으며, 그 결과로 i3와 i8이 탄생했다. 지난해에는 2021년부터 2031년까지 약 3조 8,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를 BMW에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삼성 SDI은 향후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헝가리 공장 증설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아우디와도 인연이 깊다. 아우디의 첫 번째 PHEV SUV인 Q7 e 트론 콰트로에 삼성 SDI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으며, 2015년부터 전기 SUV를 공동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은 최근에 국내에도 출시된 e-트론이다. 이외에도 2016년에 포르쉐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지만 아직 양산차에 적용된 사례는 없다. 포르쉐 타이칸에는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되어 있다. 폭스바겐도 삼성 SDI의 주요 고객 사지만 지난해부터 공급 다변화를 위해 비중을 줄인 상태다.

국산차에 탑재되는
SK 이노베이션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주로 국내 완성차 제조사에 전기차 배터리를 제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배터리의 90% 이상이 기아차에 납품되고 있으며, 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니로 EV, 쏘울 EV에 탑재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니로 EV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SK이노베이션도 수혜를 입고 있다.

내년에는 납품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E-GMP 플랫폼을 활용하는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 공급사로 SK 이노베이션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올해 말부터 5년 동안 전기차 50만 대 분의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했다. 4번 중 1차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앞으로의 성과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계속 활용할 수도 있다.

앞으로도
전망은 밝을 것
국내 3사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출시 초기 때부터 신뢰를 받아왔으며, 실제 납품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 덕분에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 덕에 지금도 기존 자동차 제조사 혹은 신생 전기차 회사들이 국내 3사와 배터리 계약을 맺기 위해 줄을 서있는 상태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체 조달을 위한 배터리 개발에 열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한국 기업들이 주도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개발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분야다. 원가, 효율, 신뢰성 등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매우 많다. 당장 전기차 원가를 살펴봐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배터리 쪽이다.

게다가 국내 제조사들이 그냥 보고만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LG화학은 양극재 소재에 알루미늄을 더한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2022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SK 이노베이션은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90% 이상으로 높인 NCM(니켈-코발트-망간 ) 배터리를 2023년에 내놓는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혁신기술을 최근 공개했다. 전고체 배터리의 수명과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크기를 반으로 줄일 수 있는 원천기술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개재했다. 전기차 시장이 앞으로도 확대되는 만큼 국내 배터리 3사의 선전을 기원해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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