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펀앤드마이크)

현대차 정의선 회장이 공개적으로 조직구조를 개편할 것임을 선언했다. 지난 14일 현대차그룹 신임 회장 취임사를 통해 “구습에 안주하지 말고 지배 구조를 재편해 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고객”이라며 최근 연일 이슈가 되고 있는 현대기아차 품질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취임 전에도 “현대차 신차 품질을 다잡겠다”라며 노사 간의 협력을 강조하고, 신차 테스트 기간을 늘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엔 리콜 충당금 3조 원가량을 확보하며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에 힘쓰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차 노조 측에선 “우리가 피땀 흘려 번 돈 통째로 적자 처리해 허탈감을 느낀다”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차 노사 간의 관계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사진=헤럴드경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고객”
품질경영 선언한 현대차
공식적으로 현대자동차 그룹의 회장이 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본격적인 개혁 작업에 나섰다. 부회장 시절부터 품질경영을 외쳐온 그였기에, 취임사에서도 그는 “우리의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고객 행복의 첫걸음은 완벽한 품질입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약 6분간의 취임사를 통해 고객이라는 단어를 9번이나 사용해 주목받았다. 평소 임직원들에게도 “고객에게 신뢰를 잃는 순간 끝장이다”라고 강조했었기 때문에 취임사를 통해 이를 더욱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현대기아차 신차품질 관련 이슈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결단으로 볼 수도 있다.

역대급 리콜 충당금인
3조 4,000억 원을 확보했다
정 회장의 발언은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닌 곧장 행동으로 실행되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9일 약 3조 4,000억 원 규모의 품질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더 큰 현대차는 2조 1,352억 원, 기아차는 1조 2,592억 원 수준이다.

현대차 그룹의 1년 치 영업이익이 5조 6,000억 원 규모임을 감안한다면 연간 이익의 절반 수준을 품질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파격적인 발표였기에 업계는 주목했다. 리콜 비용에 사용한 충당금은 기존에 평생 보증을 약속한 세타 엔진뿐만 아니라 누우 엔진 등 다양한 엔진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바뀌는 모습 기대해달라”는 회사 측
다양한 반응을 보인 소비자들
현대차 관계자는 분기별 큰 영업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해 “정의선 회장과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의지로 봐 주셨으면 좋겠다”라며 품질에 더욱 신경을 쓰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어필했다. 이에 많은 소비자들 역시 다양한 반응을 보였는데 “이제 현대차가 바뀌려나 보다”, “그간 너무 심했었는데 더 늦기 전에 옳은 판단을 했다”라며 제조사를 응원하기도 했다.

물론 “이제 와서 뭘 하겠다고”, “그래봤자 제대로 고쳐주지도 않을 거면서”, “지금 나오는 신차 품질도 제대로 잡지 못해서 전혀 신뢰가 가질 않는다”라며 여전히 제조사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네티즌들도 다수 존재했다. 또한 “이러한 발표보단 향후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달라진 모습을 볼 때까진 판단을 보류하겠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네티즌들도 존재했다.

(사진=중앙일보)

“납득할 수 없는 손익 계산법이다”
즉각 반발에 나선 현대차 노조 측
하지만 3조 원가량의 리콜 충당금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하여 역대급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된 상황을 놓고 현대차 노조 측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현대차 이상수 노조위원장은 지난 22일 성명문을 통해 “조합원들이 피땀 흘려 달성한 1조 원대 영업이익 회복이 기대됐던 올해 3분기임에도, 제조사의 세타 2 엔진 관련 비용을 충당금으로 반영하기로 해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 왔다”라며 “이는 납득할 수 없는 손익 계산법으로 품질 문제를 야기한 경영진부터 경질하라”라며 촉구했다.

여기에 덧붙여 “시장이 어렵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이렇게 사전 협의조차 없이 조합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이익금을 통째로 마이너스 적자 처리하는 작태에 우리는 그저 허탈함과 분노를 느낄 뿐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품질 문제를 조합원들에게 전가시키는 제조사의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임단협 때 두고 보자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사진=YTN 뉴스)

“모든 걸 노조 탓으로
돌리는 게 역겹다”라며 노조원들은
제조사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실제 현대차 공장에서 근무하는 현장 조합원들 역시 분노의 목소리를 함께 표출하고 있었다.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최근 품질경영을 강조하면서 공장 내 분위기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라며 “품질 확보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하지만, 품질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노조 탓으로 돌리는 회사 측의 행태는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역겹다”라는 의견을 남겼다.

현대차 노조 측의 성명문에도 해당 부분이 명시되어 있다. 노조 측은 “연구개발비와 품질 설비 투자 미비로 인해 발생한 품질 문제 충당 비용은 전적으로 사측 경영진이 책임져야 할 문제이지만, 이를 노조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현장 작업자들 역시 올 한 해 열심히 일한 결과가 대규모 적자라는 실적으로 다가오니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최근 현대차 노조에 대한 대중들의 여론이 매우 좋지 않아 억울한 부분들이 매우 많다는 주장들도 함께 이어졌다.

일부 노조 측의 억울함도
이해는 되지만
여론은 여전히 차가울 뿐
논리적으로 따져보자면 노조 측도 어느 정도 억울한 부분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세타 엔진 품질 관련 이슈는 분명한 설계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이는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잘못된 치명적인 문제다. 잘 설계된 정상적인 엔진이 조립 과정의 실수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면 충분히 공장 근로자들을 탓해도 할 말이 없지만, 설계 결함으로 생긴 엔진 관련 결함을 충당금으로 해결하여 결국 결함에 대한 책임을 노조 측에게 전가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최근 현대차 공장 내 악, 폐습을 뿌리 뽑겠다는 제조사의 의지가 드러남과 동시에 공장 내 실제 현장에선 그간 행해져왔던 수많은 악습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작업을 몰아서 하는 올려치기, 내려치기 작업, 또는 차량 조립 중 휴대폰을 보거나, 영상을 보며 조립하는 작업 실태, 최근엔 팰리세이드 성행위 사건 등 다양한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대중들은 “차나 똑바로 만들고 권리를 주장하라”라며 노조 측을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책임 떠넘기기가 아닌
화합과 소통을 통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현대차 품질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선 노사 간의 협의를 통해 서로 부족한 부분과 잘못된 부분을 인정하고 화합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양쪽 모두 분명한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엔진 또는 차량 설계 과정에서부터 잘못 만들어진 것을 공장 근로자들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 없으며, 잘 만들어진 정상적인 차량을 잘못 조립해 문제가 발생하는 걸 연구원 탓으로 돌릴 수 없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현대차는 노사 간의 협의보단 서로 잘잘못을 떠넘기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는 느낌이 매우 짙다. 한 소비자는 “현대차 노조는 매번 싸우는 거 밖에 못 봤지, 맨날 싸우고 파업하면 차는 언제 제대로 만드냐”라며 양측을 모두 비판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스스로 현대차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는듯해 보이지만,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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