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게 문제야? 현대차가 안절부절 신차 출시를 망설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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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장은 전쟁터다. 지금 당장 자동차를 잘 팔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미래를 주도하는 역할까지 요구한다. 남들보다 빠른 혁신, 남들보다 빠른 시장 장악, 그리고 남들보다 빠른 고객 흡수가 모두 요구되는 산업 중 하나다.

신차를 빨리 출시하여 이익을 내고, 이 이익을 토대로 또 다른 신차와 신기술을 개발하기도 바쁘다. 그런데 현대자동차가 유독 신차 출시 때마다 시끄럽다. 오늘 이야기할 시끄러운 주제는 ‘개발 품질’ 관련 이야기가 아니다. ‘조립 품질’ 이야기와 더 가깝겠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현대차가 풀어 나가야 할 과제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국내 공장 가동률 100%
그런데 정작 공장 실적은
1974년 이래 처음으로 적자
영업 손실은 593억 원
국내 공장 가동률이 100%나 된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만큼 열심히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나가야 하는 것이 있다. 공장 가동률과 더불어 공장 효율을 보아야 한다. 공장을 10시간 가동하여 스마트폰 500개를 만드는 것과 공장을 5시간 가동하여 스마트폰 700개를 만드는 것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 국내 생산 공장 가동률은 100%에 가깝다. 연도별 공장 가동률을 살펴보면 2015년 104.4%, 2016년 95.4%, 2017년 93.6%, 2018년 99.1%, 그리고 최근 발표된 2019년 목표치는 100.54%에 달한다. 울산, 아산, 전주 등 국내 공장에서 2019년 한 해 동안 177만 대가량을 생산하겠다는 이야기다.

연도별 공장 가동률과 목표치만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열심히 돌아가고 있으나, 효율을 따져본다면 고개가 기울어진다. 최근 현대차 국내 공장 영업 실적이 1974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을 늘릴수록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공장 가동률은 106%에 달했다. 그러나 공장 실적은 적자로 전환되었고, 영업손실은 593억 원 정도가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공장 가동률과 수익성 비례 관계가 깨진 이유로 인건비 상승, 중국 시장 부진으로 인한 유동성 지원 등 고비용 구조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공장 가동률은 포화상태
그런데 해외 공장은 가동률 하락
중국 공장은 가동률 반 토막
국내 공장 수익성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동률은 포화 상태다. 그런데 국내 공장과는 반대로 현대차 해외 공장은 가동률이 계속 하락하는 중이고, 그중에서도 중국 공장은 가동률이 반 토막 나면서 구조조정까지 들어간 상태다.

현대차 미국 공장은 2011년 이래로 최저 가동률을 기록했다. 앨라배마 공장 가동률이 87.2%를 기록하면서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공장 가동률 하락 원인으로 SUV 열풍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 꼽힌다. 현지 전략 모델이 빠르게 도입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 대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팰리세이드’다. 그러나 조기 투입 불가능하다. 관련 이야기는 뒤에 자세히 나온다.

현대차 중국 공장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현대차가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인력 및 설비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재 현대차 중국 공장 가동률은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계속해서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현대 연간 총 생산 능력은 181만 대, 그러나 지난해 출고 물량은 80만 대 수준에 그쳤다. 백분율로 따지면 가동률이 44.5%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 공장 가동률과 비교하면 반 토막도 안된다. 사실상 공장 절반이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북미 출시 예정되어 있는
팰리세이드 3만 5,000대 밀려
미국 수출 물량까지 겹치면…
“내수는 괜찮은데 북미가 위험하다”… 얼마 전 보도를 통해 전해드린 현대차 관계자의 말 중 하나다. 현대차는 지금 북미 시장에서 고전 중이다.

엔진 화재 사태와 더불어 앞서 잠깐 언급했듯 북미에서 SUV 열풍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즉,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내놓은 팰리세이드를 북미 시장에 조기 투입해도 모자란 상황이고, 현대차는 GV80 출시 일정을 앞당기기까지 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북미 출시가 예정되어 있지만 생산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북미 출시도 아직 되지 않았는데 한국 판매 물량만 3만 5,000여 대가 밀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노사 합의로 2,400대를 증산했지만 여전히 턱없이 모자라다. 여기에 북미 생산 물량까지 더해지면 포화상태를 넘어 수습 불가 상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측은 이에 대해 “현재 팰리세이드 국내 주문 접수 시 내년은 되어야 출고 받을 수 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언론에서 밀려있는 생산 물량을 두고 “팰리세이드 열풍”이라 보도하기도 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국내 물량만 3만 5,000여 대 밀려있는 상황에 북미 수출 생산 물량까지 더해진다면 한국 시장은 물론이고 북미 시장 수급에도 큰 차질이 이어질 것이다.

기아차도 생산 인력 조정 빨간불
“근무 강도 높아진다” 반발
현대차는 팰리세이드가 문제, 기아차는 앞으로 나올 신차들이 문제다. 최근 기아차는 ‘셀토스’ 출시를 앞두고 기아차 광주 1공장 생산 인력을 52명 줄여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조가 반발하면서 결론이 쉽게 나지 않고 있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혼류 생산이 이뤄지는 광주 1공장은 3세대 쏘울 투입 당시 인원 협의가 끝난 상황이다”라며, “인력을 줄일 경우 근무 강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어 현장에서 거부감이 크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공장 포화 상태지만
해외 공장에 생산 분배도 불가
한국차=무조건 한국 생산?
“국내 공장이 그렇게 포화상태라면 가동률 낮은 해외 공장에서 같이 생산하게 하면 되잖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일반적인 생각 같지만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현대기아차가 한국에 도입되지 못하는 이유와 맥락이 비슷하다. 이 역시 노조와 협의가 필요하다.

‘독소 조항’이 존재한다. 해외에서 생산된 현대기아차가 한국에 들어오려면 노조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해외에서 생산된 현대기아차를 들여오는 것도, 반대로 국내 생산 물량을 해외에 분배하는 것도 노조 협의가 필요하다. 최근 텔루라이드가 국내 출시된다는 소리가 있었는데 이 역시 해외 생산 물량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기아차 화성 공장에 생산 라인이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국내 공장이 포화상태임에도 말이다.

BMW는 모든 SUV 모델을
독일 아닌 미국 공장에서 생산
다른 제조사들도 글로벌 공장 체계
한국에서 판매되는 한국 자동차는 한국에서만 생산되어야 할까. 이미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글로벌 공장 체계를 갖추고 있다. BMW는 모든 SUV 모델을 독일이 아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스파턴버그 공장에서 생산한다. 이곳은 BMW 그룹의 최대 공장이고,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판매되는 BMW SUV 모델들이 생산되는 곳이다.

토요타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에 판매되는 캠리는 일본에서 생산되지만, 미국에서 판매되는 캠리는 미국에서 생산된다. RAV4, 아발론 등도 미국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에 판매된다. 혼다도 어코드, 오딧세이, 시빅 등 대부분을 미국에서 생산하여 전 세계에 판매한다. 판매 시장, 지역을 불문하고 공장을 효율적으로 가동한다.

정당한 밥그릇 싸움은 당연한 것
그러나 공감이 적다는 것은
명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
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과 싸움은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싸움을 통해 부당한 처우를 개선할 수 있고, 일자리 환경을 보다 쾌적하게 만들 수 있으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도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엔 ‘그럴만한 명분’이라는 전제가 들어있어야 한다.

만약 대대적인 투쟁에도 사회적 공감이 적다면, 예컨대 택시와 카풀 싸움에서 많은 시민들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었던 것처럼 사회적 공감이 적다면 투쟁을 할 명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투쟁 이후 그들이 원하는 결과물은 얻었지만, 정작 이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아무것도 체감하지 못했을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시민들은 곧 현대차 노조가 생산한 자동차를 타는 소비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공감 수준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간 돌이켜보면
조립 품질이라도 좋아졌나?
지난 몇 년간 투쟁이 여러 번 있었고, 임금 인상과 협상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아닌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진 뒤 조립 품질이라도 나아졌는지 물어보면 선뜻 ‘그렇다’라고 대답하기 힘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엔진을 비롯한 기계적 결함은 연구개발진을 비롯한 현대차 본사 책임이 크지만, 조립 품질은 현장에서 물건을 조립하고 내보내는 생산자들에게 책임이 더 기운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이슈였던 ‘현대차 공장 실태’와 관련된 이야기를 보면 나아진 것이 있다고 대답하기 어렵다. 품질 의식이 약한 생산자, 품질을 위한 관리 의식이 약한 관리자도 문제다.

생산 차질-매출 손해
-개발비용 부족-신차 개발 악영향
악순환 반복, 결국 피해는 소비자
단순히 노사 간 감정싸움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노사 간 싸움으로 생산 차질은 곧 매출 손해로 이어지고, 매출 손해는 곧 개발 비용 부족으로 이어지며, 개발 비용이 부족하다는 것은 곧 신차 개발에 악영향을 끼친다. 무엇이라도 좋은 것을 다른 제조사보다 개발하여 품질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지만, 결국 악순환 고리가 돌고 돌아 피해는 소비자가 입게 된다.

근본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그들이 항상 경쟁 상대로 지목하는 독일차의 주행 품질을 따라잡아야 하고, 플래그십 모델에서는 일본 자동차들에서 느낄 수 있는 장인 정신을 따라잡아야 한다. 마땅한 돌파구와 묘수가 나오지 않는 지금, 품질 문제뿐 아니라 이런 잡음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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