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정도로 흥행에 참패할 줄은 몰랐다. 머나먼 과거가 아닌 바로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였기 때문이다. 오늘의 주인공인 현대 싼타페는 지난 6월 30일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탈바꿈하면서 안팎으로 큰 변화를 감행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양 역시 풀체인지에 가까운 수준으로 발전했기에, 2년 연속 판매량 1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도 주목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출시 이후 싼타페의 행보는 의아할 정도로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싼타페는 페이스리프트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남을 것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현대 싼타페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형 SUV
현대자동차 SUV 라인업을 대표하는 자동차라고도 할 수 있는 싼타페는 무려 20년 동안 국민들에게 사랑받아온 베스트셀링카다. 2000년 등장한 1세대 SM 싼타페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첫 SUV로 이름을 날렸고, 이후 등장한 2세대 CM, 3세대 DM 역시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하며 국산 중형 SUV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2018년에 등장한 4세대 TM 모델 역시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를 감행했고, 이것이 제대로 먹혀들어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LF 쏘나타 플랫폼을 사용해 제작된 싼타페 TM은 R-MDPS를 기본 사양으로 채택하고 세계 최초로 안전 하차 보조 기능과 후석 승객 알림이 적용되는 등 국산 SUV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다.

작년 8만 6,198대를 판매하며
압도적인 판매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지난해엔 판매량도 역대급을 기록했다. 2019년 1월부터 12월까지 한 해 동안 판매된 내수시장 국산 승용차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현대 싼타페가 8만 6,198대를 판매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 그랜저는 지난해 6만 6,039대를 판매해 2위를 차지했고, 쏘나타와 카니발, 아반떼가 뒤를 이었다.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는 자동차들은 모두 상당히 익숙한 베스트셀러들이기에 이들보다 2만 대가량 앞서며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싼타페의 저력은 실로 대단했다고 볼 수 있겠다. 기아 쏘렌토는 5만 2,325대를 판매했다.

굳건했던 싼타페의 자존심이
쏘렌토에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 올해 3월 기아차가 신형 쏘렌토를 출시하면서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싼타페, 쏘렌토 판매량을 살펴보면 신형 쏘렌토가 출시되기 전인 2020년 3월 이전엔 싼타페가 쏘렌토보다 우세한 판매량을 꾸준히 이어가다, 2020년 4월부턴 쏘렌토가 압도적인 수치로 싼타페 판매량을 꺾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현대차는 7월 싼타페 TM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더 뉴 싼타페를 출시하며 신형 쏘렌토의 질주에 제동을 거는듯했으나, 출시 이후 3개월간의 성적을 봐도 싼타페는 여전히 쏘렌토의 적수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싼타페로썬 상당한 굴욕이다.

신형 쏘렌토가 너무 잘 나온 걸까
싼타페가 부족했던 걸까
SUV 계의 쏘나타라는 수식어까지 붙을 정도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싼타페가 점점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신형 쏘렌토가 출시되고 난 뒤부터 싼타페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니 “쏘렌토가 너무 잘 나와서 싼타페를 짓눌러 버렸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더 뉴 싼타페가 출시되기 전인 7월까지는 상대적으로 상품성 측면에서 유리한 신형 쏘렌토가 신차효과에 힘입어 싼타페를 압도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게 없지만, 싼타페가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면서 쏘렌토와 대등한 수준의 상품성을 갖추었음에도 판매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의외라고 할 수 있겠다.

더 뉴 싼타페의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디자인은 매번 패인으로 언급된다
많은 소비자들은 신형 싼타페가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는 원인 중 하나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디자인’을 손꼽았다. 더 뉴 싼타페는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외관 디자인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시장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는 평이 이어진 것이다.

기존 TM보다 훨씬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은 헤드램프와 연결되는 모양으로 디자인되었는데, 전면부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특히 심하게 갈렸다.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호보단 불호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살면서 이렇게 징그럽게 생긴 차는 처음 본다”라며 악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싼타페 판매량이 떨어진 주된 원인으로 디자인을 손꼽고 있었다. 싼타페 판매량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얼굴이 탐켄치라 답이 없다”, “나 같아도 이 디자인은 안 산다, 쏘렌토 사지”, “다 필요 없고 그냥 너무 못생겼다”, “투싼 디자인 보고 싼타페 보니까 더 심하다”, “역사상 최악의 싼타페로 기록될 거 같다”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실제 싼타페 차주들 마저도 “페이스리프트 버전은 앞면이 캘리그래피 트림을 선택하지 않는 이상 솔직히 어정쩡하다”라며 “차라리 기존 TM 디자인이 더 보기 좋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예비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실제 싼타페 차주들 사이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간다는 것이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상품성, 라인업도
쏘렌토 대비 부족하다는 평
디자인뿐만 아니라 상품성 측면에서도 라이벌인 기아 쏘렌토에게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많은 소비자들이 차를 살 때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크기부터 싼타페가 열세다. 더 뉴 싼타페는 길이 4,785mm, 너비 1,900mm, 높이 1,685mm, 휠베이스 2,765mm다. 쏘렌토는 길이 4,810mm, 너비 1,900mm, 높이 1,695mm, 휠베이스 2,815mm로 싼타페보다 길이는 25mm, 휠베이스는 50mm 더 길다.

따라서 실내공간이 싼타페보단 쏘렌토가 조금 더 넓을 수밖에 없다. 또한 쏘렌토에선 6인승 모델을 선택할 수 있지만, 싼타페에선 5인승 또는 7인승 모델만 선택할 수 있어 이 부분에서도 싼타페가 열세다. 에어백 개수도 차이가 난다. 쏘렌토엔 8개, 싼타페엔 6개가 들어가기 때문에 안전 사양마저도 열세다.

쏘렌토를 포기하고
싼타페를 사야 하는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쏘렌토에는 없고 싼타페에만 적용되는 사양도 있긴 하다. 세계 최초로 적용된 운전자 인식형 스마트 주행모드가 그것이다. 주행 모드를 스마트로 설정할 시, 프로필별 운전자의 주행 습관을 차가 스스로 기억하고, 운전자의 성향에 부합하는 주행모드를 자동으로 변환하여 개별 운전자의 주행 성향에 최적화된 드라이브 모드를 제공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사양은 차를 선택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엄청난 사양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또한 쏘렌토엔 없는 별도의 상위 트림 캘리그래피가 존재한다는 것 역시 차이점이다. 싼타페는 캘리그래피 트림을 선택할 시 일반 모델과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을 가진다. 구형 모델에선 인스퍼레이션으로 불리던 사양이 캘리그래피로 이름이 변경된 것이다. 그 외엔 싼타페가 쏘렌토 대비 낫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기 어렵다.

라인업 역시 쏘렌토 대비 다채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쏘렌토는 2.2 디젤 모델을 주력으로 판매하면서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사양도 같이 판매하고 있다. 최근엔 2.5 가솔린 터보 모델도 추가됐다. 반면 싼타페는 2.2 디젤과 2.5 가솔린 터보 모델은 쏘렌토와 동일하지만, 결정적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이 국내 시장에 출시되지 않아 이것이 판매량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또한 쏘렌토는 풀체인지이며, 싼타페는 페이스리프트인 만큼 상대적으로 신차 느낌이 덜하다는 것 역시 싼타페의 주요 패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종합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쏘렌토 대비 싼타페의 매력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뾰족한 묘수가 없다면
풀체인지 전까진 고전할 전망
여기에 이제는 “차급까지 뭔가 애매해졌다”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출시한 신형 투싼은 구형 싼타페보다도 더 커진 크기를 자랑해 4인 가족의 패밀리카로 사용하기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싼타페에 옵션을 추가하여 4천만 원 대로 구매하려면 차라리 팰리세이드를 사는 게 낫다”라며 팰리세이드로 넘어가버리는 소비자들도 매우 많기 때문에, 싼타페는 투싼과 팰리세이드 사이에 끼어있는 애매한 자동차로 전락해버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투싼은 사전계약 시작과 동시에 1만 대 이상이 계약되면서 흥행을 예고했고, 팰리세이드는 출시 후 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차를 사려면 최소 2개월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딱 중간에 위치한 싼타페만 외면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국산 중형 SUV의 자존심인 싼타페는 이대로 무너질까? 뾰족한 묘수가 없다면 풀체인지를 진행하기 전까진 계속해서 고전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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