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타는 것들은 죄다..” 그 시절 지존파가 노릴 정도로 부자들의 상징이었던 국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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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배드림)

회장님 차하면 생각나는 차가 무엇일까? 요즘으로 치면, 제네시스 G90을 떠올리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이전에는 현대 에쿠스, 쌍용차 체어맨이 있다, 외제차로는 벤츠 마이바흐 등을 말할 수 있겠다. 그런데 조금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어떨까? 일명 원조 회장님 차라고 불리던 모델이 하나 더 있다.

2020년 현재, 쏘나타 대신 국민차의 자리를 차지했고 국산차 판매량 1위에 등극한 차다. 게다가 90년대에는 부와 성공의 상징으로 불리던 모델이기도 하다. 바로 현대차 그랜저 얘기다. 그런데 최근 그랜저를 타고 다니는 사람만 노렸던 연쇄 살인 사건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잔인한 살인 사건과 그랜저에 어떤 연관 관계가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진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그랜저와 지존파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에디터

지금 가장 잘 팔리는
현대자동차 그랜저
그랜저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총 13만 6,384대가 판매됐다. 12월 한 달을 제외하고서도 연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던 2017년 13만 2,080대를 이미 넘어선 기록이다. 12월까지 포함하면 올해 판매된 그랜저는 총 15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판매량으로 보면 독보적인 국민차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많이 팔린 만큼 그랜저는 길거리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델이 됐다.명실상부한 준대형 세단으로 가격이 착하지만은 않은데 이렇게 잘 팔리는 이유가 무엇일까?일각에선 완전변경에 가까운 상품성 개선과 경쟁 차종의 부재,큰 차를 선호하게 된 소비자 수요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쉽게 볼 수 없었던
부자의 대명사
오늘의 주인공은 정확히 말하면 1세대그랜저다. 90년대의 그랜저는 요즘처럼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차는 아니었다.지금의 그랜저는‘어느 정도’여유가 있으면 도전해 볼 수 있는 자동차이지만,약 30년 전인 1986년 등장한 1세대 그랜저는 출시될 당시 정말 부자가 아니라면 구매할 수 없는 고급차였다.현시점에서 비교해보면 벤츠 S클래스,혹은 제네시스 G90과 맞먹는 위용을 자랑한다.

미쯔비시와 공동 개발하여 만들어낸 1세대 그랜저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새로운 고급차를 출시하기 위해 제작된 모델이기도 하다.갖가지 첨단 사양들을 대거 탑재하고 집 한 채에 가까운 가격을 자랑했던 1세대 그랜저는 지금 판매되는 그랜저와는 사뭇 다른 위상을 자랑한다.

(사진=한겨레)

지존파 혹은 마스칸
그들은 누구인가?
그랜저가 어떤 차인지는 잘 알겠는데 그게 살인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일까?우선 살인사건의 피의자를 먼저 알아보자. 90년대 당시 그랜저를 타고 다니는 부자들을 타깃으로 살인 사건을 벌인 조직이 있다. 6명이라는 다소 적은 조직원에도 불구하고‘살인 공장’으로 불리는 아지트에 소총,다이너마이트,지하 감옥까지 갖춘 치밀한 조직이었다.

조직명은 그리스어로 야망을 뜻하는‘마스칸’이지만,국민들에게는 지존파로 더 유명하다.지존파 두목의 별명이 지존이었는데,사건을 맡은 담당 형사가 지어준 일종의 별명이 본명보다 유명해진 사례다.그들의 타깃은 부자,그중에서도 야타족이었다.야타족은“야!차에 타!”를 줄여서 만든 말로, 90년대에 부모님의 자동차 혹은 부모님이 사준 자동차를 몰고 길거리 헌팅에 나선 오렌지족을 일컫는 말이다.

그랜저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만 노렸다
94년에 카페에서 연주를 하고 귀가하던 남성A 씨는 지존파에 의해서 처참한 죽임을 당했다.그다음에는 한 부부가 타깃이 됐다.중소기업의 사장이었던 남편B 씨는 몸 값 8,000만 원을 지불했는데도 불구하고 살해당했다. 특히 지존파는 살해 후 사체를 토막 내어 인육을 먹는 등 인간이라고 보기 힘든 행각을 벌였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였다.둘 다 부자의 상징, 그랜저를 타고 있었고 한편으로 둘 다 부자가 아닌,평범한 사람들이었다.A 씨는 악기를 둘 큰 차가 필요해서 중고로 그랜저를 구매한 것으로 밝혀졌다.B 씨 역시,일명 흙수저에서 자수성가한 중소기업 사장으로 야타족과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사진=한겨레)

빈부격차가 동기
분노형 범죄였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빈부격차다. 지존파의 두목K는 가난한 집안 형편으로 범죄의 길을 선택했다.다른 조직원들 역시 평소에 야타족, 오렌지족 등 부유층에 대한 증오가 심했고 이로 인한 이유로 살인에 가담했다.본 연쇄 살인사건은 급격한 경제 양극화 현상 등으로 인한 박탈감,무력감 등의 감정을 무차별 표출한 분노형 범죄로 볼 수 있다.

이들은 부자를 납치하여 돈을 빼앗고 반드시 살해한다는 목표를 세웠고,개인당 10억 원을모을 때까지 계속 작업하며 조직을 이탈하면 죽인다는 조직 강령까지 만들었다.어떻게 보면 결국 지존파가 주장한 범행 동기는 촉발 요인이었을 뿐이고 궁극적인 범행 동기는 금품 갈취였을지도 모르겠다.

(사진=한겨레)

지존파 일당
모두 사형을 당했다
납치됐다가 탈출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됐다.당시 담당 경찰서였던 서초서에는 모든 언론과 기자들이 몰려왔다.심지어는 미국CNN 카메라도 그 사이에 자리할 만큼 큰 사건이었다.결국1995년 대법원에서 사형 판결을 내렸고, 11월2일 지존파 일당은 모두 사형을 당했다.

한 매체에 따르면,사형 직전 지존파 일당은 천주교 영세를 받았다.사건 담당이었던 강력계 형사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우리 같은 죄인이 나오지 않게 해주세요”, “인간적으로 대해준 것 감사합니다”등의 내용을 담은 편지였다.

지존파의 두목 K 씨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궁핍의 연속이었다.나름 공부를 잘했지만 돈이 없어서 학업을 중단하고 막노동을 시작했다.상황을 보면 부유층에게 원한을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그러나 일각에선 “상황만으로 합리화 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반응이다.

더불어“앞으로도 이런 박탈감에 엉뚱한 시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라는 지적도 존재했다.무엇보다 금수저, 흙수저 등으로 사람 사이에 급을 나누는 행동도 삼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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