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들이 큰 차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상반기에만 대형 SUV 판매량이 8만 3,028대를 달성했다. 여유로운 실내 공간과 넉넉한 적재 공간은 소비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최근에는 캠핑을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필수적인 모델로 소개되기도 한다. 이른바 ‘차박’도 이들의 인기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다양한 수입 대형 SUV가 국내에 상륙했지만 국산 대형 SUV 앞에서 맥을 추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수입 대형 SUV 판매량은 1만 6,607대였던 반면, 국산 대형 SUV 판매량은 6만 6,451대였다. 국산 대형 SUV의 인기는 “대안이 없다”라는 말로 정리되는데 어째서 이런 말이 나오는지 궁금해진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국산 대형 SUV가 가진 매력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정지현 인턴

대형 SUV의 시작
쌍용차 렉스턴
2001년에 출시된 렉스턴은 일명 국산 프리미엄 SUV의 시초라고 불린다. 1세대 출시 이후 16년 만인 2017년에 풀체인지를 거친 G4 렉스턴이 출시됐고 최근에는 올 뉴 렉스턴이 출시됐다. 신형 렉스턴은 기존 모델의 2.2L 디젤 엔진을 개선한 형태로 등장할 예정이다. 187마력에서 202마력으로 성능이 향상된 엔진이 눈에 띄는데, 이는 최신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에 발을 맞추고자 하는 의지로 해석된다.

2열에서는 국내 SUV 최대 각도인 약 139도로 리클라이닝이 가능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한, 국내 최고 수준의 커넥티드카 시스템 인포콘이 원격제어와 보안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차량관리까지 전방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튼튼함은 우리가 원조
기아차 모하비
출시된 지 무려 12년이 지났는데도 꾸준히 인기가 있는 모델이 있다. 바로 기아차 모하비다. 중장년층들에게 상징적인 국산 프레임 SUV로 각인돼서일까? 모하비는 유독 실 수요층이 50대 이상 중장년층에 몰려있다는 특징이 있다.

모하비는 비교적 최근 풀체인지에 가까운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했다. 기존 모델의 아쉬운 점으로 지적받던 편의 장비를 개선하고 내장재의 고급화를 통해 상품성을 향상시켰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 신규 트림인 그래비티를 추가하며 연식변경을 거쳤다. 최상위 트림을 추가한 것은 형제차로 불리는 팰리세이드의 캘리그래피 추가에 대응하는 변화로, 모하비는 그래비티만의 차별화된 디자인 요소를 적용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없어서 못 산다”
현대차 팰리세이드
많은 소비자들에게 “국내 대형 SUV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었다”라고 평가받는 모델이 있다. 바로 팰리세이드다. 2018년 하반기에 출시한 팰리세이드는 맥스크루즈의 후속작으로 개발됐다. 현대자동차의 부족한 SUV 라인업을 보강하기 위해 만들어진 팰리세이드는 아직까지도 3~4개월의 출고 대기가 이루어지고 있을 만큼 인기가 많은 차종이다. 소비자들에게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받으며, 가성비가 좋은 대형 SUV로 자리매김에 성공한 덕분이다.

팰리세이드는 길이 4,980mm, 너비 1,975mm, 높이 1,750mm, 휠베이스 2,900mm의 차체를 자랑한다. 5미터에 육박하는 길이 덕분에 3열 공간까지 여유롭고, 이 때문에 캠핑용 차량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에는 5만 2,299대, 올해 7월까지는 총 3만 7,100대가 판매됐다. 모하비가 1만 1,019대 그리고 G4 렉스턴이 5,215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니, 이보다 무려 3배에서 6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돈으로 수입 SUV는 무리”
국산 대형 SUV만의 뛰어난 가성비
국산 대형 SUV의 가장 큰 메리트는 가성비다. 국내에선 국산 대형 SUV 가격대를 기준으로 만족할 만한 크기의 수입 대형 SUV를 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다시 말해, 차를 구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것이 대형 SUV 시장에서 국산차가 수입차보다 월등히 판매량이 높은 이유가 될 것이다.

실제로 상반기 대형 SUV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국산차가 자리를 꿰차고 있다. 1위가 팰리세이드, 3위가 모하비, 4위가 G4 렉스턴이다. 이 중 팰리세이드는 3천만 원대부터 가격 책정이 시작되는데, 이에 반해 5위인 포드 올 뉴 익스플로러는 2배나 더 비싼 6천만 원대부터 가격이 책정된다. 심지어 BMW X5의 경우에는 1억대가 넘어가는 상당한 가격을 자랑한다.

수입 대형 SUV보다
상품성이 뛰어나다?
‘가성비’라고 하면 자고로 성능에 대한 언급이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국산 대형 SUV가 단순히 싼 것뿐만 아니라, 안전 및 편의 사양에서 수입차보다 더 뛰어나다”라는 의견도 많다. 국산차에서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옵션이 수입차에서는 선택 사항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본으로 탑재되는 사양에 풀옵션을 더해도 수입 대형 SUV보다 가격대가 현저히 낮아서 소비자들은 “차라리 이 돈이면 풀옵션으로 국산 대형 SUV를 사겠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모하비를 예로 들어보자면, 모하비 3.0 디젤 모델의 최고 기본 가격은 5,182만 원이고 모든 트림을 고려했을 때 최대로 발생하는 옵션 비용은 328만 원이다. 모하비 3.0 디젤 모델에 풀옵션을 값을 더한 최고 실구매 가격은 약 5,669만 원이고, 모하비 3.0 디젤 그래비티 모델의 경우에는 최고 실구매 가격이 약 6,163만 원이 된다. 이에 반해 포드 올 뉴 익스플로러의 경우에는 옵션을 제한 기본 가격대가 6천만 원대부터 시작된다.

수입차의 일반적인 단점
서비스 인프라가 부족하다
과연 가성비가 국산 대형 SUV가 성행하는 이유의 전부일까? 아니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거의 모든 수입차 브랜드의 단점으로 여겨지는 부족한 서비스 인프라다. 이는 수입 대형 SUV에게도 적용되는 사실이다. 일각에선 “서비스 센터를 찾으려면 한참을 가야 하니, 그럴 바엔 차라리 국산차를 사는 게 낫다”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14만 1,952대로, 전년 대비 15.8%가량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추가된 신규 서비스 센터는 9개에 불과했다. 덕분에 수리 기간은 더 길어졌고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수입차 브랜드의 서비스 인프라 투자가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차여서 흥행 못했다?”
한정적인 국내 물량
우스갯소리로 “수입차여서 흥행 못했다”라는 말이 있다. 잘 팔릴 만해도 국내에 배치되는 물량이 한정적이라 안 팔린다는 소리다. 일례로 쉐보레 트래버스를 말할 수 있겠다. 쉐보레에 따르면, 트래버스의 3열 무릎 공간은 850mm나 된다. 트렁크 적재 공간은 기본 651리터이고 3열 시트를 접으면 1,636리터,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2,780리터까지 확보 가능하며, 러기지 플로어 아래에는 90.6리터 대용량 언더 스토리지도 마련돼 있다.

트래버스는 이처럼 괜찮은 사양에 4천만 원대라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에서 구입 가능한 수입 SUV의 대안처럼 등장했다. 그러나, 성공할 일밖에 없을 줄 알았던 트래버스는 상반기 판매량이 고작 2,238대에 그쳤다. 판매량 1위인 팰리세이드랑 비교했을 때, 무려 약 13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는 앞서 말했듯이 수입차의 한정된 물량 탓일 가능성이 크다.

국산차 결함 및 품질 문제
수입차에게는 일종의 반사이익
최근 결함 및 품질 문제가 꾸준히 보도되면서 국산차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수입차 브랜드가 일종의 반사이익을 얻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팰리세이드가 대표적이다. “대기 기간이 너무 길고 결함 보도가 잇따라서 팰리세이드를 포기하고 트래버스를 샀다”와 비슷한 이야기까지 찾아볼 수 있다.

국산 대형 SUV가 가진 장점이 상당하기에 수입 대형 SUV의 추격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많은 수입차 브랜드들이 국내에 대형 SUV를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지금처럼 우위를 지키려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형 SUV 시장에서의 경쟁이 주목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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