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서 클래식 스포츠카 한 대가 포착되었다. 그간 비싼 럭셔리카, 스포츠카, 슈퍼카로 이야기를 꾸며갔는데, 오늘은 조금 특별한 자동차가 등장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라는 수식어가 가장 어울리는 ‘재규어 E 타입’이다.
한국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차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닛산 휘가로와 같은 오래된 일본 클래식카뿐 아니라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같은 초호화 럭셔리카도 서울에서 꽤 자주 볼 수 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국내 포착 플러스는 그중에서도 유독 특별하게 여겨지는 클래식 스포츠카 ‘E 타입’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오토포스트 디지털 뉴스팀
1961년에 시작된
재규어 E 타입의 역사
지금까지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 “디자인이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를 주제로 한 기사나 글에는 ‘E 타입’이 필수로 등장한다. E 타입은 그 옛날 르망 레이스에 출전하기 위해 개발되었던 ‘C 타입’이나 ‘D 타입’과 같은 레이싱 자동차로부터 계승된 모델이다.
E 타입은 1961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당시 등장하자마자 엄청난 화제가 되었음을 물론이고, 영국 주력 일간지 모두 E 타입과 관련된 기사를 써 내려갔다. 제네바 모터쇼 현장에서의 평판도 좋았었다. 모터쇼 현장 근처에 마련한 시승 테스트 코스에는 재규어가 예상했던 수를 훨씬 뛰어넘는 방문자들이 줄을 섰다.
재규어는 이 시승 행사를 위해 E 타입 2대를 영국에서 공수해왔다. 7일 동안 하루 6시간 이상 시승회에 차량이 투입되었고, 당시 시승 코스는 레이싱 서킷 힐 클라임 현태와 비슷했다. 이를 위해 테스트 드라이버들이 직접 방문자를 옆에 태운 채 서로 경쟁하며 코스를 질주했다. 당시 외신에 따르면 이 테스트 코스는 페라리도 사용했는데, E 타입의 랩타임을 뛰어넘는 차는 없었다고 한다.
4월에 열린 뉴욕 모터쇼를 통해 미국 시장에도 데뷔했다. 할리우드 배우 브리짓 바르도의 남편이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최초로 E 타입을 구입했고, 이후 찰톤 헤스톤, 딘 마틴, 스티브 맥퀸, 잭 레몬, 조니 마티스 등 다른 유명인들도 구입했었다. 당시 미국 시장에는 페라리나 마세라티와 맞먹는 성능에도 가격이 3분의 1밖에 되지 않았고, 메르세데스 벤츠 SL이나 애스턴마틴 DB4 가격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었다.
가격 경쟁력에 60여 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훌륭한 디자인으로 꼽히는 외관, 그리고 뛰어난 성능으로 다양한 고객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그 당시 여성들에게도 큰 인기였다. 4.2리터 모델은 직렬 6기통 엔진이 268마력, 39.0kg.m 토크를 냈고 제로백 8초, 최고 속도는 243km/h를 기록했다.
이러한 경쟁력에도 계속해서 판매량은 하락세였다. 오히려 수요가 부족했던 덕에 더욱 희귀한 자동차가 되었고, 오히려 인기를 더욱 증폭시켰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후 2인승 쿠페 모델을 포함하여 2+2인승 모델, V12 쿠페 및 오픈 톱 모델을 포함해 1961년부터 1974년까지 5만 대 정도가 판매됐다.
40번째 생일을 맞아
자신에게 E 타입을 선물한
리처드 해먼드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익숙한 유명인도 이 자동차를 구입했다. 영국 ‘탑기어’를 이끌었고, 최근엔 제레미 클락슨 사단과 함께 ‘더 그랜드 투어’를 성황리에 마친 리처드 해먼드다 해먼드는 10년 전 자신의 40번째 생일을 맞아 특별한 자동차 두 대를 구입했다.
그중 하나는 E 타입이었다. 해먼드가 구입한 것은 1969년식으로, 들어간 비용은 약 9,500만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자동차는 애스턴마틴 DBS 볼란테였다. 애스턴마틴을 사기 위해 그가 지불한 금액은 약 3억 3,400만 원이었다.
코치빌더 손에서
다시 부활한 E 타입
‘이글 스피드스터’
유지비가 부담스러운, 그럼에도 클래식카를 소유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E 타입이 탄생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영국 클래식 카 딜러 ‘이글’이 코치빌더로 변신해 E 타입을 새롭게 재탄생 시켰다. 오리지널 모델보다 노면에 더욱 가까워져 낮고 날렵해진 윈드스크린을 장착했고, 이 자동차에게는 ‘이글 스피드스터’라는 새로운 이름도 붙었다.
영국 RS Panels 사가 재현한 알루미늄 차체에 오리지널 E 타입이 가진 클래식한 멋과 세련된 분위기를 적용받았다. 제로백은 5초 이하, 오늘날 나오는 스포츠카 수준으로 성능을 발휘한다. 4.2리터 6기통 엔진은 5단 수동변속기와 맞물려 314마력, 47kg.m 토크를 발휘한다.
스포츠 성향이 짙은 서스펜션을 장착한 덕에 오리지널 모델보다 시트 포지션도 더욱 낮아졌다. 타이어와 브레이크도 새로운 것이 장착되어 주행 감각은 모던 스포츠카에 가깝다는 것이 지금까지 내려져오는 평가다.
스티어링 휠은 커스텀 제품이고, 알루미늄 센터패시아에 노인 게이지 4개와 토글스위치는 오리지널 E 타입의 것을 그대로 재현했다. 원래 계획은 원 오프 모델로 단 한 대만 제작하려 했는데, 당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으로 추가 생산이 결정되기도 했다.
2014년 재생산 선언
라이트웨이트 E 타입 탄생
인기가 좋은 클래식카는 유독 생명력이 길게 느껴진다고 했던가. 지난 2014년 재규어가 E 타입을 재생산하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었다. 그들이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은 ‘라이트웨이트 E 타입’이었다. 이 차는 1964년에 생산이 종료됐었다. 당초 계획한 18대 중 최종적으로 12대만 완성됐었는데, 2014년쯤 재생산된 차는 나머지 6대다.
1961년부터 1974년까지 7만 2,500대 이상 판매된 일반 모델과 달리 라이트웨이트 E 타입을 레이싱용으로 개발되었다. 주행성능과 가속 성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중량은 114kg이 줄었고, 일반 모델이 쓰는 스틸 섀시가 아닌 올 알루미늄 모노코크와 알루미늄 차체 패널로 구성되어 있다. 무게 절감을 위해 실내 장식물도 제거되었고, 유리도 경량 설계했다.
2017년, 마니아들을 위한
복원 및 직접 판매 선언
2017년에는 마니아들을 위한 또 다른 선물이 이어졌다. E 타입을 과거 공장 사양 그대로 신차 상태로 구매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다. 당시 재규어는 직접 복원한 최초의 E 타입 사진을 공개하며 프로젝트를 알렸다. 위 사진에 있는 자동차는 1965년식 Series 1 Fixed Head Coupe 4.2 모델이고, 재규어 클래식 전담 부서에서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재규어는 총 10대를 복원했다. 재규어는 지금까지도 오리지널 E 타입 도면과 제조 방법에 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엔진, 기어 박스, 차체 패널 등을 모두 분해해 새롭게 손본 뒤 재조립했고, 용접 방식까지도 오리지널 타입대로 재현했다. 복원된 E 타입은 재규어가 직접 판매했었다. 기본 가격은 4억 원, 사양과 장비 옵션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졌다.
미래와 공존하는 역사
전기차 버전 E 타입
지난 2017년 재규어는 미래가 공존하는 E 타입을 직접 선보이기도 했다. 1968년식 시리즈 1.5 E 타입 로드스터를 기반으로 개발된 ‘E 타입 제로’에는 순수 전기 파워 트레인이 탑재되어 있다. 재규어가 오늘날 판매하고 있는 i 페이스에서 기술과 부품을 가져왔다.
40kWh 배터리팩은 긴 보닛 아래에 실려있다. 오리지널 E 타입이 품는 6기통 엔진과 크기가 같고 무게도 거의 비슷해 오리지널 E 타입이 가졌던 무게 배분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최고출력 300마력으로 제로백 5.5초다. 오토포스트 국내 포착 플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