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기준으로 보면 BMW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는 3시리즈다. 그러나 한국에선 3시리즈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이며 간판 역할을 하는 모델이 있었으니 오늘의 주인공인 5시리즈다. 세계에서 5시리즈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이 한국이라고 하니 BMW 입장에선 이 차의 판매량에 따라 매월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BMW 코리아는 5시리즈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을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여러 번 어필했다. 그러나 최근 신형 모델의 가격과 옵션이 공개되면서 “믿었던 소비자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쳤다”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 향후 전망이 주목된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BMW 5시리즈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박준영 에디터
“이게 진정한 페이스리프트다”
소비자들의 호평 이어진
5시리즈 페이스리프트
BMW 코리아는 올해 4월 개최될 예정이었던 2020 부산 국제 모터쇼를 통해 5시리즈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모터쇼는 취소되었고 이에 BMW 코리아는 일정을 연기해 지난 5월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신형 5시리즈와 6시리즈를 동시에 공개했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보면 외관 디자인은 차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가 아니라면 바뀐 곳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변화에 그쳤으나, 파워트레인 교체와 상품성을 업그레이드하여 소비자들 사이에선 “진정한 내실 다지기 페이스리프트란 이런 것이다”라는 호평을 받은 이력이 있다.
BMW는 부분변경을 진행할 때 페이스리프트라는 명칭 대신 LCI라는 칭호를 붙이고 있다. 원래 BMW는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해도 디자인 변화보단 기존 모델을 타고 있는 소비자들이 지적한 개선점들을 적극 반영하여 상품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LCI 모델을 출시해 왔다.
신형 5시리즈 역시 연료 효율성과 역동성을 동시에 챙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을 탑재한 신형 파워트레인을 적용하고 실내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를 기존 10.25인치에서 12.3 인치로 변경하는 등 상품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기존 5시리즈도 인기가 많았었는데 상품성이 더욱 강화된 것을 확인한 소비자들은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일각에선 “이 정도면 이제 E클래스를 무난하게 뛰어넘을 수 있겠다”라며 “빨리 출시되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믿었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
옵션 대거 빠져 출시되어
소비자들은 발걸음을 돌리는 분위기다
그런데 최근, BMW가 국내에 출시할 신형 5시리즈의 가격과 트림 세부정보를 공개하자 좋았던 초기 분위기와는 다르게 오히려 역풍을 맞고 말았다. 기존 모델과 비교해 보면 핵심 사양으로 탑재되던 옵션들이 대거 빠져있다는 게 계속해서 지적되었는데 이에 많은 소비자들은 “실컷 기대하게 만들어 놓고 뒤통수쳤다”라며 BMW 코리아에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실제로 신형 5시리즈를 구매하기 위해 대기하던 고객들 마저도 신형 모델은 옵션이 대거 빠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또한 “이럴 바엔 차라리 기존 모델 재고차를 할인받아 구매하는 게 낫겠다”라며 BMW 전시장을 찾는 고객들도 최근 부쩍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었다.
소비자 입장에선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옵션들이 삭제됐다
옵션이 얼마나 빠졌길래 계약하려던 소비자들까지 이탈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는 걸까? 국내에서 인기가 많은 BMW 520d 트림 기준으로 살펴보면 계약자들이 마음을 돌리는 이유를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신형 5시리즈는 520d가 523d로 변경되었다.
주요 옵션을 살펴보면 기존 520d 옵션 강화 모델에 적용되던 서라운드 뷰, 소프트 클로징, 후석 선블라인드, 원격 주차는 모두 사라졌고, 선택사양으로 존재했던 모카시트와 우드트림은 선택조차 불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19인치 휠은 18인치로 다운 그레이드 되었고 하만카돈 스피커는 일반 스피커로, 4존 에어컨은 2존 에어컨으로, 대시보드 마감재는 천연가죽에서 인조가죽으로 변경되어 사실상 구관이 명관이라는 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상위 등급 530i도 기존 모델보다
옵션이 많이 빠졌다
심지어 상위 등급인 530i에서도 서라운드 뷰와 소프트 클로징, 선블라인드, 원격주차 사양은 선택조차 불가능한 옵션이기 때문에 신형 5시리즈를 계약하려던 소비자들은 “깡통 수준에 가까운 신차를 판매하는 건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BMW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모델과 동일한 수준의 사양을 누리기 위해선 1억 원에 가까운 540i를 선택해야 하니 실구매자들 입장에선 신형보다 차라리 구형 재고차를 할인받아서 사는 게 더 낫겠다는 이야기가 충분히 나올법한 상황이다.
신형 모델 공개에도
오히려 기존 모델 판매량이
수직 상승하고 있었다
BMW 전시장에 문의해본 결과,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은 신형 5시리즈 출시가 예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형 5시리즈 재고차를 문의한 뒤 출고하는 소비자들이 최근 부쩍 늘어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판매량으로도 곧장 드러났는데, 월평균 1,750대 수준으로 판매되던 5시리즈는 지난 8월 2,834대가 판매되어 한 달 만에 판매량이 수직 상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현재 마지막 재고 물량들을 1,000만 원 이상 프로모션을 적용해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몰려 이미 인기 있는 트림은 재고가 거의 다 소진되었다고 한다. 최근 신형 5시리즈 가격과 사양이 공개되자 기존 모델을 계약하려는 계약자들이 더 몰려들고 있어 기존 5시리즈 재고는 조만간 동날 것으로 예상된다.
“1년 기다리면 옵션 강화 모델 나온다”
라며 지금 사면 안된다는
소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BMW 동호회 회원들 일부는 “옵션이 대거 빠진 신형 5시리즈를 지금 사면 무조건 후회한다”라며 “1년만 기다리면 옵션 강화 모델이 출시될 테니 조금만 기다리는 게 좋겠다”라는 의견들을 내비쳤다.
실제로 BMW는 매번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이번엔 프로모션이 없으며 기다려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으나, 1년 정도가 지나면 결국 하락하는 판매량을 극복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옵션을 강화한 모델을 들여와 판매했던 이력이 있기에 신형 5시리즈 역시 같은 행보를 걸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염가형 트림 옵션을 강화한
E클래스와는 대비되는 상황
5시리즈의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신형 E클래스를 5시리즈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하며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염가형 트림 E250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모델보다 기본 사양을 탄탄하게 갖추어 호평받고 있다. 또한 E250에도 익스클루시브 트림을 추가해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멀티빔 LED, 열선 및 통풍시트를 누릴 수 있어 옵션이 대거 빠진 5시리즈는 더욱 난처해진 상황이다.
이러니 소비자들은 “5시리즈가 E클래스 넘어서긴 글렀다”라며 “이 좋은 기회를 놓치는 걸 보니 앞으로도 5시리즈는 E클래스를 따라가야 할 전망”이라는 의견들을 내비쳤다. 지난달 반짝 판매량이 상승하며 E클래스도 제친 5시리즈였지만 앞으로도 선전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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