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동차 업계는 애플카로 떠들썩하다. 애플이 전기차 제조 사업을 위해 많은 완성차 브랜드와 접촉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국내의 현대차그룹도 포함되어 있다. 현대차그룹과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자 한때 주가가 대폭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그룹은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공시를 통해 이 사실을 더욱 확실히 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애플카 사태에 대해 살펴본다.

이진웅 에디터

애플, 현대차그룹에
애플카 생산 협력 제안
현대차그룹과 애플 간 전기차 협력 논의 일지에 대해 살펴본다. 1월 18일, 국내 매체가 애플이 현대차에 애플카 생산 협력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미 검토가 마무리된 상태로 정의선 회장의 재가만이 남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를 통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 요청을 많이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가 없다’라며 ‘상기 내용과 관련하여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겠다’라고 밝혔다. 즉 협업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 애플 역시 다수의 자동차 기업과 접촉 중이며, 현대차그룹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애플카 생산
기아가 맡는다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것 같았던 애플카 협력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1월 19일, 국내 매체는 애플카 협력을 현대차가 아닌 기아가 맡기로 가닥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했다. 해당 보도는 이어 애플카 생산을 기아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내용도 꽤나 구체적이었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현대차와 기아 모두 주가가 크게 폭등했다.

기아는 1월 15일, 브랜드 쇼케이스를 통해 장기 전략인 플랜 S를 발표한 바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기아 브랜드의 새로운 변화는 비즈니스 영역 확장을 통해 전 세계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아는 자동차 사업에 얽매이지 않고 IT를 포함한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임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애플카 협력은 이러한 기아의 미래 전략 취지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의견들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현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1월 20일, 기아는 “자율 주행 전기차 사업 관련 다수의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공시했다. 애플이라고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부인하지도 않았다.

기아와 애플
4조 원 투자 계약 체결 계획
이달 초까지만 해도 두 회사의 협력과 관련된 국내외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 2일에는 애플 전문 귀밍치 대만 텐평국제증권 연구원이 “첫 애플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으로 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으며, 다음날, 기아와 애플이 애플카 생산을 위해 4조 원 투자 계약 체결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외신들도 관련 내용을 보도했는데, CNBC는 “현대차와 애플이 애플카 협업을 위한 합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WSJ는 “기아가 애플카의 조립 생산을 맡기 위해 잠재적 투자자들과 논의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4년부터 애플카를 생산할 것이다”라고 했다.

현대차그룹과 애플
애플카 협의 일시 중단
지난 5일, 블룸버그는 “현대차와 애플이 애플카 생산 관련 협의를 최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라며 “현대차그룹이 한국 언론에 이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점이 애플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전했다.

이후 지난 8일, 현대차역시 DART를 통해 “애플과 자율 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라고 공시했다. 애플카와 관련한 풍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한 달 만이다. 이후 현대차그룹 관련주가 10% 안팎 내림세를 기록 중이며, 시가총액으로 약 10조 원이 사라졌다.

애플의 신비주의 원칙을
현대차가 깼기 때문
현재는 한 달 전과 달리 상황이 완전히 반전되었다.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대체로 앞서 잠깐 언급한 대로 애플의 신비주의 원칙을 깬 것이 애플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애플은 제품 개발과 관련된 내용을 철저하게 숨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어느 기업과 협업하는 것 역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며, 비밀 유지 조항을 어기면 수억 달러의 페널티를 물리기도 한다. 글로벌 기업관 전략적 제휴는 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물밑에서 비밀리에 진행되어야 하는데, 현대차는 애플카 협업을 간접적으로 시인하자 애플이 부담스러워했을 것이다.

애플카 역시 수년간 개발 프로젝트를 비밀에 부쳐왔으며, 이 과정에서 공급 업체와의 관계를 과도하게 통제해왔다. 한 전문가는 “애초에 현대차를 통해 한국에서부터 언론 보도가 나간 것이 문제가 되었을 것이며, 보도가 나올 때 현대차가 봉합을 잘 해야 했는데, 초기에 미숙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 달간 외신 등에 오르내리다가 결국 스스로 부인해 기업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라며 향후 글로벌 기업들과 손삽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애플은 세계가 떠들썩한 상황에서도 공식적인 보도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애플은 사실상
하청 수준의 관계를 원한다
해외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애플카와 관련된 사업에서 사실상 하청 수준의 관계를 원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애플카 협업이 중단되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애플은 제품 개발은 하지만 생산은 대만의 폭스콘 등에 위탁 생산한다.

애플카 역시 애플이 원래 자동차 사업을 하던 브랜드가 아니다 보니 자체적인 생산라인을 구축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협업을 하는 이유 중 하나로 공장을 가지고 있는 완성차 브랜드에 애플카 위탁 생산을 위해서다.

하지만 말이 위탁 생산이지 사실상 하청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다. 현대차가 애플카를 위탁 생산하면 주도권이 애플에게 빼앗겨 힘을 쓸 수 없게 된다. 현대차역시 전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크며, 자동차와 관련해서 나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다 보니 애플의 하청이 되는 것을 반길 리가 없다.

또한 위탁 생산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위탁 생산을 위해서는 라인을 별도로 깔아야 하며, 생산에 필요한 모든 기술력을 동원해야 하는 반면, 마진은 1~2% 정도로 적은 편이다. 게다가 애플카는 사업 분야인 전자기기와는 완전히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장담도 할 수 없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리스크가 크다.

현대차는 수년 전부터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수조원 대 투자를 이어왔다. 고성능 전기차 기업 리막과 모터와 배터리 등 전기차 핵심부품을 표준화된 모듈 형태로 끼우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력을 가진 카누에 각각 수천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그리고 2조 4천억 원을 들여 미국의 자율 주행 기업 앱티브와 자율 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고, 세계 1위 로봇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약 1조 원에 인수했다.

이렇듯 수년간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기술력을 확보했고, 올해를 전동화의 원년으로 선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애플과 협업이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또한 현대차그룹 역시 협업 시 얻을 것은 있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데, 애플은 소프트웨어나 고유의 운영체제 등 각종 전장 분야 고도 기술을 쉽게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서로 꿈꾸는 내용이 다르다.

애플카 파트너사
상반기 중 발표 예정
현대차와 다시 협의 가능성 있다
최근 미국 IT 전문매체 애플 인사이더는 투자은행 웨드부시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이 올해 안으로 애플카 제조 협력업체를 공식 발표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애플이 향후 3~6개월 이내에 전기차 파트너와 협업 계약을 공식 발표할 가능성이 85%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현대차그룹 외 다른 글로벌 업체와도 애플카 생산을 논의하고 있다. 혼다, 닛산, 마쓰다, 미쓰비시 등 최소 6개 사가 일본 내에서 협업을 논의 중이며, GM과 PSA그룹 역시 애플카 협업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애플 인사이더는 유력 후보로 현대차그룹과 폭스바겐이 꼽혔다. 즉 현대차그룹과 협업 가능성이 다시 제기된 것이다. 보고서에서는 애플과 현대차그룹과의 협상은 잠정 중단된 상태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는 여전히 애플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GM이나 테슬라는 미국 내에서 자율 주행 관련 기술은 매우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제휴가 어렵다 보니 대안으로 현대차그룹을 꼽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비밀주의를 지켜주기 위해 협력설 논란을 잠재우는 공시를 내는 한편, 물밑에서는 협의를 지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화제의 애플카 협업, 과연 누구랑 할까?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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