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D세그먼트 세단이 타고 싶어 볼보 S60을 구매한 A씨의 일화다. 차를 구매하기 위해 다양한 라이벌 모델들과 비교를 했고, 제네시스 G70, BMW 3시리즈 같은 동급 세단들도 구매 리스트에 올라있었다. A씨는 차를 잘 안다는 주변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돌아온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전륜과 후륜차를 어떻게 비교하냐”, “애초에 주행 질감이 다르다”, “볼보가 아무리 좋아도 후륜구동 베이스를 따라갈 수 없다”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그는 S60과 3시리즈를 모두 시승해 보았으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던 터라 이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유독 구동 방식에 집착하는 한국 소비자들. 전륜과 후륜구동은 일반인도 체감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자동차 구동방식에 따른 차이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유독 구동방식에
집착하는 국내 소비자들
유독 국내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언급할 때 구동방식을 중요하게 보는듯하다. 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전륜과 후륜은 태생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전륜구동은 절대 후륜구동을 넘어설 수 없다”, “이 차는 전륜구동이라서 아쉽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최근 수도권에 내린 폭설로 인해 사륜구동의 적용 유무 역시 많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언급되었다. “눈길에선 사륜구동이 유용하다”부터 시작해서 “후륜구동이 유독 힘을 못쓰는 곳이 눈길이다”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정말 구동방식에 따라 드라마틱 한 차이가 나는 걸까?

렉서스 ES와 벤츠 E클래스를
동급으로 두고 비교하면 벌어지는 일
같은 E세그먼트 프리미엄 세단으로 분류되는 렉서스 ES와 업계 표준으로 불리는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를 동급으로 놓고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 분명 두 자동차는 동급으로 분류되는 게 맞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구동 방식을 언급하며 “렉서스는 전륜구동인데 어딜 감히 후륜구동 벤츠에 비교하려 하나”, “ES도 좋지만 전륜구동이라 아쉽다”, “그래도 고급차엔 역시 후륜구동이다”라는 의견들이 줄을 잇는다.

볼보 S90도 마찬가지다. 5미터가 넘는 볼보의 플래그십 세단인 S90이지만 전륜구동이라는 점이 매번 약점으로 언급된다. 일각에선 “제네시스 살 돈으로 차라리 S90을 산다”라는 의견에 “어디서 전륜구동 세단을 후륜구동에 비교하려 하냐”라고 응수하는 흔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볼보 S60과 G70,
3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전륜구동 베이스인 볼보 세단들은 매번 구동방식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D세그먼트 세단인 S60이 “프리미엄 세단이냐 아니냐”로 많은 논쟁이 이어졌다. 상품성이나 가격을 고려하면 분명 프리미엄 급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전륜구동 기반이라는 점 때문에 다른 D세그먼트 세단을 넘어설 수 없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것이다.

S60의 라이벌인 BMW 3시리즈와 벤츠 C클래스, 심지어 국산차인 제네시스 G70 역시 후륜구동 베이스이기 때문에 S60의 구동방식은 약점 아닌 약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구동방식이 정말 그렇게나 중요한 걸까?

서로 다른 구동방식
둘은 명확한 장단점이 존재한다
전륜구동과 후륜구동은 말 그대로 앞바퀴와 뒷바퀴 중 어떤 쪽을 구동하는 것인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엔진이 앞에 존재하며, 전륜구동은 앞바퀴를, 후륜구동은 뒷바퀴로 동력을 보낸다. 전륜구동은 구동축이 엔진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주요 부품들을 앞쪽에 배치할 수 있어 넓은 실내공간을 뽑아낼 수 있다.

그러나 부품들이 앞쪽에 집약됨에 따라 무게가 쏠리게 되고, 이에 따라 운동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륜구동 자동차들은 앞쪽에 부품이 집중되어 있어 시소 효과로 진폭이 더 커져 승차감 측면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후륜구동은 조향축과 구동축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무게 배분 구조를 가진다. 후륜구동 자동차가 더 좋은 주행 질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구동축이 차체 중간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전륜구동 대비 실내 공간이 좁아지게 되는 단점이 존재한다. 후륜구동 세단들의 2열 좌석 중간 부분이 높게 솟아있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륜구동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
구조적으론 무게 배분을 유리하게 할 수 있는 후륜구동 방식이 더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륜구동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우선 후륜구동 대비 적용되는 부품이 적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저렴하다. 대중적인 자동차들은 전륜구동을 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전륜에 하중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직진 및 악천 주행 시 후륜구동 대비 주행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구동력의 전달 거리가 짧기 때문에 연료 효율성 측면에서도 이점을 가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내공간을 넓게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실용성을 강조하는 대중적인 자동차에는 전륜구동 방식을 탑재하는 것이 더 낫다. 그랜저의 광활한 실내공간은 전륜구동 기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고급차에 후륜구동 방식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 이유
여기까지 읽었다면 고급차에는 후륜구동 방식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미 파악했을 것이다. 구조적으로 더 나은 자동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적인 자동차는 비용을 생각해야 하지만 고급차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남들보다 고급스러운 주행 질감을 뽐내야 하며, 스포티한 운동성능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엔진을 세로로 배치하기 유용한 후륜구동 특성상 무게 배분이 유리하여 핸들링 성능이 전륜구동 대비 좋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가속을 하면 할수록 접지력이 좋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뽐낸다. 전륜 오버행을 짧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후륜구동 세단 특유의 매끈한 디자인도 구현해낼 수 있다. 전륜 대비 설계가 어려우며, 리어 서스펜션 주변에 큰 공간이 필요해 실내 공간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태생을 가졌지만 고급차엔 후륜구동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평범한 시내 주행만 하는
소비자들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평범한 일반인들이 이런 구동방식에 따른 주행 질감 차이를 몸소 체감할 수 있을까? 나긋나긋하게 시내 운전만 하는 소비자들이라면 의외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다양한 자동차를 접해보았거나 예민한 소비자라면 차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일반적인 운전자들은 그 나물에 그 밥 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긴다. 전륜구동일지라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잘 구현해 놓은 경우라면 후륜구동에 준하는 승차감을 자랑할 수 있으며, 전륜구동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다이내믹한 성능을 자랑하는 차량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구동 방식에 대한 차이를 직관적으로 느끼려면 번갈아가면서 전륜과 후륜 자동차를 자주 접해보는 것이 좋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긴다면
명확한 차이를 느낄 수 있어
평소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는 경우라면 전륜과 후륜의 차이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코너에 진입하여 악셀 컨트롤을 하면서 한계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후륜구동 자동차로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부드러운 악셀링이 아닌 급가속을 해보면 전륜구동과 후륜구동의 차이가 조금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고출력 전륜구동 자동차는 좌우 구동축이 비대칭 구조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토크스티어 현상이 두드러지게 발생한다. 급가속 시 차량의 가속 진행 방향이 한쪽으로 틀어져 스티어링 휠이 돌아가는 현상이다.

일상 주행에서 가장 크게
차이를 느끼려면 유턴을 해보면 된다
일상 주행에서 가장 크게 전륜과 후륜구동의 차이를 느끼는 방법은 유턴을 해보면 된다. 전륜구동의 경우엔 유턴을 하며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회전반경 밖으로 벗어나는 언더스티어 성향을 가지게 되지만 후륜구동 자동차는 오히려 조향각보다 더 회전하는 오버스티어 현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요즘 자동차들은 차체자세제어 전자 장비가 작동하여 이로 인해 사고가 날 일은 없지만 전륜 대비 짧은 회전반경 정도가 둔감한 운전자들이 구동방식에 따른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결론은 구동방식에 따른 주행 질감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나, 운전자의 성향이나 경험 또는 환경에 따라 이를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이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댓글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