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사전계약 기록”, “출시하자마자 대기만 3개월” 신차가 출시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사 제목들이다. 실제로 사전계약의 힘은 대단하다. 올해 7월에 사전계약을 실시한 카니발은 사전계약 대수로 3만 2천 대를 기록했고, 9월에 출시된 현대 투싼은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 842대를 기록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해지는 것은 “왜 굳이 사전계약으로 신차를 구매하는가”다. 요즘에는 인터넷 댓글만 봐도 “차는 1년 기다렸다 사야 한다”, “사전계약으로 차 사면 안 된다’라는 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사전계약으로 차를 구매하는 이들의 심리와 이에 따른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박준영 에디터

카니발 2만 3,006대
투싼 1만 842대
역대급 사전계약 기록을
경신하는 신차들
올해 출시된 신차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사전계약 기간에 몇 대가 계약됐다”라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3월에 출시된 기아 신형 쏘렌토는 1만 8,941대를 기록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갔다. 그러나 7월에 출시된 신형 카니발이 사전계약을 시작한 첫날에만 무려 2만 3,006대가 계약되어 기록이 경신됐다.

9월에 출시된 현대 신형 투싼 역시 사전계약이 시작된 첫날 1만 842대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요즘은 “신차가 사전계약 건수로 1만 대를 넘지 못하면 흥행하지 못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자동차 동호회에는
신차 사전계약 인증글들이
퍼레이드처럼 올라오기도 해
자동차 동호회를 살펴보면 신차 사전계약이 얼마나 흥행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신차 동호회에선 사전계약 인증 게시판을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사전계약을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상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많은 소비자들은 사전계약을 진행했다는 글을 퍼레이드처럼 올리며 서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그들은 어떤 옵션과 컬러를 사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주로 나누고 있었다. 2020년 현재, 신차 사전계약은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팰리세이드 1년
카니발 6개월
사전 계약을 놓치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그들은 대체 왜 사전계약을 하는 걸까? 동호회에 올라온 사례들을 분석해보면 그들이 사전계약을 하는 이유는 차를 빨리 출고 받기 위해서다. 사전계약 기간에 많은 소비자들이 몰리게 되면, 실제 출고가 이뤄지는 시기에 계약을 진행할 시엔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 팰리세이드는 출시 이후 대기 기간이 무려 1년에 가까운 적도 있었으며, 신형 카니발은 6개월을 대기해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를 최대한 빨리 출고 받고 싶거나, 당장 차가 필요한 경우라면 어쩔 수 없이 사전계약을 할 수밖에 없는 고객들도 존재했다.

옵션이나 트림을
중간에 바꿀 수 있는 경우도 있어
출고 순서부터 잡으려는 것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사전계약을 실시할 땐 보통 제조사가 대략적인 가격대와 트림 정보를 공개한다. 이후 정식 가격표가 공개되면 선택한 옵션이나 트림을 중간에 바꿀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어떤 사양으로 구매하고 싶은지는 대략적인 구성만 정해놓아도 좋다.

사전계약을 하는 많은 소비자들의 목적은 차를 빨리 출고 받는 것이다. 따라서 남들보다 차를 일찍 받기 위해선 사전계약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좋다. 보통 첫날에 가장 많은 계약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신차계약이 시작되는 날 오전은 대부분 전시장이 북새통을 이룬다.

“취소도 가능하니
일단은 하는 게 좋아”
동호회에 올라오는
실제 사전계약 사례들
실제 동호회 회원들의 사전계약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들의 심리를 알 수 있다. 사전계약이 시작되면 어김없이 “아직 차를 보지 못했는데 지금 차를 계약해도 될까요”라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그러면 “일단은 무조건 계약 해놓는 게 좋다”, “사전계약은 나중에 취소도 가능하고 계약금도 돌려주니 안 해놓으면 손해다”, “사전계약기간 놓치면 최소 3개월은 대기해야 할 거다”라는 댓글들이 달리게 된다.

사전계약을 진행한 소비자들은 서로 순번이나 예상 출고일을 공유하며 어떤 옵션과 컬러를 고를 것인지에 대한 의견들을 나누는 경우가 많다. 생각보다 꽤 많은 소비자들이 차를 보지도 않고 계약을 먼저 하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없는 편이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사전계약은 소비자보다
제조사를 위한 제도다
하지만, 사전계약은 자세히 따져보면 소비자보단 제조사를 위한 제도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사전계약을 실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기 수요를 끌어모으면 단기간에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다. 자주 접하던 기사들처럼, “출시하자마자 역대급 판매량을 기록했다”라는 기사를 통해 홍보도 가능하다. 이와 동시에 많은 계약자들이 몰려 대기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기사도같이 내보내면 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고민 없이 차를 빠르게 구매하도록 유도시킬 수도 있다.

결과적으론 자동차 제조사의 신차 홍보 효과에 이용하기 더없이 좋은 제도라는 것이다. 제조사는 차를 고객들에게 보여주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으며, 대기수요까지 어마어마하게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계약 제도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전계약을 통해 소비자들이 어떤 트림과 컬러를 선호하는지도 파악하여 생산 물량 계획을 조정할 수도 있다. 제조사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는 것이다.

빠른 출고 외엔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별다른 혜택이 없어
반면, 소비자가 사전계약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장점은 빠른 출고 딱 하나다. 남들보다 차를 빠르게 인수받아 타고 다닐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이것 외엔 별다른 장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수해야 할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할 뿐이다.

간혹 사전계약으로 차를 구매하면 엔진오일 쿠폰을 지급하거나 좋은 조건의 금융 상품을 제시하는 등의 프로모션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이는 일부 차종들에 한정되며, 소비자 입장에서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차를 빠르게 출고해야 하는 소비자들이 아니라면 굳이 사전계약으로 차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

(사진=’카니발 포에버’ 동호회)

소비자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차품질 문제를 감수해야 한다
또한, 사전계약으로 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신차품질 문제를 감수해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올해 출시한 현대기아차의 신차들에선 어김없이 결함 및 품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전계약으로 차를 구매할 시엔 내 차에 문제가 없기를 간절히 기도해야 할 정도다.

대부분의 신차들에서 크고 작은 품질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본다면, 한두 푼도 아닌 몇 천만 원을 지불해서 차를 구매하면서 이런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사실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런 단점이 있을 줄 몰랐습니다”
차는 실물을 확인한 뒤 사는 게 좋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은 “사전계약으로 굳이 차를 살 필요가 없다”라며 주변 사람들을 말리곤 한다. 또 다른 단점도 존재한다. 사전계약이 시작된 첫날, 차를 빠르게 계약하는 소비자들은 본인이 사려는 차의 실물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실물 한번 보지 않고 구매한 새 차를 인수하고 나선 치명적인 단점들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차를 한 번이라도 보고 샀으면 생기지 않았을 일들이다. 실제로 차를 보지 않고 바로 구매하여 인수했으나,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에 들지 않아 차를 중고로 판매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아무리 남들이 좋은 차라고 이야기해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차는 내가 만족하면서 탈 수 있는 자동차다.

(사진=’클럽투싼 NX4′ 동호회)

“사전계약은 스스로
베타테스터를 자처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앞서 언급한 신차품질 문제들 때문에 “사전계약으로 차를 구매하는 건 스스로 베타테스터를 자처하는 행위”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역대급 사전계약 기록을 경신한 신형 카니발에선 조립, 단차 불량뿐만 아니라 엔진오일 감소 문제 같은 치명적인 결함들이 발생했다.

최근 투싼에서도 결함들이 여러 차종에서 발견되고 있다. 한 투싼 차주는 손 세차 후 아파트 주차장에서 후진기어를 넣었으나 후진이 들어가질 않아 서비스 센터에 입고시켰다며 신차 품질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 외에 운전석의 단차가 맞지 않아 주행 중 외풍이 실내로 유입되는 문제들도 발견됐다. 자율 주행 레이더가 먹통으로 작동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신차들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문제들은 대부분 연식변경을 통해 개선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신차를 사전계약으로 빠르게 구매하는 건 베타테스터를 자처하는 일”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사진=보배드림)

“아직 사례가 없어서…”
결함 발생 시 원인을 찾기도 어려워
더 큰 문제는, 차에서 심각한 결함이 발생하더라도 제대로 된 조치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출시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차들에선 제조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품질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들은 아직 제대로 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여 서비스센터를 찾아가도 제대로 된 조치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형 제네시스들에서 발견되는 여러 가지 품질 문제들과 엔진 진동 문제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많은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지만 제조사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최근 카니발을 구매한 한 차주는 주행 중 인터쿨러 호스가 빠져버리는 심각한 결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서비스센터에 방문한 차주는 “사례가 없어 호스를 교환해 주는 것 외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빠른 출고 외엔
큰 장점이 없는 사전계약
장단점을 감안하여 현명한 선택을 해야
결론은, 당장 차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사전계약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차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전계약은 차를 남들보다 빠르게 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차 품질 문제를 감수해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사실, 신차 품질 문제는 제조사를 탓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제조사를 믿고 차를 구매하는 것이며, 제조사는 이런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된 차를 만들어 판매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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